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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장미에는 이름이 있다

by 발광머리 앤

유튜브에 블로그에

긴 영어이름의 장미를 끝도 없이 올리는 분들이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장미가 다 똑같은 장미지

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꽃마당에

담장에 넝쿨장미를 심을까요 능소화를 심을까요?

라고 물었을 때

장미는 벌레가 많다는 댓글에 맘을 접었다.


그러던중

인터넷 장미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장미를 구입했다

덩굴하나 관목 하나

병 안드는 걸로다


나는 원래 충동적이다

고등학교때 성격검사에

충동성 99 사려성 97

극단의 성격이 골고루 높은

이상한 성격인데

충동성이 2점 높은 관계로

생각은 무지 하지만 충동적으로 결정한다.


올 봄에

관목장미를 분명 보라색으로 샀는데

봉우리가 빨갛다

오배송인가 했는데

정말 보라색 장미가 핀다.


이름도 잊었다가

다시 쇼핑몰에 들어가 구매목록을 확인하니

'노발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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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실물의 발끝도 못 따라온다.

흰 넝쿨장미는 바깥에 빨간 점이 콩콩 박혀있다.

그것도 너무 예쁘다.

그 후로 장미에 미쳐서

이 인터넷 쇼핑몰

저 인터넷 쇼핑몰을 배회하며

이름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그루 더 들였는데

장미가 거의 다 팔려서 살게 얼마 없었다는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다


긴이름이 저절로 외워지는데

헤르쵸킨 크리스티아나

살구색과 분홍색을 왔다갔다 하는데

정말이지 이 꽃을 보면 온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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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미나

덩쿨장미인데

냄새가 꼭

아침에 세수하려고 비누칠할 때 나는

상큼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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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이건 아직 제대로 꽃맛을 못 봤다.


알래스카

하얀 덩쿨장미인데

가장자리에

빨간 점이 점점이 박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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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가다가 만원주고 사온

핑크 장미

싸게 샀는데 기특하기도 하지

꽃도 잘 피고


아직 꽃한번 안피운

키스미케이트

꽃이 피어야 키스를 하던가 말던가 하지


내 첫사랑 장미

노발리스


청도가는 길

꽃집에서 눈도장을 찍고 온

블루문


장미 블로그에 올라왔던

피아노 시리즈


내년엔 장미들을 전진배치 하리라!


동네 산책을 하는데

장미만 눈에 띈다.


산책길에

진한 핑크색 이쁜 장미가 있다.

갈 때마다 눈맞춤했다.


장미 삽목을 설명하는 유튜버중

어떤 남성분은

가위를 들고가서 잘라서 튀어라!

라고 한다.

다른 여성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심성이 고울터이니

정중히 한 가지 잘라주십사고 부탁하라고 하는데


숫기가 없는 나는

잘라서 튈 준비를 하다가

막상 장미 앞에 서면 그럴 수 없어서

대문앞을 넘보며 주인이 나와서

우연히 마주치길 바랬다.


그러던 어느날

장미 근처에 있던 양달개비랑

박하랑

기타등등 꽃들이 싹 없어졌다

깜짝 놀라 보니

장마 전에 가지쳤다!

쌓아 놓은 풀더미에서

잘라놓은 장미가지를 발견했다!

얼른 줏어다

삽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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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전리품: 장미 가지와 황룡사지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살구


장미를 들고 튀라는 남자 유튜버의

방식으로 삽목을 했더니

싹이 난다!


어제 보니 새 잎을

벌레가 먹었다.

매일매일 가서 지켜보고 있다.


장미 삽목이 성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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