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 정하기
2년 전 잘 모르는 아줌마 8명이 여행을 떠날 때였다. 한 분은 모든 사람을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그 한 분의 닉네임은 들판, 혹은 윈드였다. 이른바 들사모의 단톡방에서 만난 것이었다. 꽃보다 청춘에서 시작한 여행 시리즈 중 여배우 시리즈를 보고 크로아티아를 찾아 나선 것이었다.
이른바 꼭누나들이었다 50대에서 60대였던 우리들은 꽃보다 아줌마, 혹은 꼭누나라는 팀명을 가지고 옥신각신했다. 꼭누나란 꼭 누나라고 불러달라는 뜻이다.
윈드 혹은 들판님은 사람을 만나면 닉네임을 붙여주었다. 그냥 자기가 떠오르는 대로. 두 번인가 만났을 때 올리비아라는 닉네임을 하사 받은 나는 이후 발광머리 앤이라는 닉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그 이후에는 앤이라고 불린다. 따라서 이 꼭누나들은 다 닉이 있었다. 윈드, 앤, 애플, 주디 등등
만나서 닉을 부름으로써 서로 평등해진다. 연령도, 한국에서의 어떤 것도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히딩크도 그러지 않았던가? 우리는 애플, 윈드, 혹은 앤 이렇게 부르며 서로 친해졌다.
3명의 아줌마와 한명의 여대생이 떠났던 작년 이탈리아 여행에서도 닉을 정했다. 나는 앤이었다. 각자 닉을 정하라고 했더니 샐리, 앨리가 나온다. 미처 이름을 정하지 못했던 한 아줌마는 '리'자 돌림으로 닉 하나를 정했다.
이름은 부모가 지어주고 남이 부른다. 여행에서는 모르는 사람과의 여행에선 스스로 닉을 정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라는 영화처럼 살고 싶어(연식 나온다)서 샐리, 그냥 부르기 좋아서 앨리, 난 닉을 두개 가지고 있는데 처음에 정했던 건 '조'이다. 작은 아씨들의 둘째 말이다. 그 후론 앤이다. 심사가 복잡할 땐 발광머리 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