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삶시 세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이도 Nov 03. 2022

운동 이야기

남은 수업을 끝마치기 위해 오랜만에 헬스장에 갔다. 그 곳은 여전했다. 꼭 필요한 것들로만 채워진 작은 체육관이었는데, 처음 갔을 때부터 지금까지 에너지가 산만하거나 분산되어 있지 않았다. 몇 가지 기구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단 것을 가르쳐주는 환경은 참 마음에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트레이너님께서 단정한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서로 가볍게 근황을 나누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얼마 쉬지 않았으니 크게 달라질 것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분명 몸이 굳은게 느껴졌다. 천천히 몸을 움직이고 있으니 몇 달 전 되새기던 마음가짐 하나가 떠올랐다. 몸이 건강한 것에서부터 모든 것이 출발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과를 해내며 규칙적으로 살던 나는 얼마나 안정되어 있었는가. 오늘은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시동 걸듯이 운동 합시다. 트레이너 선생님의 말씀에 나는 네 하고 답했다.






전보다 확연히 적어진 횟수를 바른 자세로 근육들이 올바르게 쓰이고 있는지 감각하며 하려 애썼다. 기억이 천천히 되살아나는게 느껴져 신이 났다. 근육에 힘이 진하게 먹혀 들어가는 느낌이라니, 근력 운동을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지. 세트 사이 잠깐 쉬고 있는데 선생님이 흐뭇한 얼굴로 말씀하셨다.


"이제는 잘 하려 하시네요."


이제 열심히가 아닌 잘 할 준비가 되셨군요. 나는 물을 마시며 열심히 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여쭤 보았다. 핵심은 인지와 실행이었다. 내가 현재 하는 것을 인지하고,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실행하는 것.


"열심히 하는게 필요할 때도 있어요. 프로 선수들! 국가 대표들! 그 땐 자세고 뭐고 일단 남들보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뛰어난 운동 능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바로 바로 입증해야해요. 경쟁이 치열하니까요. 대신 그만큼의 댓가가 있죠. 보통 건강인데요. 그래서 선수 수명이 대체적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짧은거에요. 하지만 열심히 한다는 건 이미 잘 해서, 자는데 깨워서 바로 시켜도 바로바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하는 거고요. 지금같은 태도로 꾸준히 해나가신다면 앞으로 어디서 운동 하셔도 잘 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그동안 가르쳐주신 많은 선생님들의 말씀이 떠올랐다. 분야를 막론하고 근본은 비슷했다. 좋은 태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 가장 쉬워 보이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뭐든 잘하려면 쉬운게 없네요. 나는 웃으며 남은 운동을 마무리 지었다.






사회에서 만난 몇몇 어른들을 떠올렸다. 해야할   해내기 위해 눈앞의 문제를 직면하고 해결하며 앞으로 전진해온 사람들이었다.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신의 책임을 다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쌓아왔을? 나에게도 저런 태도가 배어있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한 왕도는 없었다. 정말 세상에 공짜가 없구나. 다시 출발선에  기분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애증의 공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