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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을 압도하는 보쌈맛집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매네

by 가위바위보쌈

3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보쌈집은 분명한 '노하우'가 있다.


설매네도 그렇다. 설매네의 고기는 여타 보쌈집들의 고기와 다른 맛을 갖고 있다. 부위는 삼겹살로 보인다. 살코기 부분은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그렇다고 퍽퍽하진 않다. 대신 비계가 부드러움을 채워준다.


고기가 딱히 질이 최고급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씹히는 맛 자체는 잘 살린 것 같았다. 적당한 시간을 두고 삶은 느낌이었다. 점심시간에도 이런 맛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건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블로그 등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과거에는 고기 모양이 살짝 다른데, 아마도 더 부드럽게 삶을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날도 나쁘지 않은 부드러움이었지만, 살코기 부분이 조금 더 부드러웠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살짝 있었다. 그래도 적절한 비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부드러움이었다.

KakaoTalk_20250522_183007218_04.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매네 보쌈

고기의 향은 지워지지 않았으며, 불필요한 잡내제거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른 향이 지나치게 강한 느낌이 아녔고, 돼지고기의 본연의 맛은 살아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기름이 굳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약간의 굳음은 있을 수밖에 없지만, 기름만 가득한 다른 보쌈집들처럼 바닥에 굳은 기름이 발견되거나 하지 않았다. 쫀득쫀득, 고기의 향은 유지하면서 씹히는 맛까지 훌륭했다.

KakaoTalk_20250522_183007218_05.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매네

이 집의 킥은 김치다. 일단 생김새부터 엄청난 합격이다.


배추김치를 돌돌 말았고 그 안에 김치 속을 넣은 비주얼은 전통의 김치다. 30여년 동안 김치를 만들어왔기에 구현해 낸 모습일까.


김치의 맛도 훌륭했다. 양념이 따로 놀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깊게 스며들어서 부담스러운 맛도 아니었다. 고기와의 조화도 훌륭했다. 고기의 약간 있는 기름진 맛을 김치의 양념이 잡아주면서 서로 뛰놀았다.


"맛있다"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그런 고기와 김치였다.


KakaoTalk_20250522_183007218_08.jpg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매네 소고기국밥

모든 것이 완벽한 맛집이 있다면, 그 집은 신이 내린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설매네는 내 기준에서 신이 내린 맛집은 아니다.


메뉴 제일 위에 있는 소고기국밥이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무의 단맛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나 후추 등을 넣어서 먹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계속 먹었는데, 단맛이 강해서 물려버렸다.


하지만 9000원이라는 가성비로 점심을 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뉴다. 소고기도 부족하지 않게 들어있다. 다른 건더기도 마찬가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설매네 칼국수

먹어보진 못했지만, 지인이 먹은 칼국수의 모습이다. 아마 소고기로 육수를 내지 않았을까? 칼국수도 맛있어 보였다. 보쌈과 같이 먹기에도 환상의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매집을 한껏 만끽하고 밖으로 나오면 압구정의 거리가 반긴다. 비록 번화가 한복판에 자리한 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압구정역 바로 앞에 보쌈맛집이 있다는 사실은 나를 즐겁게 한다.


조금만 발걸음을 돌려도 번화가는 금방이기에, 이 집에서 보쌈을 먹고 2, 3차를 가는 게 힘이 드는 일은 아니다.


어쩌면, 압구정을 압도하는 보쌈맛집, 설매네다.


지난주에 이어 설매네를 소개해봤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또 새로운 보쌈집을 소개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보면 좋을 글: 30년 넘은 세월이 깃든, 압구정 보쌈맛집(https://brunch.co.kr/@redlyy/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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