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동사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광머리 앤 Apr 07. 2017

트라우마는 어떻게 유전되는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꺼내 든 책이다. 작년에 트라우마에 관한 책을 몇 권 찾아 읽긴 했다. 책 앞엔 복잡하고 어려운 말로 여성이 임신했을 때 받은 충격이나 트라우마가 여 태아의 몸속에 어떻게 남겨지고 그것이 또 후세대에 어떻게 물리는지를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설명한다. 

나야 뭐 트라우마 혹은 상처, 심리적 자국들이 신체를 통해 적어도 3대까지 대물림되는구나 정도 이해하고 말았다. 


저자 자신이 갑자기 눈이 잘 안 보이게 되어하던 일과 살던 곳을 떠나 '도'를 찾으러 떠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여기저기 다니며 스스로를 치유하고자 하였으나 마지막에 받아 든 말은


                                                 "집으로 돌아가라, 네 어미 아비에게 가라"


는 말이었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을 마침내 받아들이고 돌아와서 부모와 화해하고 관계를 바로잡았을 때 자신의 마음속의 문제 더 나아가서는 안 보이던 신체적인 문제까지 치유된다.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트라우마로 인한 문제들을 핵심 언어 접근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갑자기 이유도 없이, 혹은 삶에서 트리거를 접한 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려움, 외로움, 좌절 감등이 부모나 조부모의 트라우마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몇 가지 흥미로운 예를 제시하기도 한다.


"토드는 아홉 살 때부터 펜으로 소파를 찌르고 다른 사람을 공격한다.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를 하다가 안 되어서 저자에게 왔다. 토드의 아버지에게 들은 할아버지의 삶은 다음과 같다. 폭력적이었던 토드의 할아버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때리고 급기야는 찔러 죽이기까지 했다. 가족들은 이러한 아버지의 악행을 감추었다. 토드는 아버지와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감추어온 할아버지의 삶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알지 못했던 조상의 삶을 동일시하기도 하고, 보상하기도 한다. 다음은 보상의 예이다.


"교도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존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3년을 복역했다. 자신이 모함당했고 복수해야겠다고 다짐하던 존은 아버지가 동업자를 살해한 혐의로 고소당했던 적이 있음을 알게 된다. 세부조항 때문에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사실은 가족 모두 아버지가 유죄라는 걸 알았다. 아버지는 죄를 짓고도 빠져나왔으나 아들은 죄를 짓지 않았는데도 복역을 해야 했다. 존이 재판받은 나이는 아버지가 재판받은 나이와 같았다."


이러한 예들을 나열하면서 저자는 우리의 심리적인 문제들 중 상당 부분 몸안에(무의식이 아니라 신체에 남겨진) 저장되어 있던 조상들의 트라우마라고 주장한다.


나는 버트 힐링거의 가족 세우기 책을 몇 권 보았고, 실제 워크숍(한국에서 하는) 참여해보았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가 더 쉬웠다. 나는 어렸을 때 이유도 모르고 울었다. 자려고 누우면 인생이 너무 두렵고 슬펴서 울다가 옆에 언니가 깰까 봐 거꾸로 누워서 언니 발치에서 울었다. 또 사는 게 힘들었다. 내 몸을 위해서 약을 먹기도 싫었다. 


나는 이런 감정들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떠오르는 핵심적 언어를 찾으라고 한다. 그리고 핵심 언어로 묘사하라고 한다.

예를 들면,


"내 어머니는 ~하다/ 나는 어머니의 ~를 탓한다."


이를 아버지, 연인, 남편, 아내에게도 적용해보면, 드러나는 패턴이 있을 것이라고 한다. 


또 핵심문장은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가장 나쁜 일은~이다."


예를 들면,


나는 철저히 혼자다/그들이 나를 거부한다/그들이 나를 떠난다/내가 그들을 실망시킨다 등이다.


즉 내가 늘 실패하는 지점이다. 


이런 핵심 언어를 쓰고 이와 연결된 가족의 트라우마를 적고, 이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름을 적고 글을 쓰고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그들이 어떤 마음이었을지, 어떤 일을 겪었을지 머릿속에 그려보고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관찰해 본다. 그중에 끌리는 사람이 있으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라


"당신은 중요한 사람입니다. 제가 무언가 의미를 부여해 당신을 기리겠습니다. 당신이 겪은 비극에서 무언가 좋은 것을 만들어내겠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충만한 삶을 살아갈 것이고 당신이 제게 원하는 바도 그것임을 잘 압니다."


이밖에도 치유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당신에게 일어났던 일을 반복하는 대신 제 인생을 충만하게 적극적으로 살 것을 약속합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은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일어난 일을 내 강인함의 원천으로 삼겠습니다/ 당신이 주신 생명으로 무언가 좋은 일을 함으로써 그 생명에 경의를 표하겠습니다/ 당신을 늘 제 가슴속에 담아두겠습니다/당신을 위해서 촛불 하나를 밝히겠습니다/


또 치유를 이어가게 해 주는 방법으로


책상 위에 사진 놓아두기, 촛불 켜기, 편지 쓰기, 침대 맡에 사진 두기, 힘을 주는 이미지 만들기, 한계 설정하기가 있다. 


"

매거진의 이전글 출석부가 사라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