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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행복코치 Jan 05. 2019

#24. 코칭을 만나다 Ep5. 서서히 변해가다.

코치가 되는 쉬운 방법

첫 코칭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나서 두 번째 과정부터는 일반적인 코칭 과정과 비슷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코칭의 스킬에 대해서 교육을 받았고 진단 결과를 피드백하는 것도 했고요. 물론 모든 교육과정마다 실습은 어마 무시하게 많았죠. 


앞 글에서 말씀드렸지만 코칭 과정에 참여한 분들은 이미 코칭에 대한 기본기를 익히신 분들이거나 한상담학회의 지도자 과정에 있는 분들이셨습니다. 칭찬과 인정을 하는 방법,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기본으로 깔고 계신 분들이죠. 그에 비해 저는 완전 초보에 아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는 문외한이었습니다.



그게 오히려 다행스러웠던 건, 이렇든 저렇든 잘하는지 못하는지 스스로 판단이 되지 않아 모르면 용감하다고 무척이나 무대포로 과정에 참여했다는 겁니다. 진행자가 고객 역할을 할 사람을 찾으면 제가 먼저 손을 들었고요.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는 데 뭐가 창피하겠어요. 게다가 최고의 전문가들에게서 코칭을 받는데, 저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안심도 되었고요. 그냥 되는대로 잘하면 잘하는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나대었습니다.


원래 제가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이 과정에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물론 진행자의 부추김도 있긴 했습니다. 그분이 그러셨죠.


"앞에서 떡장사가 '떡 사세요!' 하면 당신은 뒤 따라가면서 '나도!' 하는데 그걸 고쳐야 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청소나 반 환경을 꾸미는 걸 모두 학생들이 했습니다. 요즘은 부모님들이 하신다던데.. 당시에는 몇몇 학급 간부들이 남아서 그 활동을 했죠. 연 2회 했던 환경미화 심사를 받기 위해서는 그림도 그리고, 장식도 해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서서 '내가 하겠다'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손을 번쩍 들면서 "그거 내가 잘하니까 할게", 아니면 "내가 하고 싶어"하고 도맡아 하죠. 

저는 할 자신도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뒤로 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손을 들고 하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누가 시키면 하는 타입이었고, 하라고 하면 신나서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게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앞에 나서서 자신이 뭘 잘했는지 내세우면 안 된다고 배웠거든요. 더 재밌는 건, 그 친구들이 한 일이 잘 끝났냐면, 그게 아닌 겁니다. 잘 되지 않아서 마무리는 제가 했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를 했어도 결국 칭찬은 시작을 한 친구들에게 돌아가더군요. 


그런데 그 습관이 커서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겁니다. 


당시 직장에서 담당하고 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그것도 굵직굵직한 것으로요. 임원인사, 임원이 되기 바로 전 직급인 본부장 승진, 후계자 관리 등등 그런 일들을 혼자서 다 담당하고 있었어요. 일이 너무 많기도 하고, 다른 일도 하고 싶어서 직무 변경을 신청했죠. 워낙 중요한 일이라 그런지 금방 후임자가 결정되었습니다. 업무 인계를 하니 저 혼자 했던 일들을 과장 한 사람, 대리 한 사람, 두 사람이 받아서 하는 겁니다. 그렇게 일이 많았는데도 꾸역꾸역 혼자서 그 일을 한 거죠. 지금 생각해도 리더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죠. 


리더십에는 일을 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감도 있지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게 일을 분배하는 delegation, 즉 제 일을 자연스럽게 전수할 수 있는 후계자도 육성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거죠. 중요한 일이기에 혼자서 다 하고 싶다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일을 나누어서 자연스럽게 후배를 육성해야 한다는 걸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거예요. 

이렇게 우직하게 일하는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있습니다. 조직이 안정적일 때는 혼자서 일을 다 해주니 고맙겠지만 계속 성장하고 사람이 바뀌는 곳이라면 후계자 육성이 되지 않거든요. 그리고 가끔 그렇게 우직한 사람이 독불장군 노릇을 하면 참 환장할 노릇이기도 합니다. 


코칭 과정에서 피드백을 받고 변해보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지만, 아직도 혼자서 일하는 게 편하니 천성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그랬던 제가 리더 역할을 했으니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코칭을 배우면서 제가 그런 성격이라는 걸,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어떤 점을 힘들어했을 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약 1년에 걸친 코칭 과정으로 저는 서서히 허물을 벗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혹시 코칭이 매우 부드럽고 소프트한 기법이라고 하시는 분이 있는데요, 실제로 코칭은 그렇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속에 들어 있는 직언이 참 아프기도 합니다. 정곡을 찌르고 들어오는 말에 가슴이 찔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요 담에 이 부분을 이야기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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