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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Feb 14. 2017

왜 이런 글들을 내가 쓰고 있는 걸까?

직장생활에 대한 글들이 나에게 남긴 것

지난 글을 쓰고 나서 이 글을 쓰기까지 석 달 정도 걸린 듯하다.


이어지는 몇 편의 글을 써 놓고도 글을 올리지 않았다. 뭔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동화는 아니지만 앞으로 직장생활을 해 나가는데 필요한 힘과 용기를 줘야 하는데 글의 내용 중 재미있었다기보다는 힘들었다, 돌이켜보면 정말 미친 듯이 일했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내용들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과연 이 글들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될까 하는 고민이 좀 깊어졌다. 솔직히는 나도 직장생활을 쉽게 하고 싶기도 했고..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지나온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을뿐더러 과거를 바꾼다면 지금의 나는 없는 것이 아닐까.. 결국 돌아건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돌아간 목적이 없어지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3개월 동안 하고 있는 중인데 요즘 부쩍 이나 브런치 구독자가 생기고 있다. 내버려두어 조금씩 곰팡내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말이다.

요즘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읽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정말로 자기의 생각대로 사람이다. 속되게 말하면 지꼴리는대로 산다. 출판사에 끌려다니기 싫어서 소설 출간 전 계약을 하는 경우도 없고, 소설도 쓰고 싶으면 쓰고 쓰고 싶지 않으면 안 쓴단다. 하지만 꼭 지키는 건 하루에 무조건 대여섯 시간은 글을 쓴다는 사실이다. 그의 하루 일과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정오쯤에 마무리한다. 글이 잘 써져도 시간을 더 늘리는 법이 없고, 안 써진다고 일찍 일어나는 법은 없단다. 오후에는 다른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쉰단다. 그리고 꼭 한 시간 정도는 운동을 한단다. 그렇게 자유로운 와중에도 뭔가 규칙이 있는 생활을 한다. 그게 지금의 무라카미 하루키, 2006년 이후 매년 빠짐없이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거물 소설가를 만들었다.


그의 수필로 그의 일상을 훔쳐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글이든 나쁜 글이든 일단 끝까지는 가보자.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면 교정을 하면 되는 게 아닌가.. 지금 브런치에 쓰는 글이 비린내가 풀풀 나는 날것이라면 앞으로 후숙과정을 거치면 뭐가 돼도 되지 않겠냐?"

어떤 것이든 시작했으면 끝을 내야 하는 성미라 이제 다시 끝까지 가볼 참이다. 나에게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그것도 궁금하고 말이다.   


25년이 넘는 직장생활을 정리하는 글을 쓰면서 많은 기억들, 그리고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마 IMF 이후 직장생활을 시작한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할 거다. 저렇게 어려운 직장생활을 왜 계속했을까, 저렇게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싶었을까.. 하는 궁금증 말이다.


솔직히 글을 쓰는 나도 그 이유를 모른다. 내가 왜 이리 열심히 직장생활을 하는지 말이다. 


내가 금성사에 들어와서 1998년의 IMF를 겪을 때까지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대세였다.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스스로 다른 일을 찾아서 나가지 않는 이상, 아주 큰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회사는 정년까지 다녀야 하는 곳이라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대기업에 들어가면 성공이라고 했고, 미래가 보장되는 곳이라고 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 동네 어른분들도 직장생활이 쉽지 않았는지 매일 회사 내일부터 안 간다고 큰 소리를 쳐놓고 다음날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회사로 간다는 이야기를 엄마를 통해 듣곤 했다. 예나 지금이나 직장생활이 쉬운 것은 아님이 자명한 사실이다.

직장생활은 예전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거다. 직장생활은 절대로 쉬워지지 않을 거다. 그건 혼자서 일을 하나, 상사를 모시나, 부하 사원을 거느리든 언제든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그 어렵다는 직장생활을 참 잘 해왔다는 뿌듯함이 생긴다. 매 글마다 쉽지 않은 직장의 이야기를 담고는 있지만 직장생활이 늘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속에도 사람들이 서로 정을 주고받고, 서로를 걱정하고 함께 성장하고, 또 함께 노력하는 등 인간군상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일어난다. 그러면서 삶을 이어간다. 과거를 정리하니 뭔가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가 조금은 눈에 보인다고 해야 할까.. 


글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정리되지 않던 것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뿌옇던 머릿속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감정을 털어놓아 마음을 깨끗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면서 무언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 지금까지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앞으로 못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무지막지한 자신감 말이다.


시간이 가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는 시간의 힘도 알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하겠다는 아집과 고집도 없어졌다. 적당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고, 도움을 줄 줄도 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 무한대로 늘어났다. 하고자 하는 일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는 것도 말이다. 엄마 말처럼 안 한다는 있어도 못한다는 말은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는 것도 말이다.


이만큼의 여유를 가지는데 20년이 넘게 걸렸다. 현재의 늘어난 수명에 앞으로 더 늘어날 수명을 더하면 앞으로 살아갈 날이 지금까지 살아온 날 정도 남았다. 딱 반 정도를 살았다고 할까.. 그 많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무엇을 하면 행복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금 해야 할 것은 앞으로 어떻게 살면 행복할 것인가에 집중할 거다. 그리고 지금 당장 행복할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조금 더 이기적이 되기로 했다. 내가 행복한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 것이 좋을지 알아보기로. 이 글들이 내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을 알려주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좋은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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