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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Mar 17. 2017

5. 역할 분담 하기

모르는 사람들끼리 여행을 하며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8명의 아줌마가 같이 여행할 때는 돌아가면서 일을 했어요. 제가 사다리타기 앱을 준비해서 사다리 순서에 따라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그랬지요. 중간에 패키지 여행만 하다가 오신 분은 설거지를 하다가 갑자기 수세미를 집어던지며


 '내가 이거 하려고 여기까지 온 줄 알아?'


라고 하셨어요. 


여행 초반에는 조회와 석회를 하며 다녔어요. 4번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서로 알고, 규칙을 정하기 위해 날마다 회의를 해요. 돈을 맞춰보고 오늘 여행다니며 서로 불편했던 거 이야기하고 새로운 규칙을 정합니다. 서로 맘이 맞으면 많은 일을 함께 하고 맘이 안 맞으면 최소한의 숙박과 교통만을 함께 하며 서로를 피하게 되겠지요.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건 서로 처음 만났기 때문에 아무런 심리적 부담감 없이 싫은 건 싫다 좋은 건 좋다 서로의 입장을 들으며 새로운 나를 시험해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는 사람과 여행하면 기존의 관계안에서 움직여야 하기때문에 나도 모르는 새로운 나를 발견할 수 없어요.


그래서 석회를 시작했지요. 자기는 여행에 꿈을 품고 왔는데 설거지라니 가당찮다 그러시더라고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숙박과 교통만 함께 하고 아침에 밥먹는 일에서 빠질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다행히도 다른 분이 중재하시고 본인도 이해하셔서 이후에 설거지를 즐겁게 하며 여행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장보는 것은 좀 힘들어하시더라고요. 두브로브니크에서 성안에서 열리는 새벽시장에 갔는데 어떤 분은 갑자기 얼굴에 화색이 돌며 이것저것 과일이랑 채소를 사서 아침 준비할 생각을 하시는데, 이분은 뒤에 서서 너무 많이 사는 거 아니냐고 궁시렁궁시렁. 다행히 그날 아침 담당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지요.


4명이 하던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사다리타기로 순서를 정해서 일일가이드, 식사담당, 설거지 담당을 정했어요. 식사담당이 장보기까지 함께하는 걸로 하고요. 한 사람이 넉넉히 장을 보면 그걸 석회에서 결산을 하고 다음 사람이 남은 식재료를 가지고 담날 요리를 했어요. 그러다 보니 성격 다 드러 나지요. 대책없이 많이 사는 사람, 살 때마다 한마디씩 하는 사람. 하지만 회의를 하면서 이야기하면 조금씩은 변하더라고요.


여행을 하다보면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모으고 경로를 정해요. 그러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 있고, 결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이 원망하게 되요. 그걸 막기 위해 일일가이드를 정했어요. 오늘은 무조건 그 사람 말에 따르는 거에요. 이렇게 돌아가면서 하니까 언제나 먼저 결정하던 성격인 사람도 새로운 경험(남의 결정을 따라 하는 것), 늘 남에게 의존하던 사람도 책임지는 법을 배우게 되더라고요. 늘 혼자 놀던 걸 좋아하는 나는? 


"오늘은 각자 맘대로 하는 날이아!"


라고 정해줬지요. 그날은 각각 흩어져서 따로 놀았어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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