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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우산 행성계

by 적진

12화 우산 행성계


"복돌이 함장, 지금 뭐 하는 거야! 벌써 일주일째 계속. 워프 한 번이면 녀석들 코앞인데 왜 안 들어가는 거야?"


진우 소령의 거친 목소리가 함교 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다려주세요."


케이는 짧게 대답하고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진우 소령의 욕설과 함께 통신이 끊어졌다.


"토우 독이라도 열어달라고 하는데요." 젠이 모니터를 보며 귀찮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독만 열어주시고, 출격은 안 됩니다."


케이는 계속 모니터를 주시하며 이야기했다.


우산 행성계의 7개 행성에서는 작은 우주선과 토우들이 요새로 모이고 있었다. 일주일 전부터 유신 백작의 함선들이 우산 행성계에 괴수와 로봇들을 풀기 시작했다. 행성 하나당 100여 마리의 대형 괴수와 거대 로봇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며 마구잡이로 부수고 다녔다. 우산 행성계 자체는 대부분 모래와 암석만 있고 물도 없어 생물도 없으며 자원도 하나 없어 제국 행성의 쓰레기 처리 행성계 중 하나인 곳이다.


기후 변화도 대부분 없는 안정된 곳으로, 각종 구형 장비를 퇴역시키거나 버리는 곳이었다. 그러다 보니 해적 '구'들에게는 수리 센터이자 부품 창고가 되어 버린 듯한 상황이었다.


우주 요새가 해적들에게 넘어간 것인지, 해적에게 뇌물을 받는 것인지 케이는 확신할 수 없었다. 유신 백작에게 거대 로봇과 괴수를 빌려 7개 행성에 풀어놓자, 숨어있던 해적들은 우주 요새로 모이기 시작했다. 케이는 지난 일주일 동안 요새로 모이는 해적들을 감시했다. 해적들은 우주 요새에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하고 있었고, 이미 요새는 해적들에게 넘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작전을 시작합니다. 다들 준비해 주세요. 우선 워프를 하면 우주 요새 주포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재워프 시간까지는 보통 하루가 소요됩니다. 우주 요새는 해적들이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바로 주포가 날아올 것입니다. 그러면 1차 나노 실드로 막지만, 피해는 50% 이상이고 운이 없으면 격침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적들의 토우가 대규모로 선내 침입할 것이고, 우린 전멸당할 것입니다."


케이의 통신에 오 기관장의 표정이 굳어지며 이야기했다.


"케이 함장, 작전이 전멸당하는 거야?"


"아니요." 케이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우선 1차 워프하고 우주 요새의 주포가..."


젠의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다.


"진우 소령의 토우가 출력을 하려고 합니다. 통신을 끊고 독에서 출격 직전입니다."


케이는 다급하게 일어나면서 지은에게 이야기했다.


"지은, 출격 전에 계획대로 실행해 줘요. 내가 가볼게요."


그리고 함교를 나가면서 말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세요. 시작합니다."


까마귀호는 케이가 함교를 나가는 것과 동시에 워프를 시작했다. 까마귀호는 우주 요새가 보이는 우주 공간에 나타났다.


역시 우주 요새도 까마귀호의 출현을 대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주 요새의 주포에 블래스터 에너지 반응이 올라가며 요새 앞 거대한 포에 에너지가 모이기 시작했다.


"더미 함 발사." 지은의 짧은 명령에 까마귀호 앞에 거대한 풍선이 펼쳐졌다.


"나노 실드 90%로 더미 함과 우리 함 구별은 어려울 것입니다."


"진우 소령님의 토우가 결국 출격했습니다."


리엘과 젠의 보고가 함교에 계속 울려 퍼졌다.


"바로 2차 워프 진행합니다." 지은의 명령에 오 기관장의 짧은 한숨이 들리며 기관실의 분주한 소음들이 통신으로 들어왔다.


까마귀호는 진우의 황금 토우와 더미 함을 두고 워프 해서 우주 요새의 정중앙 독 앞에 나타났다.


요새 앞에는 해적들의 많은 토우와 소형 함선들이 벌써 나와 있었으나, 까마귀호는 우주 요새 독 앞에 바로 워프 해서 해적들의 토우와 우주 요새 사이에 끼인 형세가 되어 있었다.


"레일 발칸." 지은의 짧은 명령에 까마귀호의 수많은 탄환이 우주 요새 정면 독으로 날아 들어갔다. 까마귀호도 우주 요새 독 방향으로 속력을 내며 우주 요새를 향해 날아들었다.


"레일 발칸 탄환 소진 50%." 리엘의 다급한 보고가 들어왔어도 지은은 표정 변화 없이 모니터만 보고 있었다. 까마귀호는 우주 요새와 점점 가까워졌고, 막힌 독과 충돌할 상황이었다. 아무리 구형 우주 요새라고 해도 외벽은 블래스터 포에 직격 받아도 버텨낼 수 있는 아다만티움으로 되어 있었다.


"어... 레일건으로는 무리 아니었을까요? 블래스터 포로도 힘들었을 텐데." 젠 소위가 걱정스러운 듯 지은을 보며 이야기했다.


지은은 웃으며 "예상은 탄환 90% 쏘면 뚫려요."


"탄환 소진 85%. 뚫렸습니다." 지은은 놀란 표정을 하더니 "유도 호밍 미사일 발사, 해병대 준비해 주세요."


까마귀호 함교에서 보이는 우주 요새 독은 전체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까마귀호에서 발사된 미사일 무리가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잠시 후 안쪽에서 불꽃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고 우주 요새 주포에 모이던 에너지 잔상도 사라졌다.


까마귀호는 우주 요새의 중앙 독 부서진 곳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까마귀호 앞쪽에서는 계속 폭발이 있었지만, 까마귀호는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새처럼 우주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도깨비 전격대" 출격합니다. 케이의 통신이 들어왔다. 푸른색 기체에 옥색 식별 마크를 한 케이의 토우가 우주 요새 안으로 출격했고, 그 뒤로 금색 토우 30기가 우주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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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 소령]


진우 소령은 케이가 답답하기만 했다. 해적들이라고 구형 토우와 소형 함정 몇 대 있을 거라 그냥 쓸어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케이 함장이 선공주를 보고 왔다는 소문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공주를 알현하는 자리에 자신과 같이 가지 않은 것도 기분이 안 좋은데, 일주일째 토우 수납 모듈에만 갇혀있어 답답해하던 상태였다.


케이의 작전 브리핑 통신이 들어오자 화가 나기 시작했고, 젠에게 출격 요청을 보냈다. 출격 불가 가 화면에 뜨자 진우 소령은 통신을 차단하고 출격을 위해 사출기로 이동했다. 진우 토우 주변 신호수와 정비 기사들은 당황해하며 진우 소령의 토우 옆으로 피했다.


진우는 까마귀호의 독 문을 강제로 열었다. 그 순간 워프를 했고 주위가 갑자기 바뀌었다. 진우의 토우는 우주 공간에 홀로 덩그러니 떨어졌고 그 뒤로 더미 함선이 나타났다.


진우는 당황해하며 통신을 열었다.


"까마귀호! 갑자기 워프 하면 어떡해!"


까마귀호는 대답이 없고 다시 워프 해서 사라져 버렸다. 진우는 당황해서 전체 통신을 공개 통신으로 바꿨다.


"나는 진우 소령이다! 다들 어디 있는 거야?"


그때 우주 요새 앞쪽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그 앞에 숨어있던 많은 토우와 함선들의 실루엣이 진우의 눈앞에 보였다.


거대한 폭발에 진우의 금색 토우는 황금색으로 빛나고, 까마귀호 더미 함선 앞에 홀로 덩그러니 홀로 번쩍이고 있었다.


잠시 후 폭발이 사그라지고, 공개된 통신 회선으로 지지직 잡음과 함께 통신이 들어왔다.


"태양 고래단, 저 니헤이와 5000명, 진우 소령님께 항복합니다."


진우는 갑자기 들어온 통신에 당황스럽긴 했지만, 해적들이 항복한다는 이야기에 신이 났다.


"알겠다. 태양 고래단 토우와 함정의 통제 코드를 넘겨라."


진우는 무슨 상황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매우 기분이 좋아졌다.


공개 통신 채널을 끄고 까마귀호 내부 통신을 연결했다. 아까 통신을 차단한 것이 계속 내부 통신망에서 차단되어 있어 내부 연락이 계속 안 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진우는 까마귀호 내부 통신에 들어가서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다.


케이와 선공주마마와 통신 중이었고, 다들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케이, 해적 토벌에 성공했다고.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유신 백작의 괴물들을 풀어놓았다고. 나는 유신 백작의 괴수들이 딱 싫어요. 징그럽게 생겨가지고. 상으로 우산 행성계 드릴 테니 잘 뒷마무리 해주세요."


선공주는 간단하게 이야기하고 통신을 끊었다.


케이의 당황하는 표정이 고스란히 화면에 나타났다. 케이는 토우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고 함교에는 지은이 있는 것으로 화면에 나타났다.


지은도 당황해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으며, 오 기관장, 오 창고장도 모른다는 표정을 짓더니 통신에서 나가버렸다.


해적들의 토우를 지나 부서진 우주 요새 독으로 들어갔다. 다 부서진 독 안에는 까마귀호가 분주하게 작업하고 있었고, 해병대들이 이곳저곳에서 해적들을 체포하고 있었다.


진우의 토우가 까마귀호 독에 도착할 때 케이의 푸른 토우도 나타났다.


"고생했습니다, 진우 소령." 짧은 케이의 통신이 들어왔다.


"어... 고생... 고생하셨네요, 케이 함장님."


진우는 어떻게 된 것인지 매우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기긴 이겼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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