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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Nov 26. 2023

10화 나에게 온몸을 맡기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2023 1121


5일 전부터 다시 기운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다리 힘도 풀리는지 비틀거리기도 한다.

마법의 약을 먹은 후

급격히 호전되었었는데,

어제는 밤에 두 번,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한번 

경련 증상이 보였다.


잠깐 컴퓨터가 렉 걸린 것처럼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앞다리와 뒷다리가 얼음이 되며 비틀거린다.


그럴 때면 난 후다닥 가서

어찌할 줄 모르는 녀석을 꼬옥 안아준다.

.

.

.

차가운 초겨울 아침 공기에

베란다 창문이 하얗게 서려있다.

창밖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창틀에 앉아있고,

난 힘없이 축 늘어져있는 쏘피를

꼬옥 안고 있다.



'어제도 증상이 나온 게 두 번이 맞을까?

내가 놓치고 있을 수 있는데...'


나에게 온몸을 맡기고 안겨있는

쏘피의 털을 가볍게 쓸어주며 

생각한다.





나는 주 3회 출근한다. 

출근하는 날에는 녀석을 보지 못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내가 없는 사이 녀석은

혼자서 증상을 버텨내고 있을 수 있다.

퇴근 후 서둘러 집에 와도 저녁 8시다.

가족 중 한 명이 일찍 들어오는 날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퇴근길이 조금은 여유롭다.

그래도 쏘피를 생각하면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혼자 있는 날

증상이 나온다면

녀석은 두려움에 몸을 움츠리고,

나를 그리고 가족을 기다리겠지?!

.

.

.

녀석은 죽어가는데,


일상은 돌아가고 있다.




온몸을 다 맡기고 안겨있는 네가 아주 많이 그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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