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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Feb 01. 2024

보쌈 맛집을 찾는 세 번째 방법

번외편) 세 번째 이야기, 고기와 김치의 조화를 본다.

보쌈은 고기와 김치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고기가 빼어나거나 김치가 빼어난 것은 물론 둘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거나 해야 보쌈은 완성된다.


오랜 기간 보쌈을 좋아하다 보니, 나만의 기준점이 생겼다. 고기와 김치의 적절한 조화 여부다.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김치랑 어울리지 않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아무리 김치가 맛있어도 고기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아쉽기 마련이다.


보쌈 맛집을 찾는 세 번째 방법은 고기와 김치의 '조화'다. 고기와 김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기가 가지지 못한 맛을 김치가 채워줘야 한다. 반대로 김치가 가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고기가 부분을 채워줄 있어야 한다.


보쌈의 기본은 김치이지만, 보쌈을 완성하는 것은 고기다. 어느 것이 우선이 될 수는 없지만, 둘의 조화는 보쌈을 만드는 필수 요소다.


이 글에서 설명할 고기와 김치는 이미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것을 조건으로 한다. 고기와 김치를 각각 따로 두고 봤을 때 맛있는 것을 가정한 상태로 설명하고자 한다. 그 상태로 잘 맞는 조화는 어떤 것인지, 고기와 김치, 그리고 완성된 보쌈은 어떨지 끄적여본다.


서울 중구 무교동 고려보쌈

가장 아름다운 조화는 돼지고기 본연의 맛을 살린 고기와 재료들이 따로 놀지 않는 김치의 만남이다. 이 맛을 가장 잘 살린 식당은 '브런치스토리' 첫 번째 식당 소개글 대상인 고려보쌈이다.


고려보쌈은 상당히 부드러운 고기임에도 인위적으로 고기에 맛을 덧대지 않았다. 적당히 돼지 잡내를 뺄 수 있는 재료들만 넣어서 돼지 본연의 맛을 헤치지 않게 고기를 만든다.


고려보쌈의 김치는 어떻게 보면 평양냉면 같다. 약간은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배추의 시원함과 각종 재료들이 한 데 어우러진다. 지나치게 달거나, 짜거나, 맵거나, 시거나 하지 않다. 보쌈김치의 정석에 가깝다.


이 둘이 어우러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고려보쌈은 본연의 냄새와 맛을 살린 고기와 훌륭한 김치가 만나는 조화로운 장이다.


그런데도 고려보쌈이 내게 최고의 보쌈집이 아닌 이유는 매번 맛이 똑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점심에 사람이 몰릴 때는 가끔 그 맛이 안 날 때가 있다. 고려보쌈이 같은 맛을 항상 유지한다면 최고의 보쌈집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어찌 보면 그만큼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게 어렵다는 말 같다.


서울 중구 방산동 장수보쌈 보쌈정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게 힘들다면, 이에 버금가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면 된다. 최선이 아닌 차선일 일수 있다.


고기는 돼지고기 본연을 잘 살리되, 김치가 이에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약간의 자극적인 양념이 적절히 스며들어 있으면 된다.


차선으로 만들어 낸 보쌈이 가장 맛있기도 하다. 나 역시 적절한 양념이 밴 김치가, 먹을 때는 더 좋다. 다만 적절한 양념이 밴 김치가 최선이 아닌 차선인 이유는, '조화'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양념이 적절하게 뱄더라도 그 양념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돼지고기의 맛을 헤치기도 한다. 쉽게 말해, 최선의 조화를 이룬 보쌈은 늘 훌륭한 맛을 이룬다면, 차선의 조화를 이룬 보쌈은 저점이 낮다는 점이다. 최선의 조화를 유지하는 곳은 고점을 항상 유지하는데, 차선의 조화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수보쌈은 차선의 맛으로 엄청난 아름다운 조화를 만들어낸다. 고려보쌈처럼 김치가 무난한 스타일은 아니다. 분명히 자극적이고 조금 더 액젓맛이 느껴진다. 정석에 가깝지만, 약간의 양념을 추가했다. 김치 자체만 먹었을 때는 자칫 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고기와 어울리기 때문에 이 집은 아름다운 조화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에 특정 보쌈집은 고기가 상당히 부드럽고 본연의 맛을 유지함에도, 김치의 양념이 지나치게 과해서 고기의 맛을 없애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맛이 없진 않지만, 완벽을 바라기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잘 맞춘다면 고점이 상당히 높지만, 김치와 고기가 잘 맞지 않는다면 저점이 무척 낮아지게 된다. 방식은 차선의 조화를 이룬 집들과 비슷하게 했어도 결과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 용산구 정성손칼국수 보쌈

약간의 비유를 덧대어 정리하자면 최선의 조화를 이룬 보쌈집은 평균 95점의 성적을 유지하지만, 차선의 조화를 이룬 보쌈집은 때로는 100점을 받기도 하되 평균은 90점인 그런 느낌이다. 차선의 조화를 이루려고 따라하다가 자칫 잘못하면 50점까지도 떨어질 수 있게 된다. 보쌈이 고기와 김치의 '조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균 95점의 성적을 유지하는 보쌈집들이 최선의 조화라고 보는 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끄적인 내용들이 꼭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누군가는 본연의 맛만 남은 고기를 싫어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평범한 김치의 맛이 오히려 최악일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같은 보쌈집을 가도 의견이 갈리곤 한다. 누군가는 고려보쌈이 장수보쌈보다 더 맛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장수보쌈이 고려보쌈보다 더 맛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둘 다 별로라고 할 수도 있다.


정답은 아니겠지만, 하나의 방법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적용하는 방법이 틀렸을 뿐, '조화'가 중요하다는 주장은 맞을 수 있다. 본인의 입맛에 맞춰서 적절한 조화를 이뤄내는 보쌈집들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김치와 고기가 따로 있지만 합쳐지는 보쌈만의 매력 아닐까.


다음 번외편에서는 실패하는 보쌈집의 공통적인 부분을 풀어내보려고 한다. 수많은 보쌈집을 다녀봤지만, 성공적이지 못한 곳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집들이 가진 공통점을 알고, 이를 답습하지 않는다면 좋은 보쌈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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