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드니 잠이 없어졌다.
밤 10시 안에 잠이 들면 4시쯤 깨고
12시경 잠이 들면 6시쯤 깬다.
젊은 시절 늦게 자는 건 가능해도
일찍 일어나는 건 절대 불가능하던
내가 이제는 아니다.
오늘은 6시쯤 잠이 깼다.
어슴푸레한 새벽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동네를 지나는데
아침 짓는 냄새가 풍긴다.
무우국 끓이는 냄새다
요즘 무 철인 게 맞나 보다.
나도 내일 무우국을 끓여볼까 생각해본다.
따라오는 환청
또각또각
도마질하는 소리다.
어릴 적 아침이면
맛있는 반찬 하는 냄새와
도마질 소리에 깼다.
울 엄마는 아니고
대고모 할머니나
집에서 일하는 언니였다.
그 소리는 언제나 행복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그런 냄새와 소리를
들려주지 못했다.
조금 알싸한 후회가 밀려오지만
이내 합리화한다.
이 합리화는 나의 생존기제다.
그래도 오늘은 무우국을 한번 끓여볼까 한다.
아침 산책에 사진 하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