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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an 21. 2018

친정엄마와 딸기밭

친정엄마와 딸기밭에 갔다. 

한 15명이 모였다.


맘대로 따 먹을 수 있고 소쿠리에  따오면 무게를 재서 싼 값에 사 갈 수 있다.

엄마는 자신이 보통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무리할까 봐 쫓아다니며 

"엄마, 살살해."

라고 한다. 



주인이 사주는 칼국수를 먹고 마석산에 올라갔는데

목표는 마애불상(톨에 깎아 새긴 부처임)이었는데

같이 간 분들이

"우리 엄마는 나이가 훨씬 적은데도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

고 할 때마다 또 자신을 증명하려 무리할까 봐

조금만 올라가자고 했다. 



사고(?)는 딸기를 살 때 벌어졌다.

일인당 2킬로만 살 수 있다고 딸기 밭주인이 말했는데, 

우리 엄마는 딸기가 좋다고 일인당 3킬로씩 사자고 한다.

나는 이미 이 킬로씩 계산해서 소쿠리를 차에 가져다 놓았는데..

다시 가져오란다. 


주인도 머리 허연 할머니가 달라니 더 주었다.

"새로 이사 갔으니 옆집도 주고, 싸다 좋다."

그러시며 내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얼떨결에 엄마가 원하는 대로 사 와서 보니 딸기가 너무 많다.

소고기도 아니고 딸기를 9만 원어치나 샀다. 


담날 아침,

"엄마 딸기를 너무 많이 샀어. "

했더니


엄마가 

"내가 욕심이 좀 많지?"

하신다.


아직 당신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있구나 

싶어 안심이 되었다.


82에 가서 딸기로 검색해 보았다.

누구 나 같은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이 엄동설한에 딸기를 9만 원어치 산 사람은 아직 나밖에 없지 싶다.


옛날이야기에 엄마가 아파서 딸기가 먹고 싶다고 하니

눈길에 나간 어느 효자가 생각이 난다. 

그래도 나는 후끈후끈한 비닐하우스에서 딸기를 땄으니 

얼마나 운이 좋은가?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 위로가 된다-


딸기밭주인이 사준 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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