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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쏘피의 취미는요~

재수생 아들과 노견(2)

by 햇님마을아파트



이동하는 차 안에서

옆에 앉아있는 아들에게 물어봤다.



"쏘피가 너한테는 어떤 존재야?"


"응? 쏘피요?

쏘피는 늘 그냥 쏘피죠. 왜요?

엄마한테는 어떤대요?"


되묻는 아들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긴다.

있는 듯 없는 듯 늘 곁에 있는 녀석인데,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


그냥 공기 같은 녀석인데,

너무 당연해서 특별하지 않은 단어들만 떠오른다.


그래서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지금 생각 중이야. 어떤 존재인지..."

.

.

.



그리고 아들에게 다시 물어봤다.


"쏘피가 사람이면 어땠을까?"



피식 웃으며 아들은 주저 없이

대답한다.


"쏘피의 취미는 독서일 것 같고,

인스타그램을 많이 할 것 같아요.

인스타에 갬성 사진을 겁나 많이 올릴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아들의 대답이

돌아왔다.


"하하하하! 그래?

왜? 그렇게 생각해?"


즐거운 눈빛을 하며 아들이 대답한다.


"쏘피는 가만히 창 밖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하고,

짖지 않고 조용히 눈으로 얘기를 해요.

간식을 먹을 때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어요.

내가 장난치면 귀찮아하기도 하고요

그런 걸 보면 프라이버시가 강한 것 같아요.

음~ MBTI 검사를 한다면 ISFP 예술가형이 나오지 않을까요?"



"하하하 그러네."

나는 유쾌하게 웃었다.



그리고 잠시 정적이 흐르며,

아들이 말했다.

.

.

.


"엄마, 이제 다시는 개 키우지 않을 거예요.

개도 물고기도 식물도...

아무것도 키우지 않을래요."

.

.

.


"나도 그래. 아들아"




중딩때의 아들과 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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