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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Apr 26. 2016

만났던 리더와 지금 리더인 나. 그 간극(1/2)

나를 성장시킨 리더분들

리더십은 참 어렵다. 한 마디 말로 정의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정의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리더십에 대한 개념도 참 많이 바뀌었다.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좋은 리더상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 리더십은 돌격 앞으로 형이었다. 일이 있으면 무조건 리더가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라 구성원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최고의 리더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때의 리더는 강하고 추진력이 있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했다. 부드러운 리더십은 조직에서 그다지 용납되지 않았다. 보고를 하면 큰 소리가 나기가 다반사였고 가끔은 책상 위 물건이 날아다니기도 했다.


요즘은 서번트 리더십, 코치형 리더가 또 유행이다. 결정하고 지시하는 리더가 아니라 함께 이야기해서 방향을 잡아가고 부하가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더가 각광을 받는 시대이다. 그만큼 시대의 흐름이 빨라서, 강한 개성을 지닌 구성원이 많아서 인가 싶기도 하다.


많은 리더를 만났다. 정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리더도 만났고, 리더십이라고는 손톱 끝만큼도 없는 리더도 만났다. 사고가 생기니 자신의 자리부터 먼저 찾아서 도망가는 리더도 만났고, 나보다 나이가 어린 리더로 만났다. 나를 믿어주는 리더도 있었고, 그와 반대로 내 말을 절대 믿지 않는 리더도 있었다. 칭찬으로 사람의 기를 살리는 리더도 있었고 말 한마디 한 마디마다 가슴에 박히도록 험하게 하는 리더도 있었다.


가끔은 성희롱에 가까운 말을 해서 몸 둘이라는 모르게 하거나 머리 끝까지 화를 뻗치게 하는 리더도 있었다. 요즘의 신입사원들이 들으면 당장 사표를 내겠다고 난리를 칠 만한 상황도 많이 겪었다. 그때는 그랬다. 리더는 부하를 하인 다루듯이 하는 시기였다.



이렇게 설계하면 죽을 줄 알아~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리더가 몇 분 계신다.


첫 번째는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던 가장 첫 번째로 만난 상사. 그분으로 부터는 논리적으로 업무를 하는 실제 업무에 대한 방법론을 배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세탁기설계실의 부장님. 직접적으로 함께 일을 한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알게 해 준 분이다. 일을 대하는 방법, 일을 물고 늘어지는 법, 안 되는 것을 되게 하는 법, 그리고 사람들을 이끄는 방법 등. 그분 앞에서는 안 되는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이든 생각하는 것은 현실로 만들어 내셨다. 설계실원들이 가장 무서워한 것이 하나 있다. 그분이 늘 가지고 다니는 업무수첩이다. 그 수첩에는 언제 누구에게 무엇을 지시했는지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는데 회의하다 말고 그 수첩을 펴는 순간 회의실 분위기는 살얼음판으로 바뀌었다. 그만큼 업무관리에 철저했고 신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부장님은 댁에 설치를 해서 테스트를 했는데 문제가 생기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당시 경쟁자에서 신제품이 나오면 설계실은 시끌벅적한 장날이 되었다. 산산 분해 한 세탁기 부품 하나하나를 살펴보면서 잔소리를 해대시는 통에 설계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한 번은 경쟁사의 스테인리스 세탁조를 분해하고 살펴보면서 '이런 불량 제품 만들어서 시장에 내 보내면 나한테 죽는다!'고 얼마나 뭐라 하시는지. 그 경쟁사 제품은 우리 내부 품질기준으로는 완전 불량 수준이었다.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하셨던 덕분에 LG전자 세탁기는 아직도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명품이라는 말을 듣고 이 분이 담당하고 있는 백색가전이 여전히 승승장구하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다가갔다면...


세 번째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분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난, 나를 챙기는 사람과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했다. 그분들이 다가오는 만큼 친하게 지냈다면 내 삶이 조금은 편해졌을 지도 모르겠다.

존경하는 리더분이 있었는데 그분은 알게 모르게 나를 많이 챙기셨다. 일은 물론이고 회식장소 같은 곳에서 여성으로 유일한 관리자였던 나를 꼭 챙기셨다. 회식장소에서 여러 리더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내가 구석에 있으면 '야~ 이 차장 이리 와라~'하고 부르는 것을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한두 번 그렇게 외면을 하고 나자 더 이상 찾지 않으셨다. 그냥 그게 싫었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그분 입장에서는 무시하는 듯이 느껴지지 않았을까.. 지금 정도의 넉살이 있었다면 내가 먼저 그분께 다가갔을 거다. 존경하는 분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마도 내가 존경하는 것이 들킬까 봐 부끄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분이 늘 하신 말씀이 있다. "철학을 배웠는데 철학이 뭔지 몰라."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셨던 분이다. 예전 일기장을 들추어보니 이 분에 대한 존경심이 드러나는 글이 몇 편 있었다. 최고 경영진 회의에서 약간 어눌하지만 자신의 주장은 끝까지 하시던 모습이며, 큰 소리를 내지도 않고 나서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을 수족처럼 움직이게 하신 모습 하며, 우리에게 임원 진단을 할 때 어떤 시각을 가져야 하는지를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하셨던 모습. 그런 리더를 바로 지척에서 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현재 그분은 전공하신 철학과 인사가 잘 조화될 수 있는 업무인 그룹 교육을 총괄하는 책임을 담당하고 계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리더는 LG를 떠날 때 모셨던 분이다. 당시에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별로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다른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는 그분의 생각이 많이 났다. 지나고 나서 느낀 것이지만 그분은 물심양면으로 나를 참 많이 돌봐주는 분이다. 퇴직 시점에도 여러 가지 편의를 봐주신 것은 물론 혼자 잘나서 뻣나가려고만 하는 나를 이리저리 보호막은 만들어서 함께 가려고 하셨던 분이었다. 돌이켜보면 그 분과 힘을 합쳐서 잘 했다면 환상의 궁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좋은 리더는 영원한 숙제


아무래도 사람이란 시간이 지나고 다시 되새김질을 해야만 눈 앞을 막았던 막이 걷히고 진정한 속 알맹이를 볼 수 있게 되나 보다.


많은 리더를 만나고 직접 리더가 되어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리더는 절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앞서도 말했지만 좋은 리더도 많지만 좋지 않은 리더도 많다. 리더분들을 만나면서 배울 점도 많았지만 '나는 절대 저렇게 하지 않는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훌륭한 리더가 된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는 요원한 일이다. 아마 나를 보면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는다'고 다짐을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나에게 "좋은 리더 되기"는 중요한 화두이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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