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님마을아파트 Nov 23. 2023

7화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그래, 맞아!

첫 만남 그리고 반성



녀석과 비슷한 강아지들을 많이 모아둔 곳이었다. 어찌어찌 알아보고 찾아갔던 곳.

서울 어디였었는데?

투명유리창이 진열되어 있는 애견 판매샵 같은 곳은 아니었고, 5층짜리 건물의 3층에 있는 사무실 같은 공간이었다.

사무실 바닥에 플라스틱 울타리가 쳐져있었고,

그 안에 대여섯 마리 강아지들이 있었다.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들 속에서도

유독 눈에 띄던 녀석.

살구곱슬 털을 가지고

옆친구와 레슬링을 하며 활기찼아이.


나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

녀석은 분홍 콧잔등에 힘을 잔뜩 주며

빙글빙글 돌더니,

뒷다리를 낮추고 엉거주춤한 자세를 했다.


"우왓! 황금똥이네?! 너 아주 건강하구나?!"

황금똥을 본 후

난 녀석에게 반한 것 같다.


13년 전, 그렇게 녀석은 우리와 함께 집에 왔다.

.

.

.

집에 오는 차 안,

창밖은 시원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7월의 비가 여름을 식혀주고 있었다.

작은 박스 속에서 날 쳐다보던 녀석이

어찌나 예쁘던지,

세련되우아한 이름을 주고 싶었다.


"소피아 로렌, 어때?

엘레강스보이지 않아? 

소피아~ 쏘피! 최쏘피! 최 피아 로렌!"

이렇게 해서 녀석은 '쏘피'가 되었다.


이때 지금의 재수생 아들은 7살 유치원생이었다.


당시 7살이었던 아들은

작은 강아지와 똑같이

귀엽고 동그란 까만 눈을 하고 있었다.

호기심과 장난기가 가득한 두 눈에는

쏘피가 가득 담겨있었다.




13년 전, 7살 아들과 쏘피




(2014년 이후 현재까지) 9년 동안 3번의 이사 경력 속에서도 우리집에 살아남아 있는 개통령님의 책


그리고 반성


개통령 강형욱 님이 첫 출간한 책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를 처음 읽은 건 2014년도였다. 지금으로부터 약 9년 전이다. 그 당시 우리나라 애견문화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었다. 나에게도 그 책의 내용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쏘피에 대한 나의 애정이 한없이 왜곡되편협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개통령님의 책을 통해

혼내지 않고도 개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유기견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을 알게 됐다.


하지만 쏘피에게는 이미 늦은 거 같았다.

쏘피의 반짝이던  그 어린 시절을 잘 지켜주지 못했고, 그게 잘못된 것인지도 몰랐다.

7살이었던 아들, 4살이었던 딸이 가장 우선이었고,

쏘피에게는 말썽 부리지 말고 그냥 얌전히만 있으라며 교육했다.

그렇게 쏘피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쏘피는 나의 바람? 대로

얌전하게, 깔끔쟁이로 그렇게 컸다.

잘 짖지도 않았고,

대소변도 잘 가리고, 뒷처리까지 내가 가르친 대로 해줬다.

원하는 게 있어도 한없이 기다리는 개로 성장했다.

날 귀찮게 하지 않아서 그게 좋았다.


그러던 중 개통령님의 책을 읽은 것이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고?

그래, 맞아. 완전 나한테 하는 말이네.

어쩌지?! 쏘피야, 어쩌지?

나 너한테 잘못하고 있었나 봐."

.

.

.


깨달았다고 변하는 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난 내 방식대로 13년을 키웠고,

쏘피는 잘 기다리는 훌륭한? 개로 살았다.






작가의 이전글 6화 벌써 3주가 지났는데요? 어떡하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