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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an 18. 2018

친정엄마와 남창장

친정엄마와 남창장에 갔다.

아들 아이랑 나서면서 

"엄마 같이 가실래요?"

했더니 한번 튕겨주신다.


요즘 마음의 여유가 생기셨나?

지난번까지만 해도 두 번 말도 안 하고 따라나서시더니..


여하튼 본심은 그게 아니란 걸 알기에 한번 더 권했더니

같이 나서셨다. 


우리 엄마는 집착하는 것이 늘 있다.

항상 집착하는 것은 율무다.

암으로 돌아가신 아빠 때문이다.

율무가 모든 종양 종기에 좋다고 난리다.


지난번 장에 갔을 때도 율무를 사자고 하기에

못 산다고 했더니 왜 나고 물으신다.


"우리 집은 그 비싼 율무를 살만치 부자가 아니야."

엄마의 동공이 흔들리며 웬만한 말에는 늘 대답 거리가 있는 분이

어버버버 한다. ㅋㅋ


또 초석잠이다. 

이건 뇌에 좋다는 건데 치매에 좋다고 드시는 거다 

하지만 고3인 외손녀를 팔며 사자고 하신다.


오늘도 초석잠 앞에 섰다. 할머니가 재래종 초석잠이라

한 바구니에 만원이라기에 비싸다고 돌아섰더니 

그 앞에서 영 떠나질 않으신다.

나는 엄마가 어렸을 때 나에게 했던 것처럼 갈 길을 갔다.

그랬더니 엄마가 쫓아온다.


경상도에서는 뻥튀기를 박상이라고 하는데

박상을 튀겨 조청에 묻혀 버무려서 즉석에서 강정을 만들어 파는 

곳이 있다. 

그 앞에서 오늘 엄마가 외쳤다.

"율무로 이렇게 해 주는데 얼마유?"

그렇다 우리 엄마 충청도 사람이다.


이만 오천 원이라고 하니까 거기를 손으로 가리키고 또 떠나지 않는다.

"엄마 비싸."

하고 갔더니 주인한테 카드도 받냐고 묻는다.

카드를 안 받는다고 하니 나한테 돈 꿔달라고 쫓아다닌데.

안 꿔줬다. 


마지막에 초석잠 사드리고(아이들이 할머니한테 초석잠 사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엄마 울지 마. 담에 율무 사 드릴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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