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의동 충무칼국수
보쌈 소개를 하다 보면 빼먹을 수 없는 동네가 있다. 바로 종로다. 종로에는 보쌈골목부터 시작해 냉면과 수육을 함께 파는 곳, 칼국수와 수육을 함께 파는 곳들이 즐비하다.
칼국수와 보쌈. 일전에 한 번 소개한 적 있지만,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성수동에 있는 훼미리손칼국수보쌈이 대표적인 예다.
오늘 소개할 집도 칼국수와 보쌈을 파는 곳이다. '맛집'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나름대로 알려진 음식점이라 진솔하게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 집은 '대통령(후보)의 맛집'으로 유명하다. 인의동에 있는 충무칼국수다. 백반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대선주자 특집을 다룰 때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신분으로 이 집을 소개한 적이 있다.
종로3가역과 종로5가역 사이에 있는 이 집은 지하철역과 그리 가까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도보로 몇 분 걸리지 않으니 어느 역으로 나와도 나쁘지 않다.
종묘를 바라보고 왼쪽은 서순라길, 오른쪽은 동순라길인데 충무칼국수는 동순라길 골목에 있다. 찾기 힘들어 보이지만, 조가네뼈해장국 맞은편에 살짝 들어간 골목으로 들어가면 가게가 나온다.
40년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듯, 간판에서는 노포의 향이 물씬 풍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꽤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최근에 리모델링을 일부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평일에는 사람이 꽉 차지는 않는다. 회사 일을 마치고 온 사람들이 듬성듬성 앉아 보쌈을 즐기고 있다. 자리에 앉아 보쌈과 추천받은 굴무침을 주문한다. 잠시 기다리면 메뉴가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충무칼국수의 보쌈은 특출 나지 않다.
우선 가격이 2만5000원인 것에 비해 양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양이 적지도 않다. 요즘 하도 비싸게 파는 곳들이 많다 보니. 그래도 가성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산처럼 쌓인 고기가 아니라면, 맛은 어떨까. 맛은 평범한 편이다. 돼지 잡내가 심하게 나거나 육향이 아예 안 나거나 하지는 않는다. 적절한 향을 가졌고, 육즙도 어느 정도 품고 있다.
하지만 고기가 질긴 편이다. 퍽퍽한 살이 가끔 밀려 들어와서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래도 물에 오래 담가 놓은 고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매번 고기가 질긴 것은 아니다. 비계와 함께 즐기면 부드러운 수육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잡내가 나지 않은 고기이니, 실망하지 않고 즐기기 좋다.
고기보다 더 아쉬운 건 김치다. 김치의 맛이 밍밍했다. 양념이 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드럽지도 않았다. 고기와 조화가 부족해서 먹는 내내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생긴 건 참 맛있게 생겼는데, 왜 고기랑 따로 노는 느낌이 날까 싶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김치가 너무 덜 익은 건 아닐지. 배추에 속이 제대로 스며들지 않은 건 아닐지. 양념에 무언가가 빠진 건 아닐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두 번의 방문으로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그런 집이었다. 다른 계절에 다시 방문해서 맛을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별미라면 별미인 굴무침이 있다. 굴의 향이 확 느껴지면서, 각종 양념과 버무려져 고기와 잘 어울린다. 김치가 채워주지 못한 고기와의 조화를 굴무침이 채워준다.
칼국수도 나쁘지 않다. 국물이 깊어서 술과 함께 먹기에 제격이다. 칼국수 면도 매우 두껍거나 하지 않고 끊어 먹기 좋다. 그래서 '충무칼국수'인 것 같다.
보쌈과 칼국수를 싸 먹어서 먹기도 좋다. 특히 칼국수용으로 나오는 김치가 꽤 맛있다. 그렇게 싸서 먹으면 한 입, 두 입 계속 들어간다. 칼국수는 꼭 시켜야 한다.
누군가에게 맛집인 이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봤다. 아무래도 분위기와 칼국수, 그리고 보쌈 고기 정도 아닐까 생각한다.
보쌈의 고기는 나름대로 향을 잡기 위해 노력했고, 칼국수는 맛집에 가까웠다. 수육과 보쌈김치가 따로 노는 느낌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맛없는 집은 절대 아니다. 나름대로 맛있는 집이다. 보쌈 맛집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아쉬움이 남는 것일 뿐. 날이 따뜻해질 때쯤 이곳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찾은 보쌈집, 충무칼국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