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스 맛집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by 가위바위보쌈

요새 지인들에게 보쌈맛집이라고 추천받을 때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릴스'다. 인스타그램 릴스에 나온 맛집 영상을 내게 보내는 것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 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집이다.


이 집은 정말 여러 사람으로부터, 여러 차례 추천을 받았다.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이럴까 싶어서 릴스를 보면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집같이 생겼다. 가브리살 보쌈이니 부드러운 건 물론일 테고, 김치 때깔도 고와서 '맛없없'(맛이 없을 수 없는)에 해당하는 느낌이었다.


창업비용이 1억원도 들지 않는다고 본사가 소개하는 이 집은 최근 우후죽순으로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 보쌈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새로운 보쌈 프랜차이즈가 등장한다는 건 무척 기쁜 일이다. 근래 들어서 보쌈 프랜차이즈는 미스터보쌈 이후로 이렇다 할 눈에 띄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스터보쌈이나 싸움의고수처럼 반짝하고 사라지진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가보고 느껴보고 싶었다.


이 집을 언제 가볼 수 있을까, 가급적이면 본점을 가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지인과의 모임으로 이 집의 분점을 찾게 됐다. 바로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이다. 공덕점은 본사 사이트에도 소개돼 있는데, N피자집을 운영하다가 이 집까지 차리게 됐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생긴 집 같았다.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은 공덕역 1번 출구나 8번 출구로 나와서 5분 정도만 걸어가면 찾을 수 있다. 대로변에 있는데, 요샌 겨울이다 보니 밖에서 보면 김이 잔뜩 서려있는 모습이다. 평소 같으면 냄새가 밸까 봐 들어가길 꺼리게 되지만, 그래도 약속이 있다 보니 들어가 본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전경

생각보다 냄새는 심하게 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부는 매우 넓고 저녁 방문에도 웨이팅은 없었다. 사람이 없진 않았고 몇 개의 빈자리를 제외하면 거의 찬 느낌이었다. 대부분 회사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서 찾아온 직장인 느낌이었다.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도 보이고, 주문을 위한 키오스크도 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메뉴판

메뉴 구성은 이렇다. 김치보쌈, 배추보쌈, 반반보쌈으로 나눈 게 신기한데 도대체 김치랑 배추는 뭐가 다른가 싶었다. 알고 보니 김치보쌈은 보쌈김치가 나오는 거였고, 배추보쌈은 알배추와 김치 속이 나오는 거였다. 내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당연히 김치보쌈을 시킬 테지만, 지인이 반반보쌈을 미리 시켜놓고 기다리고 있었기에 선택권 없이 반반보쌈을 경험하기로 했다.


그리고 보쌈을 시키면 칼국수나 쟁반국수 중 택 1을 서비스로 주는 게 이 집의 매력포인트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보쌈을 먹다가 달라고 해도 되고 처음부터 달라고 해도 되는 것 같다.


메뉴 구성은 단출한데, 박만배아리랑보쌈의 방식 자체가 구성을 최대한 심플하게 해서 품을 줄이고 객단가는 높이는 형태인 것 같다. 똑똑한 장사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보쌈의 매력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자영업자한테 보쌈만큼 번거롭지 않고(시간은 좀 걸리지만) 그에 비해서 돈은 많이 벌 수 있는 음식도 드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밑반찬

어쨌든 기다리는 동안 밑반찬을 구경해 보자면, 사실 별로 그렇게 매력 있는 밑반찬은 없어 보인다. 부추무침과 겉절이(칼국수용으로 추정), 어묵과 샐러드, 마늘과 고추인데 그냥 구색 맞추기용 밑반찬 같았다. 특히 어묵이나 부추무침은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았다. 맛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조금 기다리다 보면 보쌈이 등장한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반반보쌈 大자

사진만 보면 기가 막힌다. 진짜 최고로 맛있을 것 같고, 이만한 보쌈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갈한 보쌈이다. 같은 프랜차이즈 놀부나 원할머니가 모든 지점마다 같은 비주얼을 선사한다고 느끼지 못하겠는데, 여기는 지점별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아직 초창기라 그런가.


하지만 맛에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우선 고기의 향에선 월계향, 생강, 마늘이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몇 번 언급했지만, 월계수를 많이 넣어서 고기잡내를 제거하는 보쌈방식을 선호하진 않는다. 자칫 월계향이 많이 들어가면 월계향만 강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같이 간 사람들 다수가 월계향을 느꼈을 정도이니, 이 집이 고기에 월계향을 꽤 많이 넣었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고기의 모습

부드러움은 말할 것도 없다.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가브리살이나 항정살로 보쌈 만드는 건 반칙이다. 이거는 대충 삶아도 부드러울 수밖에 없는 부위다. 역시 이 집도 부드러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가브리살이다 보니 얇게 썰었고 크기가 작아서 입에 가득 담기는 느낌이 없었다. 욕심 같아서는 3점을 한 번에 먹고 싶을 정도로 고기가 작아서 고기의 풍미를 다 느끼기는 부족했다.


그렇다면 이 고기의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입을 사로잡는 맛이 없다는 점이다. 그냥 무척 평범하고 무난한 그런 고기였다. 릴스에서 진짜 이 고기만큼 더 좋은 고기는 없다는 듯이 표현한 그런 맛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조건 가봐야 할 맛집이라고 느끼기엔 고기에서 완벽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쉽게 풀어쓰자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을 맛이었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김치

그렇다면 이 보쌈김치라도 뭔가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우선 모양면에선 합격이다. 보쌈김치의 기본과 정석을 지키고 있는 편이었다. 돌돌 배추로 말아싼 김치, 그 안에 김치 속까지 가득 차서 보쌈김치의 본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솔직히 고춧가루의 매콤함과 시원함을 빼면 전반적으로 무난하고 평이했다. 김치 속을 본사에서 완제품으로 보내준 후 배추에 담그기만 하면 되는 형식으로 알고 있는데, 그냥 뭔가 엄청난 특별함이 느껴지진 않았다.


조금만 더 달달하거나, 감칠맛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기 자체가 두껍지 않고 얇으니, 감칠맛을 살리기보단 부담감을 줄인 측면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


김치가 정말 특별한 맛은 아니었더라도 고기와의 조화 자체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아쉬운 건 '인스타 릴스 맛집'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특별한 그런 맛들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서울 마포구 염리동,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 서비스 칼국수

이 집의 킥은 놀랍게도 이 칼국수다.


칼국수가 여기서 직접 만든 건 아니고 본사에서 완제품이 오는 것 같은데, 정말 맛있다. 특유의 감칠맛(어쩌면 조미료의 맛) 때문인지, 개인적으론 혀 끝에 오래 남았다. 그리고 보쌈이랑 김치가 자칫 텁텁할 수도 있을 시기에 칼국수 국물을 곁들여주면 무한으로 보쌈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또 다른 선택지인 쟁반국수는 그냥 평범했다. 쟁반국수가 인상 깊긴 쉽지 않다. 그냥 보쌈이랑 싸서 먹으면 무난하게 섭취할 수 있는 그런 맛이었다.


전반적으로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은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소개해 화제를 끈 엄청난 맛집급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과한 바이럴로 기대치만 높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맛없는 집은 절대 아니다. 나름의 체계와 노하우를 갖춘 식당이었다. 다른 지점도 가봐야 더 명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아마도 지점마다 큰 차이가 없지 않을까 싶다.


앞서 설명했듯 맛도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다만 두 눈 동그랗게 뜰 정도로 엄청난 맛은 아니었을 뿐. 적당한 광고가 오히려 낫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어쨌든 배불리 먹었으니 2차를 위해 마포와 공덕을 걸어본다. 생각보다 갈 곳은 많다.


여운이 남는, 그러나 릴스 맛집을 믿으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집. 박만배아리랑보쌈 공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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