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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Dec 22. 2021

내 친구 조 씨

내가 탐내는 것

매사에 은근한 조 씨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조 씨는 제 대학 동기로, 한 살 위 언니이자 친한 친구인데요. 요새 이 사람이 가진 앙큼한 은근함이 아주 탐이 나요. 그건 마치 잘 익은 살구의 겉표면처럼 얕게 포실대고 간질거려서 자꾸만 신경이 쓰입니다.


이 언니가 가진 앙큼한 은근함이란 이런 거에요. 솔직히 저는 개과거든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미 백 미터 전부터 꼬리를 붕붕 돌리고 있고,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하나 표현하고 싶어서 아주 안달이 나있어요. 그런 저와는 달리 조 씨는 늘 여유롭게 자신의 속도에 맞춰 상대방과의 시간을 보낼 줄 알아요.


처음 만나면 언니는 늘 자기는 별일 없는 것처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데요. 늘 제가 절대 예상하지 못할 엄청난 소식을 꽁꽁 숨기고 있다가, 약속 끝 무렵에 아주 은밀하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슬쩍 알려줘요. 저는 리액션이 크고 좋은 편이라 숨이 날름 멎은 애처럼 헉하고 놀라버리는데요, 언니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너무 재밌어하며 깔깔 웃어요. 우리의 약속은 항상 이런 패턴으로 끝나요.


솔직히  사람 가끔  재수 없어요ㅋㅋㅋ 그럼에도  앙큼한 은근함은 너무너무 매력적이네요. 예측할  없는 것들은 묘하고 신비한 긴장감을 주니까요, 언젠가 저도 저런 은근함을 지니고 싶어요. 언니가 저만큼 크게 놀라는 날을  꾸고 있습니다. 그땐 내가 깔깔 웃어주리



* 본 글은 팟빵 오디오 매거진 <조용한 생활> 12월호에 보냈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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