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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하뜰 방문기

by 발광머리 앤

한가한 토요일 아침이었다.


젊어서는 애들 다 내보내고

아무도 없는 빈둥지가 빨리 되기를

꿈꿨는데 도둑같이 그 날이 왔다.


뭐 껀수가 없나 싶어 이웃 블로그도 들어가보고

카페도 들어가보고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는데


갑자기 꽃마당 까페의 초하뜰님이 국화모종이 많으시단다!


그래서 급히 댓글과 채팅을 하고 길을 나섰다.

넓은 고속도로도 있고 자동차 전용도로도

있건만,


경주 건천을 가는 옛날 도로로 건천에서 운문가는 길로

운문에서 912번 도로를 타고 구불구불 돌아갔다.


912번 길은 청도에서 건천으로 갈 때

늘 가보고 싶었던 길이었는데

이번에 그 길을 갔다.

초여름 시골길을 달려

초하뜰에 다다랐는데


예전에 꽃마당에서 봤던

파초도 있고

알고보니 사진으로 몇번 봤던 마당이다.


어찌나 정갈한지

게으른 나는 풀뽑아 다른 꽃 밑에

둥그려 넣으며

일종의 멀칭이라고 애써 위안하는데


그런거 하나 없다.


2년차 게으르고 무식한 가드너가

선배가드너에게 특급 과외를 받고

(뭘 심어야 하는지, 질문 답변)

대품 국화 외 여러 모종을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길에 건천 감로당에서 쫄면을 먹을

생각으로 왔는데

재료소진으로 문을 닫았다.

문고리 잡고 울 뻔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건천장날 이었군!


집에 와 내 마당을 보니

오늘 아침까지만해도 볼만했는데

갑자기 쑥대밭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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