brunch

아침 산책

by 발광머리 앤

나이가 드니 잠이 없어졌다.

밤 10시 안에 잠이 들면 4시쯤 깨고

12시경 잠이 들면 6시쯤 깬다.


젊은 시절 늦게 자는 건 가능해도

일찍 일어나는 건 절대 불가능하던

내가 이제는 아니다.


오늘은 6시쯤 잠이 깼다.

어슴푸레한 새벽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동네를 지나는데

아침 짓는 냄새가 풍긴다.


무우국 끓이는 냄새다

요즘 무 철인 게 맞나 보다.


나도 내일 무우국을 끓여볼까 생각해본다.

따라오는 환청

또각또각

도마질하는 소리다.

어릴 적 아침이면

맛있는 반찬 하는 냄새와

도마질 소리에 깼다.


울 엄마는 아니고

대고모 할머니나

집에서 일하는 언니였다.


그 소리는 언제나 행복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냄새와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조금 알싸한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내 합리화한다.

이 합리화는 나의 생존기제다.


그래도 오늘은 무우국을 한번 끓여볼까 한다.


아침 산책에 사진 하나 없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디아스포라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