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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Dec 25. 2018

#23. 코칭을 만나다 Ep4-에고, 이게 멘붕이구나.

코치가 되는 쉬운 방법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새로 배울 때는 기초과정부터 시작하죠. 그림을 그릴 때도 붓을 잡는 것부터 선긋기부터 시작하고요. 수영을 배울 때도 가장자리에 앉혀놓고 발차기부터 가르칩니다. 


그런데 제가 처음으로 참석한 코칭 교육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주말 아침에 천안까지 달려가서 강의장에 들어갔는데, 강의장 배치부터 이상합니다. 책상은 하나도 없이 의자만 둥그렇게 놓여있습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교재 같은 것도 없습니다. 다행히 먹고 마시는 건 많이 있더군요.

 


과정이 시작되자 각자 닉네임을 정하랍니다. 저는 그냥 바다가 좋아서 지해(知海)라고 닉네임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익히 안면이 있는지 보자마자 닉네임으로 부릅니다. 시원, 바탕, 나무, 편안 등등. 김두연 소장님과 강의 진행하시는 분과는 아주 잘 아는 사이 같았고, 다른 분들도 서로 안면이 많은 분들로 보였습니다. 교육에 참석하신 분들의 연령대로 다양합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있습니다.

 

닉네임을 사용하는 교육도 처음이고 강의장 배치도 어색하고, 교재도 없고… 이상한 곳에 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칩니다.  


'소장님이 이상한 강의를 소개했을 리는 없고, 분위기가 참 묘하네. 영 어색하지만 그래도 들어봐야지..'


다짐을 하지만 두리번두리번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모습이었을 겁니다.  

강의를 소개해주신 분이 그럴 분은 아닐 거고, 믿을 만한 분인데, 설마 나를 이상한 곳에 끌고 오지는 않았을 거야..라는 일말의 믿음이 없었다면 첫 시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릅니다.  


이날 강의는 오후에 시작이 되었습니다. 일찍 온 분들은 점심식사를 같이 했고요. 점심식사 후 나른한 시간에 빙 둘러있는 의자에 한 분씩 자리를 잡고 앉습니다. 어떤 분은 눈을 감고 있고, 어떤 분은 신발도 벗고 양반다리로 앉고요. 저처럼 몇몇의 기업에서 참석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편안한 복장입니다.  


과정을 진행하시는 분도 의자 하나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이제부터 감수성 훈련 시작합니다"라는 한마디를 시작으로 정적이 10여분 흐릅니다. 실제 시간은 그 정도 되지 않았을 수 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한 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갑니다. 


기업에서 온 몇몇은 서로 눈치를 봅니다. 이게 뭔가… 하는 듯이.. 아주 황당한 표정으로요.

 

그러다 한 분이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지금 마음이 따뜻하고 뭔가 모를 기대가 됩니다. 그런데 마음이 조금 무겁습니다."


"모임의 정적이 길어져 부담이 되었는데, 이렇게 이야기를 해줘서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무겁다고 하니 무엇이 그런지 궁금합니다."


반대편에 앉은 분이 이런 말을 합니다. 


이렇게 또 다른 분이 이야기를 받아서 다른 이야기를 하고, 10여분 이어갔는데, 제일 처음 말씀하신 분이 갑자기 눈물을 터뜨립니다. 


아니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쉬는 시간에 기업에서 오신 분들끼리 모여서 

"무슨 교육이 이래요? 이것도 교육이에요? 강사도 없고, 교재도 없고. 도대체 뭘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들 한 목소리로 교육 잘못 왔다고 울그락불그락 합니다. 

저도 지금까지 이런 교육은 처음이라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내용을 설명하려고 하면 진행자가 "설명하지 말고 기분이나 감정을 이야기하라"라고 하면서 말을 끊어버립니다. 답답해 죽을 지경입니다. 도대체 무슨 종교집회도 아니고 교육이라고 해서 왔는데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울고 난리를 칩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은 그다음 날 오후에 제가 그렇게 하고 있는 겁니다. 제 속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을 표현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그때까지 알고 있던 감정 언어는 좋다 싫다. 이쁘다 밉다 정도였습니다. 그런 몇 개의 단어로 제 감정을 표현할 수가 없는 겁니다. 내면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의 단어로 표현을 하자면, 억울함, 아쉬운, 안타까운, 노여운, 서러운, 화난, 미안한, 기분 상한,, 슬픈, 애처로운, 불쌍한, 처연한, 괴로운, 낙담한 이런 감정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에서는 슬프다는 말 밖에 생각이 나지 않는 겁니다. 흑백에서 칼라로 바뀐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렇게 제 자신의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감수성 훈련이었습니다. 


이 과정 이후에도 교육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늘 실습이 있었고 실습을 할 때마다 멘붕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 과정에 참여하신 분들의 반은 한 상담학 회의 수련자였고, 반 정도는 이미 코칭 공부를 할 만큼 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런 중에 제가 끼었으니 얼마나 한심 했겠어요. 지금으로 치면 KSC와 코칭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붙여놓고 코칭을 하라고 한 거니까요. 


덕분에 저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저와 함께 실습을 하신 분들은 진땀을 흘렸을 겁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제가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했을 거거든요. 


이후에 코칭클리닉 과정, Co-Active 과정 등을 들으면서 코칭에 점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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