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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Nov 13. 2017

미드: 트루 디텍티브

하도 볼 미드가 없어서 사람들이 추천하는 트루 디텍티브를 봤다. 


한국말로 하면 참된 형사? 하필이면 다운받은 게 스페인어였다.  자막이 영어고. 그냥 보다가 다시 영어로 봤다. 잘 못 알아들어도 익숙한 언어가 좋다


주인공은 어린 딸을 잃고 아내마저 떠나 혼자 사는 형사다. 아버지와의 관계도 그리 좋지 않다. 그의 집은 아무것도 없고 잠을 자는 매트 하나 심지어 거울도 없어서 눈 한쪽만 일 센티 직경도 안 되는 조그만 거울을 붙여 놓고 산다. 사람을 '생각하는 고깃덩어리'라고 하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시크하게 산다. 


 인생에 특별히 마음 둘 것도 없이 사건을 조사하며 살다가 살인범을 잡는다. 여러 가지 일로 일찍 은퇴를 하고 십여 년이 흐른 후 자신이 잡았던 범인이 사실은 범인이 아닌 것을 안다. 


 은퇴하고 바텐더로 일하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혼자서. 그리고 마침내 범인을 잡는다.


 범인을 잡는 과정에서 심하게 다쳐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같이 다친 동료와 퇴원하는 날 그는 말한다.


 “그런 순간이 있었어. 내가 의식불명에 빠져있을 때, 그저 어둠속에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그때 나는 내 존재 자체가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지. 


그리고 그 어둠  아래에는 뭔가 다른 게 있었어.


 뭔가 따뜻한 것이 있었어. 마치 실체가 있는 것처럼.  더 깊은 곳에. 그리고 알게 되었지. 


내 딸이 거기서 날 기다렸다는 걸. 너무도 선명하게 내 딸의 존재를 느꼈어. 그리고 난 내 아버지의 존재도 느낄 수 있었어. 그건 마치 내가 사랑했던 모든 것의 일부가 된 것 같았고, 우리는 모두 우리 셋은 그저 희미해져가고 있었지.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걸 놓아버리는 일이었고 그렇게 했어 어둠이고 뭐고 다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난 사라져갔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느낄 수 있었어 내 딸의 애정을 말이야 전보다 더 강하게 아무 것도 거긴 그 사랑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매일 밤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지. 딱 한 가지 이야기야. 제일 오래된 이야기고, 빛과 어둠의 대결이지. 처음엔 어둠만 있는 건 같지만 내가 보기엔 빛이 이기고 있는 것 같거든.”


 바로 이 말이 작가가 시즌을 통틀어 하고 싶었던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사랑 말고는 아무 것도 없고, 딱 한 가지 이야기, 제일 오래된 이야기, 빛과 어둠의 대결에 관한 이야기, 빛이 이기고 있는 이야기.


작가는 이 말이 하고 싶어서 그 반대 장면을 시즌 내내 풀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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