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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Dec 07. 2022

반나절 통영 여행, 임윤찬 공연 후기


점심 먹고 울산에서 출발했어요.

그래도 월급받고 다니는 직장인데 얼굴을 비치고 가야 할 것 같아서요

표를 얻고도, 혹시 당일 급한 일이 생기면 못 갈듯 하여 조마조마했거든요.


네비를 찍으니 진영쪽으로 가라기에

거제도를 지나가면 좋을 듯 하여, 일차 목적지를 블루오션 휴게소로 정했습니다.



거제도 블루오션 휴게소에서 본 바다입니다.

나름 바닷가에 살지만 우리동네 바다랑은 조금 다르네요

여기서 잠시 쉬며, '이게 현실인가???'


8월 말에 윤찬림 피아노를 우연히 듣고

귀에 꽂히는 또랑또랑한 음색이 신기하여 찾아듣다가

4개월만에 왕복 300키로 공연을 보러가다니욧


그 전엔 장미 까페에서 얼쩡거렸는데

요즘 드나드는 까페 순위가 바뀌었어요 ㅋㅋ

근데 장미 까페에서 어떤 분이 (아마 이 까페 회원일지도 모름) 윤찬림 cd

를 카페 크리스마스 선물로 내걸었어요


장미와 윤찬림 어쩐지 관계있어보이지 않나요?


각설하고

가덕도 거제도를 지나는데

우리나라가 참 아름답더군요. 3년차 새차의 현재 주행거리가 75000으로

돌아다닐만큼 돌아다니는데도, 아직 이렇게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있다니

이순신장군이 활동하시던 그 남해의 작은 섬들이 참 아름다워서 앞으로

종종 이쪽으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도착후 금강산도 식후경, 아니 윤찬림도 식후경이라고

중앙시장에 들러 원조 밀물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습니다.



원래 먹는거 잘 안찍는데 후기를 남기겠다고 표를 얻으며 게시판에서 약속을 했기때문에

찍었어요. 통영 여행기에서 어느분이 추천한 곳인데 멍게인지 성게인지 비빔밥은 내 취향이

아니라 굴국밥을 시켰더만, 내가 해도 이보다 낫겠다는 .. 콩나물은 살아돌아다니고

무는 설익었고, 국물은 싱겁고 아마, 식사시간이 끝나서 가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반찬은 맛있었어요.

제대로된 시간에 주력메뉴를 시킨다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나서 향한 곳이

또 어느 분이 추천한 당포성지

가톨릭 신자인 저는 무슨 성지인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조선조에 쌓은 성터라고 ㅠㅠ


여튼 5시 10분에 해가 진다고하여 시간맞춰 갔습니다.



올라가자마자 제 취향(어느 블로그에 전망좋은 펜션으로 가여 덜 걷는다고 하여, 그쪽에서 올라간 전망)

서쪽은 이렇게 해가 지고


동쪽에선 이렇게 보름달이 올라옵니다. 보이시나요? 성벽위에 붙은 보름달이?

나안으로 보면 더 멋있어요.

담번 통영에서 윤찬림의 공연이 더 있다면(꼭 있기 바라요, 올해 윤이상 경연대회 입상한 한재민군과 듀엣도 했으면 좋겠고, 기타등등) 꼭 가보세요.



전생에 늑대였는지 달만 보면 환장을 하는 제가 계속 달을 찍습니다.



달이 조금 더 올라왔고요



그 사이 해는 조금 더 내려갔습니다.

지구가 도는 속도가 느껴져요.


혹시 늦을라, 글고 예기치못한 변수가 생겨 공연을 못 볼까봐 한 30분 넘게 머물다 음악당으로 향했지요.

많은 분들 사진을 찍기에 저도 한 번 찍어봤습니다. 화면에 윤찬림만 뜨면 찰칵거리는 소리


사진 찍고 밖으로 나갔더니 달은 저만치 떠 있고 달빛에 빛나는 바다

늘 마음으로 그리던 풍경인데요. 보름달에, 바다에, 윤찬림에,



제 그림자도 보이시나요?



7시가 되자 음악당 안으로 들어가 피아노 한 번 찍고 핸드폰은 끄고 가방속으로



이게 여행기인지 공연 후기인지

여기까지 쓰고나니 헷갈리네요.


음악에 일천한 제가

이번 공연을 보며 느낀 것 몇 가지


카페에서 이번 공연 곡 예습을 조금 보고 갔고

바흐의 신포니아는 좋아하는 곡이라 계속 들으면서 다녔고


두개의 전설은 듣다가 재미없어서 포기

단테를 읽고도 재미없어서 포기했던 곡이었어요

(여기서 제 음악적 수준이 딱 드러나지요?)


근데 신포니아는 역시 좋았지만

두개의 전설은 현장에서 들으니

정말 좋더군요.


프로그램북에 보니 우와조? 이건 새라는 뜻인데?

프레딕션? 예언이라는 거 아닌가? 프란치스코 성인이 둘이 있었단 말이야?

하나는 새한테 말을 하고 하나는 물위를 걸었다고?

곡에 대해 제대로 읽은 건 처음이었죠.


60이 가까우면 원래 그래요.

읽었는데 첨 읽는 느낌


윤찬림이 인터미션이 끝나고 연주를 하는데

정말 새가 지저귀더군요.

학생들이 막 떠들다가 선생님이 말을하면 점점 조용해지는 것처럼

새소리가 점점 줄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말이 들리는 듯 해요.


물위를 걷는 프란치스코에서는

정말 여기서 물위를 걷는구나가 이 문외한의

귀에도 느껴져요

이제 물에서 내렸구나 ㅎㅎ 이런 스토리가


결국 음악도 스토리였던 거에요.

기승전결이 있는

전 이때까지 음악은 그냥 아름다운 하모니, 리듬의 연결 혹은 나열인 줄 알았거든요.


단테는 또 어땠고요(왜 여기서 그 음식파는 여인-이름 생각 안남, 이 뭐시기이던가???

홈쇼핑에서 팔다가 **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하는 그 어조로 읽어주세요)


저 18세 소년이 저 지옥과 연옥의 고통을 안다고?

정말??


마지막 음이 울리는데 그 여운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여운안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고 느끼는데

그는 일어나고, 일어나자마자 박수를 치는데 얼마나 아쉽던지.


엉덩이 무거운 저는 끝까지 앉아서 박수치다가 마지막 몇번은 일어났지요 ㅋㅋ

두번째 앵콜곡인 시칠리아노 정말정말 좋았어요.

부끄럽지만 눈물이 났어요. 내 영혼을 와서 두드리는 것 같은, 슬픈데 아름다운 소리.

그 뎅 뎅 뎅 하는 부분.


지금도 시칠리아노 다시들으면서 후기 쓰고 있어요

오늘 낮에도 계속 들었다는.

자꾸자꾸들어서 역치수준이 낮아져서 무뎌져야 하는데

그날이 과연 올까요??


당일로 집까지

180키로를 달려서

12시 10분에 도착했습니다.


행복한 반 나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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