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역 뒤 관사마을-
경주엔 관사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경주역 뒤 예전 일제시대때 역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은 집이다.
관사마을은 모두 일본식 집이다.
일본식집을 육십년넘게 개축하고 수리하면서
살아왔다.
분황사 앞부터 관사마을까지가
시기별로 내가 관리감독하는
오래된 꽃들이 많다.
허름하고 낡은 집에
들어앉은
족히 1미터는 넘어보이는
천리향을 보면
수수한 골목길에서 만난
미인을 보는 것 같다.
제일먼저 시작되는 꽃은 물론 매화지만
오뉴월이 되면
더이상 관리감독하기에는
꽃이 너무 많아진다.
며칠전부터
관사마을쪽에서 뭔가가 나를 이끄는데
그게 뭔지 몰랐다가
불현듯 생각났다.
바로 이 집!
지붕밑에 보이는가?
네모난 바람구멍같은 곳
거기 판자엔 숫자가 적혀있다.
바로 관사의 호수이다.
사진엔 안나왔지만 개구멍도 있다.
그 개구멍앞에는
경주역으로 들어가는
쪽문도 있었다.
이 집 장미가 장관이다.
몇미터나 되는 담장위로
빨간장미 분홍장미 흰장미가
넝쿨을 이룬다.
문은 이런 모양.
늦은 봄에도
나는 이집 담장을 어슬렁거리는데
거기에 홍매화가 있기 때문이다.
어제는 토요일이라 그집앞 공터에
차가 세워져 있는데
특수청소 선팅이 붙어 있다.
나는 특수청소할 대리석도
건물도 없지만
혹시 할 일이 있다면
이분에게 맡기겠다.
마당을 이리 공들여 깔끔히
가꾼다면
청소도 엄청 꼼꼼히
잘 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