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마을아파트 Dec 01. 2023

15화 쏘피야! 쏘피! 쏘피야!

고딩 딸내미와 노견(2)


<제목: 함께!> 딸이 그린 그림. 이 그림처럼 너희는 늘 함께 있었구나.



"쏘피야! 쏘피! 쏘피야!

발톱 색깔이 다 다르네? 아앙~~ 너무 귀여워!"



"쏘피야! 쏘피야!  쌍꺼풀 있는 거 알아?"



"으악! 쏘피야! 나 어떡해. 너 껴안고 있다가 잠들어버렸어.ㅜㅜ 내일 수행평가 있는데..."



"쏘피야! 그만 좀 먹어. 배가 불룩하잖아. 하하~ 쏘피 배 귀엽다!"



"아~~ 쏘피 냄새 좋아!"



"쏘피야! 넌 귀털도 예쁘긴 한데, 머리털이 가장 예뻐. 떠날 때 나 주고 가야 해. 네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비상용으로 꼭 필요할 거 같거든!"





녀석이 뇌종양 진단을 받은 후부터 

고딩 딸은 시간만 나면 쏘피를 더 많이 안아주고, 더 많이 쓰다듬고, 더 많이 말을 한다.

녀석도 딸의 마음을 아는지, 동그란 두 눈으로 딸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목소리를 듣고, 손길을 받아들인다.



고딩 딸은 쏘피가 첫 진단을 받은 10월 20일.

소리 내눈이 지도록 울었다. 그 후 일주일 동안 계속 틈만 나면 울었다.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시험도 보고, 일상생활을 변함없이 했지만,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가득 담고서 참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애잔했다.


그리고 그 후 핸드폰으로 쏘피를 찍기 시작했다. 사진, 동영상... 쏘피가 움직일 때마다 열심히 찍었다.

녀석은 귀찮은지 이제는 핸드폰만 갖다 대면 얼굴을 슬쩍 피한다. 그래도 딸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열심히 찍어댄다.


"지금 이 순간 네가 너무 예쁘거든!

가만 있어봐. 응?"


밤10시 귀가하는 딸은 곧바로 쏘피 옆에 누워서 한참 시간을 보낸다.



이제 곧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은 바쁘다.

아침 7시 30분에 나갔다가 늦은 밤 집에 돌아오는 날이 많다. 그래서 딸은 손목에 찬 애플워치로 쏘피 사진을 늘상 본다.

학교에서도 갑자기 쏘피가 보고 싶어지면. 시계 속에 있는 녀석의 모습을 힐끗힐끗 본다고 한다.


딸은 하루종일 그리운 마음을 꾹 참고 있다가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핸드폰도 냅다 옆에 팽개치고, 옷도 다 입은 채로 쏘피에게 직진한다. 그리고 한참을 꼬옥 안아주며 곱슬곱슬한 털을 쓰다듬고 냄새를 맡는다.


녀석도 가만히 딸을 받아준다. 

잘 다녀왔냐고? 나도 네가 보고 싶었다고...



이렇게 딸은 녀석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늦은 밤 산책하는 딸과 쏘피) 어느새 딸은 키가 나보다 컸고, 녀석은 노견이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 14화 엄마, 나 괜찮을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