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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an 24. 2021

노멀 피플

우연히 웨이브에서 노멀 피플을 봤다.

계속 첫 화면에 올라오는데 별로 관심 가는 화면이 아니었다. 

이런 화면



딱 봐도 무슨 부부 섹스 세라피 드라마 같지 않은가?

해리포터를 7편까지 정주행하고 볼 게 없어 헤매다가 보게 되었다.


야하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베드신과 달리 매우 건조하게(건조하지는 않다 배경음악이 좋으니까) 다 보여준다.

드라마의 여운이 길어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다 보았다.


책과 드라마를 비교하며 보다 보니 드라마에 표현되지 못한 책의 내용이 있다. 

책 뒷날개에 전 세계 언론의 찬사라고 하여 여러 잡지에 실린 책에 대한 평가가 있는데

내가 느낀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라면 

"사람을 변화시키는 관계의 함에 관한 아름다운 소설"

이다. 


소설은 아일랜드 슬라이고의 고등학교에서 시작한다. 

사실 처음 드라마를 시작한 동인이 배경이 슬라이고 라는 것이었다.

슬라이고의 아름다운 풍광이 나온다고 하여 시작했다.


학회가 슬라이고에서 열려 갔었다. 영국도 아니고 아일랜드, 더블린도 아니고 슬라이고

그래서 학회에 가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허나 슬라이고는 예이츠의 도시이다. 

예이츠의 흉상이 도시에 있고, 산 정상이 평평하여 마치 마름모꼴 같은 게 인상적이었다.

차를 빌려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까지 갔었고, 골웨이와 애런 제도도 갔었다.

아일랜드 여행은 인상적이었는데 

이유는 오랜 식민지 지배, 기근을 겪은 뭔가 우리 역사와 유사한 피지배국가 였다는

것이었다. 

더블린의 작가의 집에서 읽은 바에 따르면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작가가 많은 이유는 영국의 변방이기에 늦은 시기까지 

구어를 사용하고, 일찍 문어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란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문자를 늦게 접할 수록 문학성이 높아진다는게?

그리고 어느 박물관에서 '천개의 눈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아름다운 싯구를 읽었는데 그 작가가 누군지 아직도 알지 못한다. 


두 남녀 주인공은 다르다

코넬은 미혼모의 외아들이다. 엄마가 17살에 아들을 낳았다.

아빠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아일랜드에도 계급이 있는데

누구나 서로 아는 작은 마을에서 엄마와 아들은 낮은 계급에 속한다.

엄마는 남의 집일을 다니며 생계를 꾸리나 심리적으로 아주 건강하다.

아들은 학교에서 유명한 럭비선수이고, 우리나라의 학력고사에 해당하는 

점수가 전교 1등이고, 잘생겼고(영화에서 남주는 이른바 노안이지만

눈동자가 어찌나 깊은 파란색인지 마치 보석 같다. 볼수록 잘생겨 보인다. 심지어 

드라마가 끝나고 인스타 팔로우했다), 키도 크고(아일랜드에서도 남자의 키는 중요한가 보다

소설 내내 키 크다는 설명이 나온다), 잘생겼다. 

허나 친구들의 시선과 기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주인공 메리앤은 부모가 모두 변호사이고 상류계급이다. 더블린 집이 있고(우리로 치면 서울에 그 

비싸다는 아파트가 있어 서울로 대학 간 자녀가 거기에서 사는 거다), 상류사회 인맥이 있다.

이탈리아에도 별장이 있다. 허나 아버지는 어머니와 딸을 때렸고, 어머니는 매 맞은 아내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 남편이 죽은 후 아들의 딸에 대한 폭력을 묵인하며 방조한다. 

심지어 딸을 심리적으로 학대하고 방임한다. 여주의 오빠는 또 다른 가해자이다. 

매리앤은 코넬과 사귀다가 오해로 헤어진 후 피학 성애자가 되어간다. 

고등학교 때는 다리 면도도 안 하고, 다 떨어진 신발에 꾸미지 않고, 신랄한 말들을 

교사와 학생들에게 하고 다녀서 왕따다. 


이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한다.

아니 아무도 몰래 성관계를 시작한다. 

숨겨진 관계이다.

남주인공인 코넬은 학교 왕따를 사귄다고 친구들이 놀릴까 봐 관계를 개방하지 못한다.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를 메리앤은 낮은 자존감과 피학적인 성향으로 인해 수용한다.


둘의 관계가 깊어지고

졸업 파티가 가까워져서 관계를 개방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을 때

코넬은 비겁한 선택(자신의 한계를 깨지 못하고)을 하고

이로 인해 매리앤은 상처 받고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코넬이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지만 

매리엔은 받지 않는다.


코넬이 자신의 장래를 

타인들의 시선과 사회적 상식에 의해

골웨이대 법대(우리로 치면 지방 국립대 법대) 선택하려 할  때, 

매리앤은 네가 책을 좋아하고 언제나 책을 읽으니 

트리니티대(우리로 치면 서울대) 영문과를 가라고 한다.

메리앤에 비친 코넬의 모습이 바로 진정한 코넬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대학에서 슬라이고 사투리를 쓰고

살기 위해 알바를 해야 하고

가까스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코넬


뒤늦게 개발된 미모로 사귀려는 남자들이 줄을 섰고

그래서 핵인싸를 남친으로 두고

자신이 속한 계급의 인맥으로 더블린의 

상류사회(사립고를 나오고, 사회 유력인사들로 구성된)

에 속한 매리앤 


고등학교 때의 위치가 전복되었다.

코넬이 매리앤에게 고등 때의 숨겨진 관계에 대해 사과하고

둘은 사귀기 시작한다.


허나 코넬이 알바 자리를 잃고 

3개월간 더블린에 머물고 있을 수가 없어서

매리앤의 집에 얹혀살고 싶다는 말을 

미루고 미루다 말을 꺼내는 순간(여름 동안 더블린에 있을 수 없다)

매리앤은 그걸 헤어지자는 말로 받아들인다.

부모의 자본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모르는 매리앤의 의식주에 대한 둔감함과

코넬의 예민함이 얽혀버린 순간이다. 


이렇게 헤어진 둘은 

각기 다른 이성과 사귀는데

매리앤은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며 얻은 피학 성향을 계발해 나간다. 

사실 코넬과 사귈 때도 코넬은 문득문득 내가 매리앤을 안고 있다가 때려도

매리앤은 가만히 있을 거라는 충동을 느낀다. 


코넬은 헬렌이라는 현실적으로 아주 적응적이고 유쾌한 여자 친구를 

사귀지만 어쩐지 자신을 다 채우는 느낌을 가질 수 없다. 


매리앤이 스웨덴으로 교환학생을 갔다가 만단

가학 성애자를 끊고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오고

자신을 가해하는 오빠를 묵인하는 엄마에게서 

벗어나고자 코넬에게 도움을 청하고,

둘의 관계는 다시 시작된다. 


코넬은 글을 쓰고 대학잡지의 편집장이 되고

유명잡지에 글을 실으며 자신이 되어간다

타인의 기대와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는 자기만의 결정을 해나간다.


코넬에게 뉴욕의 대학에서 글쓰기 과정에 대한 초청장이 온다

코넬은 매리언에게 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매리앤은 가라고 한다. 

그리고 코넬은 그것을 받아들인다

코넬이 말한다

I will go.

매리앤이 답한다

Then, I will stay.


얼마 전 본 이탈리아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처럼 

두 친구의 관계를 통한 성장소설이다.


거기에 계급의 문제, 젠더의 문제,

심리적 자원의 문제, 지역의 문제 

사회의 문제(아일랜드이 imf, 청년 실업 등이 묘사된다)

가 언급된다.


우리는 그런 것들에서 떨어져 살 수 없다

나는 지역 출신이고, 여성이다.

슬라이고 사투리를 쓰는 코넬이 트리니티 대학에서 겪는 소외감을 

40년 전에 겪었다. 

내 가족으로부터 상속받은 심리적 자원(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속에서 나는 성장했다. 

남이 원하는 것과 내가 바라는 것 사이에서 갈등했고

그 과정에서 내가 되어갔다. 

그 모든 것이 소설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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