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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나에게 온몸을 맡기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by 햇님마을아파트


2023 1121


5일 전부터 다시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뒷다리 힘도 풀리는지 비틀거리기도 한다.

마법의 약을 먹은 후

급격히 호전되었었는데,

어제는 밤에 두 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한번

경련 증상이 보였다.


잠깐 컴퓨터가 렉 걸린 것처럼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앞다리와 뒷다리가 얼음이 되며 비틀거린다.


그럴 때면 난 후다닥 가서

어찌할 줄 모르는 녀석을 꼬옥 안아준다.

.

.

.

차가운 초겨울 아침 공기에

베란다 창문이 하얗게 서려있다.

창밖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있고,

난 힘없이 축 늘어져있는 쏘피를

꼬옥 안고 있다.



'어제도 증상이 나온 게 두 번이 맞을까?

내가 놓치고 있을 수 있는데...'


나에게 온몸을 맡기고 안겨있는

쏘피의 털을 가볍게 쓸어주며

생각한다.





나는 주 3회 출근한다.

출근하는 날에는 녀석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없는 사이 녀석은

혼자서 증상을 버텨내고 있을 수 있다.

퇴근 후 서둘러 집에 와도 저녁 8시다.

가족 중 한 명이 일찍 들어오는 날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퇴근길이 조금은 여유롭다.

그래도 쏘피를 생각하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혼자 있는 날

증상이 나온다면

녀석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나를 그리고 가족을 기다리겠지?!

.

.

.

녀석은 죽어가는데,


일상은 돌아가고 있다.




온몸을 다 맡기고 안겨있는 네가 아주 많이 그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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