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건 당연하다-하이록스 서울 Ep.3

중반부를 버티는 힘.

by 태빅스

Chapter 6. 나만 힘든게 아니거든

슬레드 풀도 끝났고, 이제 네 번째 1km 러닝이 시작되었다.

지난 5월 인천 대회에서

우리는 큰 실수를 두 개나 했었다.

슬레드 풀을 한 번 더 왕복했던 것,
그리고 슬레드 풀에서 4번째 스테이션인

<버피 브로드 점프>로 가는 러닝에서
한 바퀴를 더 뛰어버렸던 것.

두 실수 모두, 체력과 멘탈이 무너져 있었기 때문에

나온 실수였다.

그래서 이번 서울 대회에서는 그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않았기에 경기가 시작한 순간부터

전광판이 나오는 구간에서는 뚫어져라 우리의 다음

순서를 확인했다.


슬레드 풀이 끝나고 나니 힘은 들었다.

하지만 또 실수해서는 안된다.


두 번째 전광판이 보이는 시점.


NEXT

Workout 4


"들어가야 돼요!" 파트너도 지난 실수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전광판을 보고 나에게 말했다.

"오케이!"


약 200m 전방에 IN 아치가 보이기 시작했고 정확히 2바퀴 하고 반 되는 시점이다.

우리는 속도를 조금 올려 록스존으로 진입했다.


04. Burpees


우리 앞에서 먼저 도착했던 팀이 버피를 준비 하고

있었고, 자리가 없어 잠깐 대기했다.


"선 밖에서 시작 해주세요!"



버피 구간의 저지가

“선 밖에서 시작하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나는 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떨어뜨렸다가,

다시 일어나 앞으로 점프했다.

첫 동작의 속도도, 점프 거리도 괜찮았다.
호흡은 거칠어지기 시작했지만 다리는 아직 멀쩡했다.

파트너도 바로 뒤에서 같은 리듬으로 따라 붙는다.


크로스핏 박스에서 연습할 때,
우리는 서로 버피 7개에서 10개 사이를 하고 교대하는 방식으로 훈련했었다.


나는 도약거리에서 장점이 있었고,
파트너는 나보다 빠른 템포로 동작을 이어가는 장점이 있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두 스타일이 섞이면 생각 이상으로 좋은 리듬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경기에서도 초반 몇 개는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흐름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버피는 결국, 반복이 쌓이기 시작하면 사람에게솔직해진다.

숨이 가빠지고, 착지할 때 다리가 흔들리고, 다리를 끌어올리는 동작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나는 도약거리로 앞으로 나아갔고, 파트너는 빠른 템포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하이록스 네 번째 스테이션, 버피 브로드 점프(Burpee Broad Jump)


하이록스 스테이션 중에 뭐가 가장 힘드냐? 라고 묻는다면 난 버피를 무조건 꼽는다.

초반 몇 개까지는 괜찮다. 크나큰 기술도 필요 없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이라

‘이 정도면 할 만한데?’ 하는 착각을 준다.


하지만 데미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이거만큼 괴로운 스테이션과 동작은 없다.

근데 다 똑같을거다. 버티는 수밖에 없다.

‘아 정말 이대로 엎드려서 일어나기 싫다’는 생각이들었다.

하지만 가야한다.


다시 다리를 앞으로 끌고오며 앞으로 점프를 했다.

어느새 버피의 도착 지점이 보인다.

뒤에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는 다른 팀도 무릎을 털고, 이를 꽉 물고, 똑같은 얼굴로 버티고 있었다.


내 차례가 끝나고 교대하고 파트너의 차례.

옆에서는 파트너도 나와 똑같이 힘들어 하고있다.


그래 나만 힘든 게 아니다.


이 구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힘들고,
그냥 참아내면서 끝까지 할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교대!"

파트너가 마지막 한 개를 힘겹게 쥐어짜며 일어났다.


내가 마지막 구간 버피를 시작 했다.

마지막 점프.
몸을 일으키고, 앞으로 뻗어 나가는 그 순간 록스존의 바닥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리고 버피는 끝이었다.


Chapter 7. 스테이션 중 가장 담백한 고통

록스존에서 물 한 잔을 들이키고 빠져나오며

시계를 보며 심박수를 확인했다.


175


버피를 끝내고 나오니 숨이 거칠었다.
하지만 계속 뛰어야 했다.

급수대를 지나 다시 러닝존으로 진입했다.

바로 다섯 번째 1km 러닝이 시작된다.

페이스는 조금 떨어졌지만, 이러면 러닝을 하면서 회복하는 수 밖에 없다.


하이록스에서 러닝은 쉬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또다른 고통이다.


전광판을 계속 확인하며 런을 뛰었다.

다섯 번째 스테이션이 얼마 남지 않았다.


05. Rowing


록스존을 지나 다섯 번째 스테이션에 진입했다.

파트너가 먼저 로잉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번과는 다르게 250m씩 교대 하기로 했다.

파트너가 로잉을 타는동안 나는 준비해온 파워젤을 꺼내서 먹었다.


참 신기한 스테이션이다.

쉴 수 있는 타이밍이 가장 긴데, 그렇다고 마냥 편한 것도 아니다.

로잉은 하이록스 전체 스테이션 중 가장 담백한 고통인 것 같다.
기술도 화려하지 않고, 무게를 견디는 것도 아니지만
뭔가 이상하게 몸에 데미지가 계속 이어진다.


상대적으로 쉴 수 있는 시간은 길다.

그러면서도 쉬는 것 같지도 않은, 아주 묘한 스테이션이다.


1분 정도 지났을까,

파트너가 250m를 타고 나와 교대 했다.

하이록스의 다섯 번째 스테이션, 로잉(Rowing)

괜찮은 것 같지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핸들을 잡고 첫 스트로크를 당겼다.

그래도 리듬을 찾아야 했다.
너무 빨리 당기면 숨이 더 가빠지고, 너무 천천히 하면 다시 페이스가 무너진다.

하이록스의 로잉은 결국 ‘꾸준히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구간’이었다.
단순하고 담백한 고통이지만,
이걸 버텨내야 다음 스테이션에 갈 수 있다.

800m가 지나고, 200m 남았다.

숨은 아주 조금 차올랐지만 스트로크는 나쁘지 않았다.

아까 버피할 때 보다는 훨씬 쉽고 편하다.
이럴 땐 그냥 머리속을 비우고 하는게 맞다.

마지막 100m.

그리고 로잉머신 계기판의 숫자가 1,000m에 닿았다.

우리는 핸들을 내려놓고 동시에 일어섰다.
숨을 고르며 록스존을 빠져나가는 길로 걸어가는데, 로잉의 이 애매한 고통이 다리를 약간은 묵직하게했다.


“출발!" 내가 짧게 말했다.


이제 여섯 번째 러닝을 하러 록스존을 빠져나갔다.


Chapter 8. 사소하지만 큰 실수

로잉을 끝내고 우리는 다시 록스존을 뛰어나왔다.

지난 5월 인천 대회 때는 슬레드 풀에서

완전히 퍼져버려 록스존 체류 시간이 총 9분 가까이 걸렸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파트너와

절대 걷지 말자.

늦어도 30초 안에 록스존을빠져나가자.

라고 미리 약속했었다.


그리고 OUT 아치를 빠져나오는 순간 나는 시계의 랩 버튼을 눌렀다.


‘29초.’


이번에도 목표를 지켰다.
심박은 올라가 있었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여기서 멈추면 흐름이 끊기고 무너진다.


그냥 뛰어야 한다.


다음 러닝 페이스를 체크해야 했다.
GPS가 잡히지 않는 실내 하이록스에서는 러닝을 초 단위로 계산해야 한다.


우리는 1km = 290초(4’50"/km),
500m = 145초로 가져가기로 했었다.


한 바퀴를 돌며 아무 의심 없이 달렸다.
IN 아치가 보였고, 나는 랩 버튼을 눌렀다.
워치에는 정확히 145초가 찍혔다.


“145초! 페이스 지켜지고 있어요.”

어쩐지 심박도 안정적이었고 호흡도 괜찮더라....


나는 파트너에게 그렇게 말했다.

호흡이 생각보다 갑자기 너무 괜찮았다.
그 순간에는 체력이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마라톤에서 이야기 하는

'그 러너스 하이 같은게 하이록스에도 오는건가?' 하는 착각도 들었다.


그래서 두 번째 바퀴도 IN 아치에서 랩을 눌러
록스존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문제는 OUT에서 나가며 랩을 눌렀으면

다시 OUT 지점에서 145초가 나와야 정상인데

나는 로잉이 끝난 뒤부터 계속 이 실수를 반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깨달은 건 경기가 끝나고 기록표를 본 후였다.

러닝 페이스가 생각보다 느렸다는 데이터를 보고


“이게 왜 이러지? 그때 숨 괜찮았는데…?”


라고 혼자 중얼거리다가 바로 이해했다.

아, OUT이 아니라 IN에서 랩을 눌렀구나.


즉, 실제 500m가 아니라

OUT-IN-IN-록스존진입-스테이션

이러면서 짧게 145초로 계산했던 것.

그 순간 가벼웠던 호흡은 체력이 회복된 게 아니라 단순히 페이스가 느렸던 결과였다.

버튼 하나 잘못 누른 사소한 실수.

그러나 경기 후 기록표는 그 작은 실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었는지
그대로 보여주었다.


어찌되었던

이제 남은 스테이션은 딱 두 개. 파머스 캐리, 그리고

샌드백 런지.

경기의 끝이 보인다.


Ep.3 끝, 4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