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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Nov 20. 2022

신체적 부상을 입었을 때에 대해 써라

이 글을 쓰기에 앞서 달리기의 기쁨에 대해 먼저 말하고 싶다.


달리기는 정말 간편한 운동 중 하나다. 별다른 준비물도 필요 없다.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면 끝이다. 누군가와 함께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온전히 몸을 움직여보겠다는 개인의 의지가 전부인 운동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야외 운동이기에 날씨를 타긴 하지만 우리에겐 우비와 런닝머신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매일 달렸다. 러너들이라면 한번쯤 설치한다는 런데이와 나이키런이 차근차근 실력을 늘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하루에 꾸준히 30분씩, 더 뛰고 싶은 날에는 한 코스를 추가해서 달렸다. 보통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달리러 나갔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구나. 혹은 별로구나. 심신의 해상도가 조금씩 높아지면서 스스로를 구체적으로 감각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내 몸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은 나를 중심점에 두고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왼쪽 발바닥에 작은 통증이 생겼다. 걸을 때마다 바늘로 찌르는 듯 했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루하루가 지날 수록 점점 통증 부위가 발바닥 전체로 퍼져나가 한 발자국 떼기가 무서울 지경이 되었다. 병원에 갔더니 족저근막염이라고 했다. 디스크도 의심이 되니 당분간 달리기를 자제해야 한다고 의사는 당부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달리기를 멈추면 나는 뭘 할 수 있지? 올 한 해는 갭이어를 가져보겠다며 모든 일을 내려놓았다. 쉬어보겠다고 말했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엔 마음 한 켠이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내가 아무 것도 아닐 때에도 맨 몸 하나로 언제든지 시작 할 수 있는 것. 달리기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감각을 매일같이 불어넣어주던 일상의 기둥같은 존재였다. 귀찮고 지겨울 때도 있었지만 막상 내려놓으려니 겁이 났다. 별 수 없었다. 더 나아가기 위해 내려놓는 법을 나는 배워야 했다.


욕심만으로 닿을 수 있는 데엔 한계가 있단다. 올 한 해 내내 삶은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잠시 달리기를 쉬는 동안 당연하게 자신했던 부분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생각보다 삐뚤어져있는 골반을 맞추고 근육들을 하나하나 기르면서 바른 자세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걷고 뛰는 법 역시 발바닥에 무리가 가지 않는 여러 방법들이 있었다. 잊지 않는다면 무리 없이 오랫동안 달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태도가 몸과 마음에 배이기를 바랐다. 이젠 건강하게 욕심을 내고 싶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더 빨리 더 많이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보다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일단 당분간은 무리하지 않고 길게 달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조금 느려도 괜찮으니까 다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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