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썽이는 애틋함으로_제주 일년살이 기록
장맛비를 담은 구름이 몰려오기 전, 제주에서 작은 수업을 시작했다.
첫 시간은 낯선 환경, 그보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수업에서 손짓과 발짓을 하는 내 모습이 더 열없어 주변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그날밤 꿈에서는 강의실을 채워주셨던 분들의 눈코입이 둥둥 떠다녔다.
오늘은 두 번째 수업 날. 첫 수업을 마치고 드렸던 글쓰기 과제를 메일로 받아 읽고 첨삭하며, 원고 상단에 기입된 이름과 떠다니던 눈코입들을 매칭하며 어느 분의 글일까 추측했다. 이 글은 그분이면 좋겠는데, 싶은 분이 맞길래 혼자 속으로 반가워했다. 오늘에야 학인 한 분 한 분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수업 말미에 자유롭게 서로의 글을 합평하는 시간을 가졌다. 글쓰기의 무거움은 잠시 내려놓고, 기꺼이 서로의 독자가 되어주기 위해 몰두한 얼굴들. 가벼운 개입으로 진행을 맡은 난, 이 틈에 우리 분들의 상기된 옆얼굴도 잔뜩 눈에 담았다. 글을 쓰기 위해 모인 김에 보기에는 아까울 만큼 귀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이젠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눈코입,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오늘부터 그 옆얼굴을 사랑하기로.
나는 원래부터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기에
진심인 사람들의 열렬한 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