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종착역이 아니라 여정..
글을 쓰면서 계속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 하나 있다.
"나는 과연 성공했는가?"
이 질문은 처음에는 성공한 직장인이었는가 였으나 잠시 뒤 성공했는가로 질문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직장인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조직 내든 아니든 간에 일을 하는 직업인으로 살아갈 것이기 때문에 이 질문의 핵심은 성공이라는 단어다.
그를 위해 성공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필요한데 그 정의는 과연 어떻게 내려야 할까..
직장인으로 성공이라는 것을 무엇으로 이야기하면 될까? 그냥 일반적인 지위나 금전적으로 따지면 나는 분명 성공한 것이 맞다. 직장인의 꽃이라는 임원을 달았고 많고 적음을 떠나서 그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다. 가정으로도 결혼을 했고 남들처럼 칼로 물 베기인 부부싸움도 한다. 자녀가 없는 건,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 없고(삼신할미에게는 우리 부부가 별로 이뻐 보이지 않았던가 보다.) 두 사람이 살기에는 넓은 집, 부부 각자의 출근차도 성공의 잣대로 보면 적당한 수준이다. 청바지 입고 내 차 끌고 바다를 보면서 출근하는 것도 내가 원했던 바로 그 모습이니 그것도 성공의 한 요소일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시간의 제약이 있을 뿐 시도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책과 영화는 내가 원할 때 얼마든 볼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있고, 조금의 더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진다면 장기 해외여행도 문제없이 갈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나는 뭔가 새로운 것을 찾고 시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사람들, 너무나 잘 나가서 회사 전체를 뒤흔들듯이 위세를 부리다가 어느 순간 사라진 사람들, 아무런 흔적도 없이 있는 듯 마는 듯했지만 아직도 조직의 한 영역에서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처음에도 별 볼일 없어 보였고 그 결과 바로 조직에서 사라진 사람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한 나도 마찬가지였다. 일을 잘 한다고, 능력 있다고 한껏 치켜질 때도 있었고, 지시받은 일마다 재작업을 하는 통에 멍텅구리가 된 듯한 때도 있었다. 담당했던 중요한 일 때문에 나 스스로 아주 중요한 사람으로 착각도 했었다. 잘났다고 깨춤을 추면서 돌아다녔다. 그러다 그 일을 넘기도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이 서서히 멀어져 갔고 그때의 몸에 밴 오만함 때문에 손가락질을 받았다. 아주 힘든 일을 겪고 나서야 그 오만함을 조금씩 떨쳐낼 수 있었다.
그들 각자는 자신의 영역에서 아직도 조용히 또는 화려하게 자신의 역할을 다 하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조직에서 성공했느냐..라는 말이 과연 의미가 있는 말일까.
예전에는 짧고 굵게라는 말이 유행이었지만 요즘은 가늘고 길 게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란다. 시대가 바뀌고 유행도 바뀌고 삶에 대한 생각과 패턴도 바뀌었다. 아직도 대기업에서는 그렇게 하겠지만 밥 먹듯 야근하고 주말 근무하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대기업도 그래서 많은 신입사원들이 이직을 한다. 이 길이 아닌게벼..하면서 말이다. 그들의 창의성과 신선함은 한순간에 바스러진 마른 풀떼기가 된다. 그렇게 해서 살아남으면 대기업이라는 조직의 개성 없는 일원이 되는 길이다.)
성공의 기준은 이제는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Work & life Balance라는 말이 회자된 지 한참이다. 하지만 조직 내에서 그 말이 실현되기는 아직도 어렵다. 많은 한국기업의 수장들은 과거의 돌쇠같이 늦게까지 일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고 신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세상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작은 스마트폰 화면 하나로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그 화면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세상으로 나가야 하고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워야 한다.
돌이켜 보면 성공이란 그런 것 같다. 그냥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가. 잘 하고 있다면 성공한 것이고 그게 아니면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그리고 조금이라도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행복하다고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라도 든다면 그건 성공이 아닐까.
며칠 전, 전 직장동료가 커리어 문제로 연락이 왔다. 고민이 있는데 생각나는 것이 나더란다. 약 한 시간 안 되는 동안 통화를 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지금의 위치가 어떤지, 그리고 약간의 내 지식도 얹어줬다. 현명한 분이니 지금처럼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리라 믿는다. 그때 들은 이야기, 내가 예전 회사에서 부러움의, 롤모델의 한 사람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단다. 자신의 길을 찾아서 노력하고 그리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는 사람으로 말이다. 그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는 어쩌면 성공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공이란 행복처럼 종착역이 아니라 가는 여정이다. 성공의 판단은 남들이 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성공했다고 느껴야 하는 것이고 그리고 그 말로 인해 스스로의 가슴에, 몸에 따스함과 뿌듯함이 느껴진다면 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