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탐내는 것
매사에 은근한 조 씨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조 씨는 제 대학 동기로, 한 살 위 언니이자 친한 친구인데요. 요새 이 사람이 가진 앙큼한 은근함이 아주 탐이 나요. 그건 마치 잘 익은 살구의 겉표면처럼 얕게 포실대고 간질거려서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이 언니가 가진 앙큼한 은근함이란 이런 거에요. 솔직히 저는 개과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미 백 미터 전부터 꼬리를 붕붕 돌리고 있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표현하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있어요. 그런 저와는 달리 조 씨는 늘 여유롭게 자신의 속도에 맞춰 상대방과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아요.
처음 만나면 언니는 늘 자기는 별일 없는 것처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요. 늘 제가 절대 예상하지 못할 엄청난 소식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약속 끝 무렵에 아주 은밀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슬쩍 알려줘요. 저는 리액션이 크고 좋은 편이라 숨이 날름 멎은 애처럼 헉하고 놀라버리는데요, 언니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재밌어하며 깔깔 웃어요. 우리의 약속은 항상 이런 패턴으로 끝나요.
솔직히 이 사람 가끔 좀 재수 없어요ㅋㅋㅋ 그럼에도 저 앙큼한 은근함은 너무너무 매력적이네요.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은 묘하고 신비한 긴장감을 주니까요, 언젠가 저도 저런 은근함을 지니고 싶어요. 언니가 저만큼 크게 놀라는 날을 꿈 꾸고 있습니다. 그땐 내가 깔깔 웃어주리
* 본 글은 팟빵 오디오 매거진 <조용한 생활> 12월호에 보냈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