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되지 않는다고 불혹이라더니 나는 오늘도 혹혹대며 운다.
새해를 맞아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같이 나이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쓰는데 한번 터진 눈물이 여섯 장을 채울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게 고맙다. 살아있으면 된 거다.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한다는 생각에 말라가고 있던 마음이 풀어졌다. 친구에게 쓰는 편지에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고 있었다.
찻잎은 뜨거운 물과 만나 풀어질 때, 무엇을 느낄까.
바람을 맞으며 말라가던, 인내의 시간을 회고하며 ‘이제 괜찮아’라고 말할까.
차에 담긴 향기는 찻잎의 눈물일까.
홀짝홀짝, 훌쩍훌쩍.
“나 요즘 사십춘기인가 봐. 자꾸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해”
캐모마일 티를 마시며 남편 옆에 앉았다.
최근 들어 나의 까칠해진 반응을 정면으로 받아내던 남편이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 반응이 좀 크다? 너무 많이 끄덕이는 거 아냐?"
세상에 미혹되지 않는다고 불혹이라더니 나는 오늘도 혹혹대며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