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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마을아파트 Nov 24. 2023

8화 쏘피가 첫눈을 봤다!

재수생 아들과 노견(1)


2023 1117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제 끝났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끝날 때까 끝난 게 아니다'

지금이 딱 그렇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논술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수능시험을 보고 온 아들과 함께

어젯밤 마신 맥주 때문일까?

머리가 묵직하다.

푸바오 뺨 칠 만큼 진한 다크서클을 하고

피곤에 쩌든 부스스한 아들과 함께

지원한 학교의 논술고사 일정을 체크하다가 

무심히 창밖을 바라봤다.


"어? 아들! 첫눈이다!"


눈송이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쏘피야! 쏘피!

첫눈이야!"

아들은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연다.


그리고 나는 거실 바닥 쿠션에 누워있던

녀석을 번쩍 안아준다.


차가운 공기가 묵직한 머릿속으로 훅 들어온다.

킁, 킁, 킁. 킁, 킁, 킁...

녀석은 콧구멍을 열심히 움직이며 밖을 쳐다본다.

하얀 눈송이들이 사방으로 흩날린다.

쏘피도  눈을 보고 있는 걸까?


"아들,

우리 쏘피랑 같이 첫눈을 봤어.

올해 첫눈을 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첫눈이 일찍 와줬어."


아들은 핸드폰 카메라

첫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쏘피를

열심히 찍는다.


지금을 잊지 않겠다는 듯이.

눈에, 머리에, 가슴에

찍어둔다.









"수능이 끝나면 네가 없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말을 흐리며 아들은 쏘피를 꼭 안아준다.


말하지 않은 뒷말은

'네가 살아있어 줘서 다행이야'겠지?


이별의 슬픔만큼 재수의 부담감이 컸으리라.

흔들리지 않기 위해,

멘탈을 잡고 있기 위해 노력했을

재수생 아들이  고맙다.




 전, 10월 20일


쏘피가 뇌종양이라는 병원 전화를 받았을 때,

그날따라 일찍 집에 와서 밥을 먹고 있던 아들이 옆에 있었다.

수능을 코 앞에 둔 재수생 아들이 걱정스러웠다.

걱정하지 말고 있으라는 나의 말에도  

아들은 나와 함께 동물병원으로 갔다.


수능이 한 달 남짓 남아있을 때였다.


수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울지 않기 위해 코를 훌쩍이던 엄마 옆에서

아들은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나를 살펴보았다.

나를 걱정하고 있는 아들의 눈빛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가 먼저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이놈의 콧물은 왜 자꾸 나오는지,

난감하다.


7살이었던 아들은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있었고,

그 작던 강아지는 13살이 되었다.


20살 평생의 2/3를 함께한 강아지와

아들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고 있을까?

.

.

.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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