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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Feb 08. 2024

장사가 잘되는 보쌈집이 되려면

줄서는 보쌈집의 공통점

보쌈집을 수백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장사가 잘되는 보쌈집들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맛만으로 '장사가 잘된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 보편적으로 맛있는 건 당연하다.


고기의 질이나 김치의 퀄리티, 둘의 조화는 이미 여러 번 다뤘다. 게다가 보쌈집이라면 고기와 김치는 어느 정도 갖춘 상태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 보쌈집이 있다면, 다시 연구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장사가 잘 되는 보쌈집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번 글에서는 장사가 잘 되는 보쌈집의 두 가지 공통점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보쌈집을 차리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또는 보쌈을 메인 안주로 삼은 술집, 보쌈의 친척인 족발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맛있는 보쌈집을 찾으려는 분들에게 쏠쏠한 정보가 되길 바라며.


서울 무교동 인천집 보쌈

장사가 잘 되는 집들의 첫 번째 특징은 '특별함'이다.


오래전부터 장사가 잘 되고 인기가 많은 보쌈집들이 있다. 종로 보쌈골목의 삼해집, 서울 시청 앞 고려보쌈, 당산역 이조보쌈, 안국역 천하보쌈, 합정역 각시보쌈, 서대문역 종로보쌈.


이 집들의 공통점은 특별함이다. 이 집만 가지고 있는 무기가 있다.


먼저 삼해집은 고기가 달고 김치가 맵다. 단맛과 매운맛. 이건 한국인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과하지가 않으니 누가 싫어할까. 기본기를 갖춘 상태에서 특별함을 더한다. 바로 서비스로 제공되는 감자탕이다. 보쌈골목에 있는 보쌈집들 대부분이 무한리필 감자탕을 제공하는데, 삼해집의 감자탕은 고기, 김치와 잘 어울린다.


고기와 김치가 질릴 때쯤 감자탕 국물을 한 입 먹어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고기가 한두 점 남았을 때쯤 같이 간 사람들도 감자탕 국물을 먹게 된다. 남은 고기는 감자탕을 다 먹은 후 먹게 된다.


고려보쌈, 이조보쌈, 천하보쌈도 각자의 스페셜이 있다. 고려보쌈은 막국수, 이조보쌈은 청국장, 천하보쌈은 된장국이다.


보쌈 외에 다른 음식으로만 특별함을 선사할 필요는 없다. 분위기에 특별함을 넣으면 된다. 장수보쌈과 락희옥이 그렇다. 두 집은 분위기가 천지차이인데 각각의  매력이 있다. 장수보쌈은 다 허물어져가는 노포 감성이 물씬 느껴지고, 락희옥은 고급진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는 보쌈집들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


서울 둔촌동 장원보쌈 보쌈

두 번째 공통점은 '스토리'다.


스토리라는 건 실제 존재할 수도 있지만, 꾸며낸 이야길 수도 있다. 보쌈집들은 저마다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누군가가 꾸며낸 이야기일 수도 있고, 와전된 이야기일 수도 있고, 실제 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장수보쌈은 원할머니 보쌈을 만드신 분이 나와서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사실 확인은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찾아온다. 맛도 비슷하다.


경동시장에 있는 안동집 손칼국시는 연예인이 다녀와서 스토리를 만들어줬다. 성시경이 왔다 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천하보쌈은 유명 유튜버가 왔다간 이후로 인산인해다. 스토리가 생긴 것이다. 을지로 대련집도 마찬가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세를 타더니, 역시 유명인이 왔다 갔다. 사람들은 스토리가 있으면 마음의 벽을 허문다.


스토리는 마케팅이 된다. 이야기가 있으면 맛이 더 잘 느껴지고, 그 맛을 남들에게 전할 때 스토리를 설명하게 된다. 스토리가 정립되고 나면 흔들리지 않는 사실이 될 수도 있다. 보쌈집이 아니더라도, 스토리가 있다면 맛집이 되기 좋다.


하지만 스토리를 인위적으로 만들면 안 된다. 마케팅을 과도하게 하다 보면 감당이 안 될 수도 있게 된다. 인위적으로 만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한다. 과도한 마케팅은 자칫 화를 부른다.


특별함과 스토리를 갖춘 보쌈집은 쉽게 망하지 않는다. 둘 중 하나만 갖춰도 꽤나 성공적인 맛집이 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맛은 갖춰야 한다. 서비스나 깔끔함 역시 기본이다. 거기에 공통적으로 맛집들이 갖춘 요소는 내 생각에는 특별함과 스토리다. 이 요소들은 맛있는 숙성회를 먹을 때 그 맛을 극대화하는 소금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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