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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Aug 04. 2016

생각 없는 무모한 도전들(2/2)

내 삶에 들어온 많은 점들. 4편

세상으로 탈출하다!


다섯 번째는 회사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것.


결혼을 하고 나서 직장생활과 개인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결혼을 하고 역할이 더 늘어났음에도 기존의 생활을 조정하기보다는 원래의 바쁜 생활에 결혼으로 인한 여러 가지 일들을 얹기만 했다. 그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몸도 마음도 지치기 시작했다. 코칭을 배우면서 만난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멘토 김건중 회장님 앞에서는 펑펑 울기도 몇 차례였다. 모두 다 잘 하고 싶었으나 그건 결국 욕심일 뿐이었다. 


내 역할을 정리해 봤다. 직장인, 가족의 일원, 그리고 코치. 가족의 일원이라는 건, 내 가족을 버리지 않는 이상 벗을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리고 코치는 내가 앞으로 원하는 역할이라 절대 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면 남는 것은 직장인. 21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그만큼의 역량도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안정적인 수입이라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나에게 주는 가치는 나머지 두 가지에 비할 것이 되지 않았다.  


채현주 님의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현실에서 일은 '그저 돈벌이'도 아니고, '감히 돈벌이'도 아니다. 사람은 다층적 존재이며 현실의 삶에는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일에도 여러 결이 존재한다. 브레튼의 일은 돈벌이의 결 하나만을 인정한다. 브레튼 앞에서 그 외의 다른 결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가하거나 순진해빠진 소리다. 일을 이렇게 돈벌이의 결로 환원해버리는 것이 합당하지 못하듯이 일에 존재하는 돈벌이의 결을 무시하는 것도 똑같이 현실을 부인하는 태도다. 활동사의 일에는 '사회적 의미'라는 결이 가장 위에 놓이겠지만 그 아래에 돈벌이의 결, 즐거움의 결 등도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 돈벌이가 전부라는 중독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돈벌이의 무게를 부인하지 않아야 얼마 큼의 돈벌이를 감당하며 살아갈지 냉정히 판단할 수 있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물론 돈과 보람과 즐거움 모두를 원하는 만큼 주는 일자리는 세상에 없다. 그러나 적어도 셋 사이의 균형점을 고민해볼 수 있어야 한다. 얼마 큼의 보람을 위해 얼마 큼의 돈벌이를 포기할 수 있는지, 또 얼마 큼의 돈벌이를 위해 얼마 큼의 즐거움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 


직장생활을 내려놓을 때, 난 돈벌이라는 기준을 과감히 버렸다. 그리고 과감한 결단 덕분에 원하던 세상에 푹 빠져서 알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경험했다. 그 덕분에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고민하지 않았던 통장잔고가 점점 줄어드는 짜릿한(?!!) 경험도 했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돈과 보람과 즐거움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함을 드디어 알았으니까.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 달이 따라왔다


여섯 번째는 부산으로 내려와서 생활을 시작한 것. 

떠난 지 20년 만에 내려온 부산은 참 낯설었다. 예전에 알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홍콩에 버금가는 센텀의 화려한 모습 하며, 부산에 살 때는 부산으로 취급도 하지 않았던 서부산도 정신없이 변화되고 있었다.


부산으로 오게 된 인연도 참 어이없다.  부산에서 Job offer가 오기 전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혹시 우리 고향인 부산에서 살면 어떨까? 당신은 전기공학 전공이니 쉽게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거고, 나는 학교에 강의 같은 것 알아보면 되지 않을까??"  그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부산에서 인사담당을 구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번 가볼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그리고 내려와서 회사 구경이나 해보라는 모 전무님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회사를 방문한 것이 바로 면접이었고 그리고 회장님의 "잘해보자"는 한 마디가 합격 통보였다.


그렇게 내려온 부산은, 조금 느린 듯한 삶의 모습, 그리고 한 번도 함께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태도 등등. 예전 원주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처럼 "참 느린" 이 부산이라는 도시에 적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적응을 한 것 같다. 가끔 출장으로 들르는 서울은 너무 복잡하고 너무 번잡한 곳이 되어 있었다. 서울은 그대로겠지만 그만큼 내가 변한 것이겠지. 


부산의 생활은 아직도 많은 것들이 낯설고 어색하지만 고향이라는 끊을 수 없는 인연이 나를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내가 완전히 정착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되었다. 


인생은 그 길 속에 늘 보물을 숨겨두고 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단순한 호기심에, 또 가끔은 오랜 고민을 한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 결정으로 인해 어려움도 겪었고, 또 가끔은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 하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결정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다. 덕분에 많은 경험을 했고, 덕분에 그만큼 성장을 했고, 덕분에 더 깊고 넓은 능력과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아마도 앞으로도 그런 결정과 도전은 계속될 거다. 늘 그렇듯이 인생은 그 길 속에 선물을 숨겨두고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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