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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May 02. 2016

만났던 리더와 지금 리더인 나. 그 간극(2/2)

직접 리더가 되어보니...

내가 일을 정말 재미있게 잘 했던 때는 나를 알아주는 리더와 함께 일을 했을 때였다. 그냥 나를 믿고 일을 맡기고 내버려뒀을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왔다.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남녀가 다르지 않다.


세간에 도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여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옷고름을 풀지만, 남자는 목숨을 바친다"고... 근데 그 말은 결국 여자든 남자든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을 바친다는 것이겠지.


가끔 통화하는 예전 리더분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너는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둬야지, 이런저런 방향 지시를 하면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냥 내버려두면 혼자 고민해서 답을 가져오는 사람이었으니까." 이렇게 내 성향을 알고 존중해주시는 분과 일을 할 때는 성과가 많이 났었다. 나를 인정해 주고 나를 아껴주는 사람에게 뭔 일을 못하겠냐.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당시 전사 복리후생 담당으로 노조와 협상을 위한 자료를 만들고 있을 때였다. 협상을 하면서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무리 해도 내가 만들었음에도 자료에 대한 자신이 없었다. 그때 급여 전체 자료를 만드는 리더였던 과장님이 이런 말을 했다. "이 일의 담당자가 누구지? 너지? 그럼 그 자료를 누가 가장 많이 봤을까? 누가 가장 많이 고민했을까? 가장 많이 보고 가장 많이 고민한 넌데, 너 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을까?" 그 말이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때 이 말을 내게 하셨던 분은 현재 국내 굴지의 제약회사 인사총괄 임원으로 재직 중이시다.



대책 없이 한심했던 과거의 나


이렇게 여러 리더를 만나면서 나도 리더가 되었다. 프로젝트 리더 같은 임시 리더가 아니 공식적으로 평가와 인사권을 가진 리더가 되었다. 처음으로 해보는 인사평가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업무를 어떻게 배분하고 어떻게 업적을 평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첫 평가 면담에서 서로 할 말이 없어서 멀뚱멀뚱 얼굴만 쳐다봤던 기억이 있다. 교육을 받아야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는 지식이 많다고 리더가 되는 것도 아니다. 리더는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책임감이 뭔지도 알아야 하고 사람이 무엇에 웃고 우는지도 알아야 한다. 사람을 마음으로 감싸 안아야 하는데 미운 사람을 감싸 안는 것은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야 가능했다. 달리 말하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기억나는 황당한 사건이 하나 있다. 당시는 매달 퇴직자가 십 수명이 되었다. 그런데 급여담당자가 퇴직금 계산을 잘못해서 더 많은 금액을 내보낸 거다. 십 수 명의 잘못된 명단을 가져온 담당자에게 난 이렇게 말했다. "무슨 짓이냐? 이거 김대리 잘못이니까 책임지고 진행해. 나는 모르겠다."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조직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나는 모르겠으니 네가 책임져라'는 말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었는지. 그 뒤 일의 수습은 잘 되어서 모든 금액을 환수했지만 그 부하직원의 마음은 나를 떠나버렸다. 그렇게 나는 한심한 수준의 리더였다. 그때가 과장이었으니까 지금보다 십몇 년 전의 이야기다. 



아직도 어렵기만 한 리더의 길


그렇다고 지금은 상당한 수준의 리더가 되어 있느냐 하면... 아직도 난 리더십이 뭔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중이다. 아직도 난 여러 사람과 일을 하는 것보다는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이 더 쉽다. 


리더십에 대한 여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직장이라는 곳을 벗어난 자유로운 신분이 되면 리더십에 대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나를 데리고 일 하셨던 리더는 참 힘들었겠다 싶다. 겉모습은 여자인데 가까이 가보니 남자보다 더한 고집에, 아집은 왜 그리 많은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절대 움직이지 않고, 싫으면 싫다고 바로 얼굴을 찌푸리고, 나도 이런 부하 사원과 일을 하고 싶지 않으니 말 다하는지 뭐. 황소처럼 고집은 센데, 그렇다고 다가오도록 곁을 내주기도 않고.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곁에 오면 물어버리겠다는 듯이 날을 세우고 있는 그런 싸움닭 같은 모습이었을 거니까. 그럼에도 나를 잘 활용하셨던 분은 탁월한 리더십을 타고나신 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난, 아직도 이렇게 털을 잔뜩 세우고 있다.. 아직 멀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직장생활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뭔가 결정을 하고 움직이는 편이 아니라 미래의 특정 시점을 정할 수는 없겠지만 모른 사람이 그렇듯 결국은 조직을 떠날 거다. 그때가 되면 조금 더 성숙해져서 또 다른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여러 리더분을 모셔보고 또 리더가 되었지만 아직도 나에게 리더십은 어렵기만 하다. 하나 작은 소망이 있다면 더 이상 후회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그런 리더가 되는 거다. 그러려면 내 어깨에서, 내 몸에서 힘을 빼고 내가 편하고 타인도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시작한 요가 덕분에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 저으기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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