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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r 27. 2023

길 위에서 만난 붓다

남방불교 이야기 #3.  미얀마 버강 

봄에는 갖가지 꽃, 가을에는 달, 春有百花秋有月
여름에는 맑은 바람, 겨울 눈이라 夏有凉風冬有雪

마음에 걸림없이 한가롭다면 若無閑事掛心頭

이야말로 인간세상 좋은시절이라 是人間好時節


 버강 

 

Intro. 

불교의 하이라이트는 명상일 것이다. 붓다가 깨달음을 얻는 것도 고요한 숲속 보리수 아래서의 명상을 통해서였다. 아버지는 그 약한 시력으로, <아비담마 길라집이>와 <청정도론>을 읽으셨다. 그러면서“내 눈이 아주 안보여도 좋다, 이 불교의 진리를 깨닫고 마음의 눈만 밝아 질 수 있다면!”이라 하셨다. 초기 경전’니까야’를 다 읽지 못함을 아쉬워 한 아버지는 그후 명상의 세계를 자주 언급하며 궁금해하셨다. 인간이 사는 세상인 욕계를 넘어, 초선에서 4선에 이르는 색계의 세계, 그 이후 찾아오는 6가지 신통력의 세계, 그리고 무색계를 넘어 마지막 단계인 멸진정의 세계까지. 번뇌의 세상인 ‘욕계’에만 머물러있는 나에겐 그 이상의 높은 정신단계를 표현한 다른 모든 용어가 생소하지만, 아마도 욕계를 넘어선 이 선정의 세계에 대한 갈망이 아버지의 마지막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그토록 아버지가 소망하는 ‘선정과 깨달음의 세계’는 대체 어떤 느낌일까? 또 선정에 이르기 위한 방법인 ‘명상수행’이란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아버지와 함께 찾은 도시가 바로 미얀마 최고의 매력있는 도시, 버강이다.


아난다 사원에서의 명상  

 

버강은 도시 전체가 3천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불교도시이다. 이중 가장 유명한 것이 아난다 사원이다. 사원 전체는 소박한 흰색과 찬란한 황금빛이 조화되어 남성적인 장중함과 여성적인 화려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주변을 둘러 본후 아버지와 함께 사원 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사원안을 드나들고 있었다. 이렇게 시끄럽고 복잡한 곳에서는‘명상’이 안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마치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사원에는 몇몇의 사람들이 미동도 없는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조용히 눈을 감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명상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아버지와 대화를 이어갔다. 


은평초교 교실에서의 기적 


아버지: 최근 신문 보도기사에서 서울 응암초등학교 2학년 한 학급의 이야기를 본적이 있어. 이 학급에서는 매일 오전 9시에 ‘행복송’을 10분씩 부른대. “지수가 행복하고 평안하고 건강하기를, 혁주가 행복하고 평안하기를…”이렇게 부르는거야. 그런데 이렇게 아침마다 ‘행복송’을 부르고 수업을 시작한 후부터 아이들 표정이 밝아지고 싸움도 사라지기 시작했대. 놀랍지 않니? 또 어떤 교사는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그림책을 읽어주고 천천히 긴 복도를 지나 운동장까지 걸어보라고 했대. 걷기가 끝난 후 시키지도 않았는데 한 아이가 시를 써왔는데 이렇게 썼다는거야. 


“천천히 걷다보면 관찰력이 좋아지고 

관찰력이 좋아지면 못볼 것을 볼 수있네.

천천히 걷다보면 안정이 찾아오고

안정이 찾아오면 나쁜 생각은 없어져 버리네.” 


나: 저도 부탄에 갔을 때 Design for Change라는 명상수업을 시도하는 학교의 교사를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불교국가인 부탄 뿐 아니라 요즘은 서구에서도 명상교육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고 해요. 서양에서 명상교육이 체계화되는 데는 메사추세츠 의과대학에 존 카밧진 박사가 1979년 만들어 90년대 이후 활성화된‘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Mindfulnesss Based Stress Reduction)란 프로그램의 영향이 크다고 들었어요. 구글에서는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 차드 멍탄이 ‘내면검색(SIY: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마음챙김 프로그램을 개발에 직원정신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렇다면 ‘명상’은 무엇이고, 왜 현대인에게 ‘명상’이 필요한 것인가요?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지혜


아버지: 명상은 한마디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거야. 흙탕물을 가라앉혀 맑은 물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마음이란 ‘대상을 인식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어. 그런데 이 마음은 ‘원숭이 마인드(Money mind)’야. 원숭이가 숲 속에서 휙휙 뛰어다니듯, 마음이 이 곳에서 저곳으로 과거로 미래로 번잡하게 흩어져 번뇌를 일으키는거야. 명상에 해당되는 빨리어는 ‘사티(Sati)’인데 이를 우리나라 스님들은 ‘마음챙김’이라 멋지게 번역하고 있어. 영어로는 ‘mindfulness’라 번역했더라. 


나: 나의 몸은 현재를 살고 있는데 나의 마음은 ‘지금 여기’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 널뛰듯 흩어지고 있다는 건 참 아이러니네요. 그러니까 명상은 ‘지금여기’ 집중함으로써 과거의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인거죠? 


멈춤의 지혜 


아버지: 그렇지. 마이클의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나 아잔브람의 위파사나 명상강의인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를 종합해 보면, 명상이란 감정에 쫓아다니지 말고 관찰가가 되어 관조하고 흘러 보내는 것을 말해. 부정적인 생각을 남기지 않는 훈련법이지. 내 감정이 곧 내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데서 시작한다고 해. 진짜 나는 그 모든 감정들 뒤에 숨어있는 거라는 것을 ‘알아차리는’거야.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에는 개인의 상처가 자극되어 생겨난 것이 많아. 그 상처를 놓아버리는 훈련, 이것이 바로 명상인거야. 이렇게 나의 마음을 ‘관찰’하고 이에 대한 ‘알아차림’이 생기면 내 생활 속의 나의 습관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지. 


나:  그렇다면 명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수행체계를 가지고 있나요?  


아버지: 굿 퀘스천! 디가니까야 22장 <대념처 경>이 설법이 중요한데 요약하면 몸, 느낌, 마음, 법 이 네가지 마음챙김을 큰 기둥으로 삼아 수행하는 것이야. 이를 ‘사념처’ 수행이라 하지. 


딸: 사념처 수행과 아버지께서 자주 언급하는 ‘아나빠나 사띠’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사실, 몹시도 무더웠던 어느 해 여름 저는 운주사에서 4박 5일 템플스테이를했어요. 별빛명상이 좋았는데, 구체적 명상방법을 배우지 못했어요. ‘호흡’만 하라더군요. 그런데 이 호흡으로 대체 뭘 얻을수 있지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나빠나사티 (들숨날숨)호흡법 


아버지: 그것은 니가 잘못안 것이란다. 남방불교 명상수행의 핵심은 바로 네가 운주사에서 조금이라도 맛본 그 ‘들숨날숨 호흡법’ 마음챙김이야. 거창에서 <붓다선원>을 책임지고 계신 진경스님은 이를 아주 쉽게‘숨보기’라 하더라. 붓다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념처 수행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아라한에 이를 수 있다고 부처님을 말씀하셨지. 그러니까 이 들숨날숨 호흡법(아낫빠나사띠)을 기본으로 자애수행, 부정관 수행, 붓다수행, 여러가지 명상주제로 수행하며 명상의 단계인 초선정에 이르고 그 이후 더욱 깊은 수행을 통해 사선정 그리고 무색계 4단계의 선정을 거쳐 불교의 최고목적인 열반에 이르는 거야. 그 수행의 핵심인 “아나빠나사띠”는 16단계로 이루어져있어. 

 

“아낫빠나사띠”의 호흡법을 축약해서 간단하게 한번 살펴볼까?


호흡을 할 때, 길게 들이쉬면서 ‘길게 들이쉰다’고 꿰뚫어 알고, 

길게 내쉬면서는 ‘길게내쉰다’라고 꿰뚫어 안다. 

짧게 들이쉬면서는 ‘짧게 들이쉰다’로 꿰뚫어 알고, 

짧게 내쉬면서는 ‘짧게 내쉰다’고 꿰뚫어안다. 

‘온몸을 경험하면서 들이쉬리라’고 공부짓고 

‘온몸을 경험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짓는다 

…. (중략)…’

놓아버림을 관찰하면서 들이쉬리라’며 공부짓고, ‘

놓아버림’을 관찰하면서 내쉬리라며 공부짓는다.


『맛지마 니까야 』62장의「긴 라훌라 교계경(Maharahulovada Sutta)」


나: ‘꿰뚫어 안다, ‘공부짓다’ 이런 말들이 생소하게 들리네요. 


아버지: 사념처 수행이란 들숨날숨을 기초로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부터 무상, 고, 무아까지 마음챙기는 단계적 수행을 통해 해탈을 이루는 거지. 말은 쉽지만 나도 초짜야. 하하. 나는 겨우 태국의 한 밀림사원에서 태국스님들의 수행에 잠시 참여해본게 전부야. 


네 가지 마음챙김의 확립(四念處) 

 

아버지: ‘사념처(四念處)’는 각각, 몸(身), 느낌(受), 마음(心), 법(法)을 말해. 그러니까 명상을 할때는 바로 이 네 가지에 대해 각각을 깊이 관찰해야한다는 거지. 우리 몸은 수많은 물질로 이루어져 있지? 남방불교에서는 우리 몸의 구성성분을 32가지로 세분화해서 나누고 있어. 이렇게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몸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고 몸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주의깊게 관찰하는거야. 


두번째는 느낌(受念處)에 대한 관찰이야. 느낌은 총 6가지가 있어. 괴로운 느낌과 즐거운 느낌이 있지. 그리고 괴롭지도 즐겁지 않은 느낌이 있을거야. 그런데 즐거운 느낌은 또 다시 육체적 즐거움과 정신적 즐거움으로, 괴로운 느낌도 육체적 괴로움과 정신적 괴로움으로 나눌 수 있지. 육체적으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과 정신적으로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까지 총 여섯가지의 느낌에서 사라지고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는게 두번째야.


세번째는 마음(心念處)에 대한 관찰이야. 아비담마 불교에서 마음은 탐.진.치에 뿌리를 둔 89가지 또는 121가지로 분류할 수 있더라. 나는 각묵스님의 책 <아비담마 길라잡이>에서 본건데 아직 다 이해할 수는 없어. 아마 네 글을 읽는 독자도 이해하지 못할거야. 하하. 아무튼 이 마음이라는 것을 남방불교에서는 매우 세분화하여 욕계와 색계, 무색계에서 일어나는 마음까지 89까지 열반의 마음까지 합하여 총 121의 마음을 분류하여 관찰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고유한 성질을 가진 동시에 찰나성을 지닌 세상 모든 존재의 본질, 즉 무상, 고, 무아의 법(dhamma)을 관찰하는 거야. 이렇게 네가지를 하나하나 관찰함으로써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본 것이지. 이 네가지 마음챙김을 통해 수행자는 욕계를 벗어나 색계로 그리고 다시 무색계로 정신의 수준을 높여나가는 것, 이것이 명상수행이야. 


나: 그렇다면 아버지가 도달하고 싶다는 초선정은(사마티)은 무엇인가요?  


네 가지 선정 


아버지: 색계는 다시 초선, 2선, 3선,4선의 4단계로, 무색계는 공무변처, 식무변처, 무소유처, 비상비비상처의 4단계로 나누어지지. 그리고 수행의 최종목적인 열반이란 바로 이 무색계의 마지막 단계, 비상비비상처를 지나야 이를 수 있는 곳이야(9차제정). 그런데 각각의 단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달라. 욕계를 벗어난 상태가 초선정이야. 이 초선정을 구성하는 요소가 다섯가지야. 즉, 일으킨 생각(심), 지속적고찰(사), 희열(희), 행복(락), 평온(정)이야. ‘심사희락정’ 5가지가 내가 초선에 이르렀음을 알게해주는 5가지 구성요소라는거지. 그리고 이 요소들이 하나하나 더 높은 수행을 통해 없어지게하여 마지막 평정심만 남게되는 사선정에 이르게되지. 


나: 아, 너무 어려운데요. 차라리 박사학위 하나 더 하는게 쉬울지도 모르겠네.  


아버지: 일단,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말고, 하루 한번 최소 3분-10분 만이라도 편안하게 등을 곧게 하고 가슴을 펴고 호흡에 집중해봐. 회사 근무 중 책상이나 벤치에 앉아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야. 그렇지만 진경스님은 최소 30분에서 1시간, 2시간까지 숨보기를 할 수 있으면 마침내 눈 앞에 빛이 떠오른대. 이것은 ‘니미따’라고 하지. 그 빛을 개발하면 비교적 쉽게 수행을 할 수 있다더라. 


포도알 명상법 


딸: 저도 여행오기 전 명상에 대한 아빠 서재에 있는 명상관련 책을 읽긴했죠.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이 ‘포도알 명상법’이더군요. 한번 설명해볼까요? 

일단, 손바닥 위에 건포도 한알을 올려놓아요. 그리고 건포도를 한번 가만히 들여다 보는거죠. 그러면 건포도의 겉면이 번들거리고 더 자세히보면 작은 홈도 보여요. 그리고 한번 건포도를 또 입에 넣어봐요. 주름이 잔뜩 진 이 작은 물질을 혀로도 굴려보고, 몇 분 후에 오른쪽 위아래 어금니 사이에 놓고 천천히 씹어도 보는거죠. 이렇게 한 10분정도 건포도 한알을 가지고 명상을 해보는거예요. 건포든 땅콩이든, 사과든 그 대상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것은 그 대상이 무엇이든 하나의 대상에 마음을 집중해보라는거죠. 


아버지: 건포도 한알을 관찰하는 일종의 ‘먹기명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고엔카의 명상수행법, 이 곳 미얀마에 파옥 명상센터, 양곤의 마하시 국제명상센터, 틱낫한의 플룸빌리지 수행 등이 모두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상센터로써 각자의 수행법을 개발해 놓고 있어. 그런데 명상이란 꼭 이런 훌륭한 장소가 없이도 가능한거야. 붓다는‘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靜)’이라고 해서 걸을 때나 서있을때나 앉아있을때나 누워있을때나 말할때나 침묵할때나 움직이때나 정지해있을때나 언제든지 명상을 할 수 있다고 했어. 

 

체험으로의 명상수행 

 

나: 세계 명상대전을 주관해 오시는 각산스님의 수행일기 일부를 스크랩했어요.  

 

“어제 저녁 수행부터 일어난 희열 때문이다. 새벽 2-3시에 무의식에서 호흡에 들자, 몇 초도 되지 않아 몸은 주체할 수 없는 흥분 상태에 돌입했다. 어릴때 소풍 가기 전날 밤보다 더한 흥분감이었고 첫사랑 데이트가 기다려지는 설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황홀감에 몸전체가 떨렸다. 몸에 몇번 힘을 주고 똬리(주리)를 뒤틀어 가슴속에 설레는 것을 풀 수 밖에 없었다. 희열과 행복감이 너무 자주 일어나 고요함을 방해했다. 이정도의 수행 단계만 얻어도 환희장(歡喜藏)의 상태인데, 더 깊은 상태는 어떠할까? ”

 

아버지: 각산스님은 아마도 초선정의 경험을 말씀하신거 같아. 강한 희열과 행복감이 온다는거지. 히말라야 산위를 날으는 그 희열과 행복감을 단지 명상을 통해서 맛본다는 거 아니냐?! 그런데 말야. 초선에서 사선정까지 이르면 신통력이 생긴다는거야. 내 전생을 볼 수 있는 능력,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미래를 볼수 있는 능력, 마음으로 만든 몸을 마음대로 나눌 수 있는 능력 등등 6가지 신통력이 생긴다는거야. 이 능력을 가지면, 벽도 자유롭게 뚫을수 있고, 손오공처럼 여러몸으로 나눌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위를 걷거나 하늘을 날으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는 거지. 그러니말야, 다훈. 기독교도들이 예수가 물위를 걷고, 성난 파도를 잠재우고, 병자를 구원하는 이적을 보고 예수를 신으로 받들지? 그런데 사선정을 얻은 수행자들의 능력은 어쩌면 예수의 능력을 능가하는게 아니냐. 하하. 태국인에게 큰 존경을 받는 아잔차 스님은 어느날 명상에서 자신의 몸이 사라지고 온 우주의 물질이 다 사라지는 그런 경험을 했다는 거야. 그러나 붓다는 이런 능력을 감추라고 하며 제자들을 경계하시더라. 


나: 그렇다면 이런 선정에는 어느 정도의 수행기간이 필요한가요? 


아버지: 초기불경에 보면 각자의 근기에 따라서 7년 수행, 7개월 수행, 7주 수행, 7일 수행으로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했는데 아마도 아빠는 한 70년은 걸려야 하지 않을까. 하하. 


딸: 명상과 관련해서 ‘사마타 위파사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대체 ‘사마타 위빠사나’는 뭘 말하는건가요? 


사마타와 위빠사나  


아버지: 사마타란 고요함에 머무르는 것을 말해. 선정에 드는 것이지. 한편 위빠사나란 3특상 즉, 무상, 고, 무아를 통찰하여 꺠우칠수 있는 통찰지를 개발하는거야. 북방불교에서 말하는 지관수행(止觀修行) 또는 정혜쌍수(정혜쌍수)가 바로 이 ‘사마타 위빠사나’에 해당되는거야. 그러니까 ‘사마타’수행만으로 통찰지가 생긴다고 볼 수는 없어. 또 사마타없이 위빠사나만 수행하면 통찰지를 얻는 것이 더디겠지. 예컨데 가정에서 또는 복잡한 직장생활을 하며, 위빠사나 수행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 그래서 붓다는 고요한 숲속에서 바로 이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을 병행한 것이야. 그런데 말이야. 우리나라는 위파사나 보다는 사마타의 전통에 가까운 선불교가 주류지. 남방불교의 사념처 수행보다는 화두를 두는 수행 즉, ‘간화선’을 중시하더라. 북방불교 전통을 따르는 우리나라 불교 역사를 볼때, 선종과 교종의 갈등이 있었는데 고려시대 지눌스님이 정혜쌍수라는 이름으로 교학과 수행 두가지를 통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지. 


딸: 자, 그럼 이제 우리도 가부좌를 틀고, 허리를 곧추 세우고 가슴을 펴고, 몸과 마음을 ‘릴렉스’하여 눈을 살포시 감고 잠시 명상해볼까요? 


불교의 깨달음의 경지는 지식과 감정의 방해로부터 자유로워진 상태이다.

그것은 마음에서 온전히 이루어낸 상태를 이른다.

Dalai Lama < The Little Book of Buddh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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