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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r 03. 2023

흘러흘러
피아니스트 배진우 리사이틀


클래식은 종종 들었으나

휘발성 두뇌로 인하여 작곡가와 연주자, 곡명을 연관시켜 외우는게

힘들었던 나에게

어느날 또랑또랑한 피아노 음이 귀를 때렸다.


듣다보니 어느새 통영 음악당으로,

로마 연주회로 따라다니게 되었다.


여기서 끝나나 싶었는데

임친친도 알게되고,

손민수 교수님도 알게되고

호박덩굴 뻗어나가듯 아는게 점점 많아진다.


장에 가도 떨이를 좋아하고

수퍼에 가도 막판 할인에 눈이 가는데(사실 눈이 뒤집힌다고 표현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양도표만 보면 스케줄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하야

양도표를 건네받아

배진우님 리사이틀에 가게 되었다.


작긴 하나 객석이 거의 다 차고

이래저래 들어보건대

나처럼 윤찬님을 통해 건너온 분들도

다수 계신듯 했다.


윤찬림이 대중으로 하여금

자신 뿐만 아니라 그를 둘러싼

어린 젊은 피아니스트에게도

관심을 돌리게 하고, 그들의 예술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하는 것 같았다.


예습도 안 해가서 잘 모르지만

윤찬림 공연을 스크린에서 볼 때

입을 벌리고 웅얼거리는 걸 종종 보았는데

입은 벌리나 소리는 안 났는데

배진우님의 공연장은 아담해서 그런지

허밍소리가 들렸다.


"이게 그거구나."


공연을 보고 들으면서

윤찬림과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보았다.


지금은 손민수 선생님의 화면을 틀어놓고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 셋이 건반을 터치하는 모습이나 자세나

뭐 이런게 조금씩 비슷하고 살짝씩 다르다.


예전에 같은 지도교수님을 둔

선후배들이 책을 쓴 적이 있는데

책이 나오고 보니 한 사람이 썼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다른 점은

색깔이 다르다.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윤찬림이 맑고 높은 소리를 낸다면

배진우님은 훨씬 묵직하고 파워풀한 소리를 낸다.


통영에서 윤찬림의 연주를 들었을 때

나에게 만약 영혼이 있다면

시칠리아노에서 나오는 저 저음과 공명을

같이하는 영혼일 거라고 생각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도레미파솔라시

처럼 음에 따라 색깔이 다르고

우리가 자신과 결이 같은 사람을

알아보고 가까이 하듯

하늘나라에 간다면

같은 공명의 음을 내는 영혼들끼리

같은 색깔로 모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둘은 다른 색깔의 음을 내고 있다.


인상적이었던 건

아주 힘있는 저음을 내고

페달을 밟은 채로 한참 있는데

피아노가 혼자서 노래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곡을 시작하는데

시작하지 않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서

"연주하기 싫은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 연주자라면 안 그랬겠지만

내가 아무래도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ㅎㅎ


프로필 사진에는 어른스럽게 나오는데

공연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훨씬 친숙하고 귀여운 연주자이다.


공연을 보고

이 피아니스트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윤찬림이 반클라이번 우승으로 유명해기 전부터

팬카페를 만들고 윤찬림을 응원해왔던 선배 아티끌님처럼


그들에게 행운이 함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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