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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Oct 25. 2020

"당근이세요?"

당근마켓이 그려준 동네의 새 이미지

독립을 하며 먼 동네로 이사를 왔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은 긴 여행을 시작할 첫 도시에 도착한 기분과 비슷했다. 설레면서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괜히 긴장되는 그런 맘이다. 새 집에 도착하니 전 세입자분이 두고 가셨다는 섬유유연제 두 개가 입구에 놓여있었다. 나는 섬유유연제를 안 쓰는데... 이를 어쩐다 고민하다 처음으로 당근 마켓에서 무료 나눔을 해보기로 했다(이하 무나).


- 섬유유연제 두 개 나눔 합니다. 역 앞에서 거래 가능하신 분


글을 올린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알림이 울렸다.


- 안녕하세요! 섬유유연제 받고 싶은데요~^^


일사천리로 약속이 잡혔다. 내일 오전 9시에 역 앞에서 뵈어요. 다음 날 아침, 시간 맞춰 나가니 역 앞에 한 분이 서 계셨다. "당근이세요?" 하니 네 맞아요~ 하며 인사해주시던 한 언니. 아가를 재우고 호다닥 달려 나오셨다는 그분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잘 쓸게요 감사합니다~! 하고 돌아가셨다.


기분이 이상했다. 그저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내보내는 일일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따뜻한 경험이 돌아와서. 괜히 하늘이 맑아 보인다는 핑계로 예정에도 없던 동네 산책을 했다. 좋은 일을 한 것 같다는 생각에 그날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당근 마켓 창업자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당근 마켓이 단지 중고장터가 아닌 동네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어플에 들어가 '내 근처' 탭에 들어가니 중고 물품을 파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동네 정보들이 있었다. 맛집 추천글들과 가끔 가다 보이는 쿠폰 혜택들도 잘 쓰면 꽤 유용할 것 같다. 아직 이 동네에서 산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소소한 무나를 한번 해봤을 뿐이지만. 당근 덕에 이 동네에서 사는 것이 조금 더 좋아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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