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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ug 04. 2017

마르탱 파주

나는 내 삶이 놀랍고, 아름다우며 기묘하기를 바란다.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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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무기력이라는 적이 있다. 비슷비슷한 나날의 연속, 어느새 받아들인 권태, 무력한 불평불만, 나는 이것들과 끊임없이 싸운다.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험하는 삶, 발견하고 발명하는 삶, 깜짝 놀라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경탄 한 번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면 그날은 망친 날이다. 세상의 아름다움과 광기를 의식하지 않고 흘려보낸 날은 재미없고 무가치하다.


세상에 평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이 새롭다. 벽장과 복시가 속에는 괴물들이 숨어 있고, 커피 자판기 속에는 범죄가 도사리고 있다. 이성과 규범이란 대변인들과 무장군인들이 가담한 광증에 불과하다.


이 책을 썼던 때는 홀로 절망에 빠져있던 때인 동시에, 모순적이게도 기쁨에 차 있던 시기였다. 거칠고 난폭하지만 부드럽기도 한 기쁨, 그때 나는 독일에서 1년을 보냈다.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숙소가 내게 쉴 수 있는 안식처 혹은 피난처 같은 장소였고,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거기서 만난 예술가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숙소 옆 숲길을 함께 산책하기도 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파리로 돌아와서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나는 생마르탱 운하 강변에서 싸구려 포도주를 마시고, 길거리 음식들을 먹으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가 한 말들로 온몸과 마음이 뜨거워지곤 했다.


문학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나눈 말 때문에 마음이 뜨거워지는 것,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 또 세상에서 살아남고, 세상에 반격하고, 세상으로부터 숨는 방법을 생각해내는 것, 문학은 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하다. 우리에게는 지지자들이 있다. 지지자들은 때로 사물이요, 추억이요, 동물이거나 미지의 사람 혹은 죽인 이들이기도 하다. 우리의 존재 목적은 이 지지자들을 찾아내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것이다.


작가로서 내가 원하는 것은 독자들이 내가 쓴 책과 친구가 되고, 또한 내 책이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것이다.


나는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그런 책을 쓰고 싶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나를 놀라게 만드는 책, 그런 책을 씀으로써 내 안의 창고들을 에너지와 지략과 감미로움으로 채우고 싶다. 그런 책은 모든 조악한 것들과 어려움과 불안을 아름다운 무언가, 온갖 상처를 아물게 하는 무언가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2016 7월 마르탱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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