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고통의 바다, 고해
한동안 슬픈 소식을 많이 들었다.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거나, 혹은 몸이 아프다는 이야기들. 붓다는 삶이 고통의 바다, 고해라고 했다. 슬픔은 소중한 것을 상실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기에, 우리의 삶에는 슬픔이 깔려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이 지고, 새로운 것이 태어나는 것이 순환이니까. 그 진리를 안다 해도 고통은 고통이다.
슬픔에도 여러 빛깔이 있다. 살며 녹내장을 진단받았을 때는 삶에 축축한 안개가 끼는 것 같은 슬픔을 느꼈고, 큰 언니가 18년 동안 아프다 자살로 세상을 떠났을 때는 막아뒀던 댐이 부서지고 삶의 곳곳에 물이 들어차는 슬픔을 느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감을 느낄 때는 노을 지는 석양을 붙잡고 싶은, 그러나 어찌할 바 없는 슬픔을 느낀다.
어떤 슬픔의 물기는 시간이 지나면 마르지만, 어떤 슬픔은 여간해선 잘 마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슬픔은 아름다운 감정이다.
화상경험전문가 양성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화상으로 신체 손실을 경험한 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화상 안전과 인식개선에 대해 알리고 화상 아동청소년의 학교 복귀를 돕는 역할을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여러분은 아픔에 수반되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문득 내가 던진 질문에 그분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화상병동에 입원해 있을 때,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었어요. 몸은 칼로 에는 것처럼 아프고, 바이올린을 켜던 사람인데 이제는 손을 쓸 수 없다는 것도 절망스럽고요. 그런데 유일하게 아프지 않은 순간이 있었어요. 다른 환자들과 고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서로를 위로하고 소소한 삶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 그때는 안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아픔을 가진 누군가와 함께해 주는 사람이 되려고 해요 “
삶은 고해다. 그 검은 바다에 비치는 윤슬은 얼마나 아름가운가. 그리고 그 햇살은 우리의 눈 맞춤이고, 공감이고, 그 속에서 다시 싹 틔우는 사랑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