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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ug 09. 2017

군함도 보고

얼마 전에 군함도를 보고 

오늘 아들과 택시운전사를 보고 왔어요.


택시운전사가 더 생생하게 기억나고 군함도는 이미 망각이 되기 시작한 시점에서 

감상기를 써 봅니다.


아들이 물었어요. 이 아이는 군함도는 안 봤거든요 

두 영화가 어때?


군함도는 망원경으로 본 것 같다면

택시운전사는 현미경을 본 것 같아


택시운전사는 주인공 한 사람을 따라가며 마누라가 죽을 때도 현실적인 계산을 하며 

아내의 약값보다는 딸과 먹고 살 앞날을 위해 돈을 아꼈다는 사람이 어떻게 심리적 변화를 

일으켜나가는지를 보여준다면,


군함도는 멀리서 망원경으로 인간군상들이 어떤 기제로, 어떤 시스템으로 움직여 나가는지를 

그린 것 같아

라고 대답했어요.


군함도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은 내 사랑하는 소지섭(현존 배우중 내 취향으로 제일 잘 생겼다고 

생각하는, 그 쌍꺼풀 지지 않고 쭈욱 째진 눈과 기다란 손가락이 나에게는 매력 포인트)의 근육질 몸매였고, 나머지는 역사 판타지 하지만 판타지는 인간이 처한 현실을 현실보다 더 극명하게 보여준다죠. 또 비현실적인 것은 송중기지만 송중기가 마지막 적장의 목을 벨 때 그 판타지가 힘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오기를 바랐어요.


판타지도 없던 우리의 역사인식과 인간에 대한 비판적 인식, 현실에 늘 굴복하던 우리에게 판타지가 존재하면 왜 안 되나요? 판타지는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잠시 도피하는 행복한 공간이잖아요. 그 공간에서 힘을 얻어 다시 현실로 돌아와 현실을 이겨나가죠.


영화 처음 시작할 때 1945년 2월이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 자막을 보면서 8월 15일로 영화가 끝나면 최소한 해피앤딩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 광복이 우리가 얻은 것이 아니라 미국이 일본에 이김으로써 일본군 점령지에서 미군 점령지로 바뀌었을 뿐이며, 그래서 미국 말을 하던 신문물을 먹은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를 하고 친일파 청산이 되지 않고...로 이러지는 우리의 역사를 한 포인트에서 끊어 해피앤딩으로 만들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맨날 질 준비가 되어있고 비극적일 준비가 되어있고, 역시 그렇지도 끝나던 우리의 역사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판타지가 되어 우리에게 긍정적인 힘을 준다면 이 영화는 할 바를 다 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일 쳐주고 싶은 것은 일본은 나쁜 놈이고 한국은 좋은 놈이라는 이분법적 구도가 아니라 인류애적 관점에서 풀어나갔다는 점이었어요. 마지막에 배에 실린 모든 이(일본인 한국인 포함)는 단지 집으로 갈 뿐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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