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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Jun 03. 2016

[잠시 샛길]직장생활, 익숙함과 진저리남의 중간 어드메

직장생활이 익숙해질 거라는 희망에 대해서..

총 3주간의 출장 기간 중 일주일이 지나고 이제 2주가 남았다. 해외출장을 이렇게 길게 온 건 처음이다. LG에 다닐 때 채용을 위해 2주 미국 출장을 갔던 이후로 최장 기간의 출장이다. 3주 출장을 가야 한다 했더니 남편은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그럼 밥해주는 임시 와이프를 구해야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출장 며칠 만에 처갓집에 가서 엄청난 양의 반찬을 얻어왔다는 카톡 보고가 들어왔다. 임시 와이프가 친정엄마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단 3주의 출장도 쉽지 않은데, 해외에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 근무하시는 분들은 참 어렵겠다 싶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이 베트남의 시골, 회사 기숙사에서 뭐 하고 있나 하는 싶다.


늘 이런 상황이다. 조금 괜찮다가 조금 또 힘들어지는 그런 생활을 반복하는 것.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고비가 있다. 3개월, 6개월, 1년, 3년, 5년, 10년.. 각각 시기마다 의미가 있다. 3개월은 정말 직장생활이란 게 이런 건가 하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는 시기고, 6개월이 되면 일은 조금 알만한 시기에 엄청나게 일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그럴 때는 내가 이렇게 일을 많이 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살겠다 싶은 느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겠지만 이 시기에 하는 일는 병아리 눈곱만큼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에 익숙해지고 점점 더 요령이 생기면서 일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재미도 는다. 그렇게 3년을 후딱 보내다 보면 다시 슬럼프다. 3년 열심히 했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 싶다. 한 것은 없는데 시간은 가고, 조만간 대리 승진인데 뭘 했나 싶다. 그 고비를 넘기면 이제 5년 차의 징크스가 온다. 대리 중간 단계. 어느 정도 일도 익히고, 회사가 돌아가는 체계도 안다. 그래서 외부에서 유혹도 많다. 헤드헌터가 가장 많이 연락을 하는 시기가 대리와 과장 초급, 그리고 차장 중간급이다. 대리와 과장은 일을 가장 힘차게 해나갈 때이고, 차장 중간급은 리더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차장 중반, 그게 약 15년 정도 근무할 때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회사에서 장기근속을 선호하다. 제대로 된 직무체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 회사에서 오랜 경험을 통해 차례차례 경험을 쌓고 실력을 쌓은 사람을 찾는다. 그래야 새로운 조직에 데려다 놔도 충분히 스스로 일을 하면서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옆길로 샜다. 직장생활이 익숙해질 수 있는 대상인가 아닌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단연코 "No"이다. 직장생활은 하나의 삶이다. 절대 익숙해질 수도 없고 익숙해져서도 안된다. 익숙해져서는 안된다는 것은 익숙해진다고 느껴지는 순간 성장이 멈추는 현실안주라는 도태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이다.


예전 직장에서 과감하게 사표를 던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힘들었지만 석사와 박사학위를 회사를 다니면서 땄고, 코칭 자격도 준비했고, 조금씩 코칭 관련 일도 했다. 물론 코칭 관련 일은 개인 휴가를 내거나 업무 이외의 시간이었다. 휴가를 내고 코칭 대상인 학생을 만나기 위해 대전으로 가는 KTX를 타기도 했고, 강의를 하러 가기도 했다. 그래서 퇴사를 하자마자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코칭 회사로부터 입사제의를 받기도 했다. 물론 가지는 않았다. 직장의 매인 상황이 싫었는데 다시 메인 몸이 된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다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때의 결정이 참 어이없다 싶기도 하다.


총 26년의 기간 중 1년을 제외하고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도 역시 직장생활은 쉽지 않다.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고, 많은 것을 고려하고, 충분히 고민하고 진행했음에도 여기저기서 불평이 들려온다. 잘했니 못했니 말들을 한다. 그래서인지 20년넘게 해왔던 일도 지금은 심드렁하다. 그리고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듣는 것도 지긋지긋하고, 이런저런 딴지를 거는 사람들도 꼴 보기 싫다.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겪는 수순인데, 점점 피하고 싶은 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가 보다. 예전에는 이런 일쯤이면 거뜬히 넘겼는데 말이다.


요즘 들어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직장생활 몇 년 안된 사람들을 모아놓고 쓸데없이 잔소리하고 있을 때. 나는 정말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들에게는 정말 쓸데없는 잔소리이구나 싶을 때.. 나도 이제 노땅으로 은퇴를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심각하게 생각을 한다. 그리고 회사 무기명 게시판에 밥맛이 있니 없니, 공휴일에 쉬니 안 쉬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글들을 보면서 너네들이 초딩이냐 하고 내지르고 싶다. 젊은 세대들을 보면서 요즘 애들은 철이 없어..하고 이야기를 하면 노땅이라 하던데, 지금 내가 그 상태인 것 같다.  


어차피 직장생활은 100% 만족할 수도 100% 불만만 가질 수도 없다. 늘 익숙함과 진저리남의 그 어느 지점이다. 그래서 그다지 크게 기대를 할 필요도, 실망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직장생활이다. 하지만 반드시 꼭 기억하고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위치이다. 지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고 그리고 지금 나의 현재 상태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쨍 차가운 날씨의 바람을 맞은 것처럼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 와의 세상과는 달라질 거다. "士(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활황이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는 혼자 일하면 죽는 줄 알았지만 지금은 당당히 1인 기업이라는 명함을 들이민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알고 있어야 하고, 그 변화를 대비해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직장생활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은 성공의 길로 끌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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