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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Oct 04. 2020

변수와 상수

시월의 다짐

"올해는 유독 시간이 빨리 흐르는  같아."


오랜만에 친구와 안부전화를 하다 나온 말이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인다며 전과는 확연히 달라져버린 일상에 적응하기 위해 허둥댔던  엊그제 같은데, 이제  익숙해질 만하니 시월이었다고. 그러네, 올해도   뒤면 안녕이네.  해가 저무는   아쉽지만 올해가 가는  유달리 아쉬울  같다며 우리는 입을 모아 말했다.


정말 변화무쌍한 2020년을 보내고 있다. 코로나의 여파로 하반기에 잡혀있었던 일정들이 전부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번 일을 통해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삶에 변수가 많아지는 시기일수록 내가 내 중심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살피고 돌볼 것, 세상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끊임없이 스스로를 탐구할 것, 그리고 이렇게 불확실한 삶일지언정 언제나 나 자신을 믿어줄 것. 코로나가 한창 극에 달했던 지난 9월엔 앞으로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도무지 예측할 수 없어 무력감과 불안에 잠 못들 정도였는데, 하루를 루틴화 하는 것 만큼 이에 특효약이 없다는 사실도 알았더랬다.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엔 마음을 비우는 대신 내 바운더리 안쪽만큼은 최대한 변수를 줄이면 되는 거라고. 꼭 중요한 것들만 남기고 일상을 정리했다.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던 주머니를 비운 것 마냥 머리가 가벼워졌다. 왜 매번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규칙적인 일과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는지 드디어 알 것 같았다.


본디 삶은 변수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일찍 알아챈 사람들에겐 제 삶의 중심에 자신을 두는 게 너무도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자아가 약해지는 시기가 오면 나는 삶의 방향키를 쉬이 다른 것들에게 넘겨버리곤 했었어서. 뭐, 가끔씩 이렇게라도 다짐하는 거다. 더는 변수에 내 중심을 넘기는 일은 없으리라, 앞으로 나는 내 삶의 유일한 상수로서 나를 온전히 책임지며 살아가리라. 이도 저도 아니게 흘려보낸 지난 시간들을 뒤로하고 돌아온 시월을 맞이한다. 올해 남은 석 달을 무엇으로 채우면 좋을지 고민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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