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위바위보쌈 Nov 23. 2023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

부산 금정구 구서동 배비장보쌈

부산 금정구 구서동 배비장보쌈 전경

부산에는 맛집이 생각보다 없다는 말이 있다.


일견 동의한다. 맛있는 수육백반집이라고 해서 찾아가면, 그저 그런 경우가 많았다. 밀면도 내 입맛에는 안 맞았고, 유명한 곱창집도 냄새만 배고 별로였다.


물론 맛집도 많았다. 부산역 본전돼지국밥이나 그집곱도리탕, 범내골역 가가와는 정말 맛집이었다.


그래도 맛집이 아닌 곳을 몇 번 겪다 보니 부산 맛집으로 알려진 곳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특히 수육 맛집으로 알려진 곳 중 제대로 된 곳을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그럴듯한 사진들에 속아 넘어간 적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이 집은 달랐다. 부산 토박이 지인을 따라서 간 이 보쌈집은 기대를 뛰어넘었다. 기대감이 너무 낮았기 때문일까.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로 맛있는 곳이었다. 바로 배비장보쌈이다.


배비장보쌈은 부산을 찾는 여행객들이 가기에는 조금 낯선 곳에 있다. 해운대점도 있지만, 그조차도 해운대 번화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이곳 본점은 구서동에 있는데, 부산대학교보다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은 꽤 넓다. 가게 뒤쪽에 있는데, 안내하시는 분이 안내를 잘해주신다. 지하철을 타고 가도 금방 간다.


가게는 웅장하다. 마치 오래된 한옥으로 만든 식당에 들어서는 것 같다. 내부로 들어서면 왁자지껄한 소리가 난다. 사람이 그만큼 매우 많다.


주 고객은 50~60대다. 곳곳에 젊은 사람들도 꽤 있다. 다들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온다.


1층이 꽉 찼다고 당황할 필요가 없다. 2층도 있기 때문이다. 자리에 앉으면 깔려있는 종이에서 메뉴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점심에는 모둠특선과 배비장특선이 있는데 두 메뉴의 가격 차이는 5000원이다. 모둠특선은 2만1000원, 배비장특선은 1만6000원이다. 차이점은 모둠특선에 오리훈제와 냉채무침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특선 메뉴가 참 재밌다. 보쌈은 당연히 나오고, 밥 메뉴를 고를 수 있다. 냉면, 비빔냉면, 찰밥, 누룽지탕 중에 하나를 고르면 된다. 누룽지탕이나 찰밥이 인기가 많다.


시금치, 마카로니 같은 샐러드, 양파와 상추 절임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싱싱한 채소 역시 함께 한다. 뚝배기 그릇을 뚫고 나오는 폭탄 달걀찜은 덤이다.


조금 기다리면 정갈하게 담긴 김치와 고기가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 배비장보쌈 보쌈 정식

내가 보쌈을 좋아한다고 할 때 누군가가 데려가는 보쌈 맛집 중 제대로 된 곳은 찾기 힘들었다. 보쌈을 오랜 기간 좋아하다 보니 웬만한 보쌈 맛집은 다 가본 영향도 있고, 특별하게 새로운 보쌈 맛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여전히 곳곳에 내가 가보지 못한 보쌈 맛집, 특별한 보쌈집이 즐비하다. 그게 매주 글을 써 내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도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가보지 못한 보쌈 맛집이다. 사실 지인이 이 집을 데려갔을 때 기대감은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전형적인 평범한 보쌈집의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가게 이름에 '족발'이 아닌 '보쌈'이 쓰여 있어서 신뢰도가 올라가긴 했지만, 구성된 메뉴를 보고 보나 마나 뻔한 맛이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달랐다. 정말 달랐다. 고기 한 입을 넣은 순간 내가 생각한 퍽퍽함 또는 뻔한 식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된장으로 범벅한 느낌도 전혀 없었다.


신기했다. 고기가 적절히 부드러웠고, 잡내는 나지 않았다. 잡내가 아닌 육향은 가득했다. 점심특선이라고 하면 대충 썰어 나온 고기들이 많은데, 여기는 달랐다. 공들여서 만든 고기였다. 1991년부터 명맥을 유지해 온 이유가 있었다.


같이 고기를 음미하던 지인은 이곳이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집이라고 자부했다. 나도 동의한다. 고기의 질감이나 풍미는 부산에서 1위다. 다른 수백집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김치는 평범하다. 양념이 색다르거나 젓갈 맛이 강하거나, 맵거나 하지 않다. 그냥 평범하다. 그게 아쉬우려면 아쉬울 수 있지만 고기를 방해하지 않기에 나쁘지 않다.


신선한 고기와 평범한 김치가 만나서 아름다운 보쌈이 된다. 먹고 먹고 먹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빈 그릇이 놓여있게 된다.


여기는 분명한 부산의 보쌈 맛집이다.


부산 금정구 구서동 배비장보쌈 달걀찜

물론 부산의 모든 수백집, 보쌈집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배비장보쌈이 무조건 1위라고 단언하기 힘들 수 있다.


그런데 배비장보쌈은 1위 경쟁을 하기에 손색이 없다. 너무 뻔하게 딱딱할 수 있고, 너무 뻔하게 시시할 수 있는 보쌈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곳은 맛집이다.


가격은 엄청 싸지 않지만, 이것저것 구성을 넣었기에 가성비도 훌륭한 편이다. 그게 여러 사람들이 찾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서울과 다른 지역에 있는 수많은 보쌈집과 비교했을 때 손색없는 보쌈 맛집으로 보기는 어렵다. 부위도 삼겹살이기 때문에 특별히 엄청난 기술이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고, 서울에 있는 여러 보쌈 맛집들의 고기에 비해서는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집은 가장 쉬운 걸 가장 완벽하게 해내는 곳이다. 수학으로 치면 기본 개념을 충실히 지키는 꼴이다. 어려운 문제를 멋지게 푸는 것보다, 쉬운 문제를 틀리지 않는 게 더 중요하듯이 이 집은 쉬운 문제를 꼼꼼하게 잘 풀어낸 것 같은 집이다.


그래서 배비장보쌈은 부산 최고의 보쌈집으로 꼽고 싶다.

부산에서 가장 맛있는 보쌈집을 찾는다면, 배비장보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