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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Jan 24. 2023

금사빠 치료법

몇 년 전, 누가 봐도 스스로를 좀먹는 연애를 하면서도 이런 것이 사랑이구나 착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을 돌이켜볼때면 쥐구멍이라도 찾아 고개를 파묻고 싶다. 어쨌든 또 한 번의 괴로운 연애가 끝이 나고, 관계에 반복되는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의 무엇이 문제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싶어 상담을 진행했었다.


문제의 출발점은 금사빠인 나였다. 물론 여전히 세상 많은 것에 쉽게 감명 받는 나지만,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나에게 여러 방면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였다는 것을 그때의 나는 몰랐다. 아주 작은 온기에 너무 쉽게 마음을 주던 내 허들은 당시의 상태를 여러모로 반증하고 있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내 중심점이 없는 연애를 하고 있었다는건데, 그래서 속수무책으로 타인에게 끌려다니는 관계를 맺기 쉬웠다. 타인을 생각하기 전에 나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을 몰라 스스로에게 해가 되는 연애를 반복했고 헤어날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맸다. 선생님, 왜 저는 이런 연애조차 놓지 못할까요?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는 내게 선생님은 너털웃음을 지으시곤 말씀하셨다.


"지금은 그런 사랑이라도 너무 달아서 그래요. 그만큼 그동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는 반증이고요. 지금의 이도님께는 아주아주 작은 사랑이라도 받아보는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그런 사랑이라도 잡고 계세요. 앞으로 점점 스스로를 건강하게 아끼고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언젠가 혼자서도 충분히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지금을 떠올리시면요, 지금까지 만났던 사람들 분명 절대 성에 안 차실 거거든요(함께 웃음). 내가 왜 그런 사람을 만났지? 싶은 날이 올 거예요. 그때까지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 속에 있구나 생각하시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시면서 즐기시면 돼요."


단단한 어른의 여유로운 조언이었다. 오늘로 상담 이후 2년이 지났다. 그간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내가 가진 여러 면들을 알게 되었다. 적당히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만큼 타인에게 쉽게 휘둘리지 않게 되었는데, 스스로의 결이 더 명확해진 만큼 나와 더 잘 맞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지향하게 되었다. 내가 소중해진 만큼 타인의 에너지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된 덕분이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였다. 나는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 있었다. 이런 흐름을 계속 타고 나아갈 수 있다면 앞으로 나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적어도 전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진 않겠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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