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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 두 번재 이야기

흘러 흘러감 (물류)

by 적진


창고 이야기 - 흐름이 먼저냐 최적화가 먼저인가?(항상 고민 중이고 모호하고 경계를 나누기 어려움 - 다음에 이야기)



흐름



드디어 이 이야기의 핵심이고 본론인 이야기가 나왔다


실행..


실행은 하나의 흐름이다


무엇인가 흘러가는가는 것이다 움직이게 만드는 것 아니면 움직이는 것

정이나 반이니 하는 것들은 꽉 차서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가운데 창고가 생겨서

정과 반에 물고가 터쳤다고 비유해야 하나

(이기론으로 싸우던 조상님들 실학이라는 뜬금없는 학문을 바라보시는 느낌?)


초기에 입사하였을 때 고참 하나가

주말에 분석해보라고 던져주고 간 자료가 있었다

97-01년까지 생산 영업 데이터였다

적자 요인을 분석하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토요일 오전에 (그때는 토요일 오전까지 근무했으니까 지금은 불금 퇴근 전에 보고 나서던 저 준 느낌 ㅋㅋㅋ)


주말 내내 엑셀 가지고 낑낑 대다 월요일 오후에 고참에게 gg(good game :포기)를 쳤다

"대리님 제가 회계를 아는 것도 아니고 엑셀도 조금밖에 쓸 줄 몰라서 아는 범위에서 분석했습니다"

"97-00년 까지는 생산과 영업 데이터가 따로 가는데 00년부터 01년은 15일 차이로 같이 흐름이 흘러갑니다"

"그리고 99년과 00년 데이터는 오차 범위가 커서 유의성이 없습니다 97-99년 사이는 생산과 영업이 따로 가긴 해도 유의성이 있지만 99년과 00년은 전혀 유의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00년부터는 영업가 생산 데이터가 15일 주기로 따라가서 안정적 그래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알 수가 없네요"

라고 혼날 각오를 하고 이야기를 했다



*그 고참 선배는 성질 더럽기로 소문난 사람이었고 후에 회계 사고로 정리되었다

선배의 반응은 예상외로 "엑셀 좀 하네! 99년- 00년 분식이고 00년 구조조정으로 관리자가 바뀌어 01년부터는 운영이 바뀐 거다 "라고 별일 아닌 듯 이야길 했다


입사 전 일이라 내용을 알 수도 없었지만


1.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2.영업과 생산이 따로 가는 것이 아닌 같이 유기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3. 영업과 생산을 묶어주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생산에서는 생산량과 수율이 성과 지표이고 영업은 매출 수익이 성과 지표였다


요즘 말로 좋게 이야기하니 그런 것이고

현장말로 하면 생산은 불량 없이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것이 최고이고 영업은 잘 팔리는 것 많이 팔면 되는 것이다

영업에서는 잘 팔리 것만 팔려고 하고 생산에서는 수율 좋은 것만 만들려고 하니 팔리는 것은 항상 부족하고 안 팔리는 것은 창고에 쌓여만 간다


그리하여 창고에 안 팔리는 물건은 쌓여가고 자금은 부족해지고

구조조정되어 생산 관리자와 영업관리자가 나가고 한 명이 두 개를 같이 관리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게 되어 00년부터는 생산 데이터와 영업 데이터가 비슷하게 그림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일반적인 흐름으로 생산되고 판매되고 해야 하는데 판매가 막히자 생산으로 다시 못 가는 것이 가운데 쌓여 있다 즉 비여있던 창고에 물건이 쌓이게 되고 돈의 흐름은 창고의 물건으로 바뀌게 되어

자금 부족으로 원료를 못 사고 생산성이 떨어지고 잘 팔리는 물건도 생산하지 못해 영업도 떨어지고의 악순환이 반복돼 회사가 어려워진다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설명하는가?라고 반문하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흐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해 예를 든 것이다 생산된 것이 영업으로 흘러가거나 막히거나 정에서 반은 합으로 하고 이야기하는 그 흐름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흐름의 다른 이름이 "실행"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영업과 생산이 같이 돌아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야기하면

관리자가 1명으로 바뀌자 영업 중심으로 생산을 바꿨다 팔리는 것만 생산하라고 하고 안 팔리는 것을 만들지 말라고 한 것이었다


도요타 시스템을 잘 아시는 분이라면 아는 이야기겠지만 push 방식에서 pull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기존의 생산 위주에서 판매 위주로 밀어내는 방식에서 당기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생산 중심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 시장에서 팔리지 않자 창고에 쌓여가다 회사가 망하게 되자 팔리는 것만 만들자는 생각의 전환(패러다임 시프트) 그리고 창고의 역할 재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된다

제조업 중심의 회사에 다니시면 매일 듣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도요타 시스템이 좋다든지 낭비를 없애야 한다든지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흐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정과 반이 만나 합이 되든지 반이 역류하여 정이 바뀌던지 내용적으로 중요하지만 내 생각은 이런 흐름들이 이름이 생기고 경계가 생기고 경계의 빈 공간이 생기고 그리고 흐름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1.이름

2.경계 (비추다 보니)

3.경계 사이의 빈 공간(창고)

4.흐름


정과 반이 개념들이 서로 비추다 보니 커지게 되는데 그 사이 속하지 못한 것들도 커지게 된다

커지게 되면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흐름이 생겨난다 반대로 작은 곳에서 큰 곳으로 가는데 큰 곳으로 못 가다 보니 빈 공간을 채우게 되어 제3의 영역이 커지게 되어 정과 반의 경계보다 커져 버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제3의 영역을 창고라 하기도 하고 합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름 붙이기 나름이나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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