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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Apr 21. 2016

그때의 낭만, 지나야 깨닫게 되는 스쳐간 사랑 같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남은 창원 생활

지금까지 회사생활 동안 힘들고 어려웠던 것만 적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래도 추억으로 남은 것을 적어보려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 속에는 사람이 있고 가끔은 낭만도 있었다. 하긴 그 당시에는 그것이 낭만인지 아닌지도 알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스쳐간 사랑처럼 말이다.


창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힘이 되어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알게 모르게 나를 챙겨주었던 많은 설계실 사람들, 리더분들, 그리고 언니들..


조금이라도 많은 것을 알게 해주려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게 하셨던 리더분들, 난생처음 가야 하는 일본 해외출장을 위해 비행기 표를 끊는 것,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는 것 등등 지도까지 건네주며 알려주신 부장님도 계셨고,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주어진 만 하루의 도쿄 여행도 감사했다. 


철없던 내가 견디기에는 회사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참 많이도 울었다. 그럴 때마다 힘내라고 어깨를 토닥거려 줬던 언니들도 고마웠고 술 한 잔 하면서 직장생활 팁을 전해 준 많은 사람들이 모두 고마웠다.  


특히 입사 후 처음으로 갔던 워크숍은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은 펜션이나 콘도를 빌려서 워크숍을 가지만 그 당시에는 민박집을 통째로 빌려서 갔다. 설계실의 몇몇 팀이 모여서 가는 워크숍은 그 준비만으로도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대부분 개인마다 차가 있지만 당시에는 인원이 반 정도만 차가 있었다. 몇몇이 시장에서 장을 보고, 음식재료들을 트렁크 한 가득 실어 날랐다. 삼겹살, 쌈야채,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술 등등. 워크숍을 가면 사람들이 모이는 시간은 늘 늦은 밤이었다. 그때부터 준비하고 저녁 먹고, 고기 굽고, 술 마시고, 그러다 보면 밤 12시는 훌쩍 넘었다. 마당 한 켠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고, 한쪽에서는 빠질 수 없는 회사 일 이야기로 갑론을박하고 있고, 또 가끔 한편에서는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했다. 


이렇게 바닷가에서 밤을 맞이하기도 했다


워크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설계실의 유명인사이기도 했는데 무형문화재로부터 수제자로 인정받는 대금 연주자가 계셨다. 자그마한 키에 동그란 안경을 끼고 늘 싱글싱글 웃고 다니시는 분이었다. 어느 워크숍의 장소가 계곡 근처였다. 1차로 저녁을 다 챙겨 먹고 몇몇이 모여서 계곡으로 내려갔다. 그날 따라 조선임 님은 흰색 옷을 입었던 것 같다.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와 대금 소리가 함께 섞이기 시작했다. 힘든 회사를 떠나서 공기 좋고 물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한 잔 술을 하면서 들었던 대금소리는 아직도 내 귀에 아련히 맴돌고 있다. 


방선문계곡음악회(대금)


그날 대금을 들려주셨던 조선임 님은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금연주만을 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셨다. 부산에 대금 학원을 차리셨는데 오픈식에 참석까지 했지만 그 뒤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회사를 떠났지만 조선임 님은 내 주변에서 가장 먼저 자신의 꿈을 찾아서 떠나신 분이었다. 


창원 생활 이후에도 여전히 회사에서는 워크숍을 갔다. 가끔은 정말 일을 하는 워크숍으로, 또 가끔은 술 마시고 노는 워크숍이 었다. 워크숍에 참석하기가 참 싫었지만 한 조직의 구성원인 이상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렇게 싫었던 워크숍이 아련한 추억이 되고, 또 그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카르페 디엠


살아가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그 속에는 늘 낭만과 추억을 찾을 수 있고, 기억의 책 속에 남겨지는 한 줄의 즐거움이 있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라.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더 깊게 느껴지는 말이다. 매 순간순간 집중하고 살아야 한다는 말, 그 말은 왜 이렇게 시간이 지나야 만 와닫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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