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im Sha Tsui, HONGKONG 2016.06.17 20:42
이 사진을 보며 다시금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화권 국가에 대한 나의 알량한 오만과 편견이 지속되었다면, 저 황홀한 야경과 맥주의 맛을 모른 채 당분간 COVID-19가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매년 돌아오는 회사의 휴업일이 모처럼 금요일에 걸렸다. 반려인과 머리를 맞대고 목요일 저녁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일요일 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는 꽉찬 2박 4일의 알뜰한 일정을 꾸렸다. 구글맵과 스카이스캐너를 켜 놓고 이동시간과 가성비를 따져보니 역시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최근에 출장을 다녀왔다며 허유산의 망고쥬스가 얼마나 맛있는지 아는지, 빅토리아 피크에서 바라보는 뷰가 그렇게 멋있는데 같이 보고싶다느니, 남편의 홍콩 함께가자 타령이 시작되었다. 아주 예전에 딱 한 번 중국 북경을 갔었는데, 모든 게 별로였다. 그 한 번의 경험은 깊은 불신을 남겼고, 그 이후 중화 문화권의 국가는 여행국가 선정 시 우선 재낌의 대상었다. 그러나 딱히 뾰족한 대안이 없었고, 브랜드 호텔의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 못 이기는 척 홍콩으로 떠났다. 기대와 설렘를 비운 마음에 불신을 가득 채운 채.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허유산의 망고 주스가 내 입맛에 맞지 않을 줄이야! 지금은 국내에도 매장을 열 만큼 제법 인지도가 있는 브랜드이지만, 당시엔 홍콩 여행을 가면 꼭 먹고 와야 할 음식이란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음료를 한 개 시켜 쉐어했는데 '너 다 먹어.' 라고 하며 건네자, 반려인의 옆얼굴이 급격히 불안 초조해졌다. 지리 교과서에 사자성어처럼 등장하는 '고온다습'의 기후를 실감하며 맛집으로 정평난 음식점을 찾아갔다. 맙소사. 둘 다 한 입 먹고 '음?'의 눈빛을 교환했다. 둘 다 '고수 많이 주세요.'를 부탁할만큼 소문난 고수 러버에 왠만한 향신료와 이국적인 재료들을 잘 먹는 편이었다. 다만 필요이상으로 간이 쎈 짠 음식을 선호하지 않는데, 너무너무 짰다. 역시가 역시였을까. 두 번의 연이은 실패로 북경의 악몽을 떠올렸지만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 없어. 좀 더 홍콩이에게 기회를 줘보자.
난 대부분의 것들에 대한 취향이 명확하고 호오가 분명한 편이다. 모순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렇기에 참 취운 사람이다. 왜냐하면 음식, 옷, 음악, 색깔, 영화, 책, 날씨, 기온, 사람, 동물 등 왠만한 카테고리에 대한 확실한 취향을 가지고 있거나 금방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여행을 다니며 좋은 것 하나가 걸리기 참 쉽고 빠르다. 다시 말해 쌀국수 집에 갔는데 음식이 별로였어도 틀어놓은 노래가 내 취향이거나, 먹고 나왔는데 날씨가 내 취향이면 금세 기분이 좋다. 별로였던 음식은 마음에 머물 공간이 없기에 금방 바이바이다. 마음 속이 좋아하는 취향들의 자리로 이미 풀부킹 상태이므로. 그래서 허유산과 쌀국수는 금방 잊혀졌다. 그 이후에 마주친 온갖 취향저격과 극호의 것들이 마음에서 밀어냈다. 홍콩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 투성이었다.
이를테면 야경과 맥주는 따로 있어도 극호, 함께 하면 극극극극호다. 홍콩 본섬을 바라보며 심포니 라이트 오브 레이저 쇼(A Symphony of Lights)를 구경할 수 있는 레스토랑 예약은 신의 한 수 였던 것 같다. 음식이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앞서 말했지만 선곡이 괜찮았고 서빙을 보는 분들의 매너가 좋았다. 대세에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화장실이 너무 예뻤다는 점도 밝힌다. (물론 아주 가끔은 특정 장소의 좋은 화장실에 취향 저격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때는 아니다.) 반려인에게 홍콩을 여행지로 추천한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 동안 늘 거부만 했던 다른 곳들도 함께 가보자고 했다. 홍콩 여행 이후 중화권 국가 뽀개기의 행보를 이어갔다. 차례로 자신있게 다녀온 상하이와 대만 여행도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 여행지의 후보로 마라의 본고장인 중국 청두와 진시황릉이 있는 서안도 올려두었다. 다음 여행이 이렇게 더디게 올지 알았다면 바보같은 편견 따위 진작에 버릴 것을. 다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날수만 있다면, 다시는 어리석운 편견 따위로 내 안의 여행 최적화 유전자를 잠재우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