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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r 12. 2017

출석부가 사라졌다

출석부가 사라졌다. 세상이 좋아졌는지 어쨌는지 위치기반 서비스라나 뭐라나 하는 걸로 학생들이 앱 하나 설치하고 강의실에 들어와 있으면 자동으로 출석체크가 된단다. 교수도 앱을 설치해야 한단다. 


첫 수업시간에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명사든 부사든 형용사든 한마디로 표현하라고 했더니 대학입학하고 처음 듣는 수업이라고 떨린다, 두렵다, 다시 고등학교로 가고 싶단 말들을 했다. 가끔씩 수업시간에 주제를 하나 주고 대답대신 말하도록 했다. 그러면 나도 재미있고 아이들을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들도 신나하고. 가장 맘에 드는 대답을 하는 학생에게는 선물도 준다.


그런데 이제 출석을 안 불러도 된단다.

처음 선생이 되었을 때는 책상 앞에 아이들 사진을 붙여놓고 이름을 외웠다. 80명이 한 반이었는데 그 아이들 이름을 거의 다 외웠던 것 같다. '거기 파마한 애', '빨간 옷 입은 애'이런 식으로 안 부르고 이름을 부르면 아이들이 깜짝 놀랐다. 


요즘이야 얼굴과 이름을 외우진 못하지만 그래도 이름이라도 익숙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못 하게 되었다. 


이런 기술의 발전이 과연 좋은 것일까? 사람들 사이를 더 멀게 하고 편리를 주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 

나는 출석을 부르고 싶다. 출석을 부르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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